“실패란 있을 수 없습니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합니다.”

 

“기필코 제철소를 성공시켜 나라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합시다. 제철보국! 이제부터 이 말은 우리의 확고한 생활신조요, 인생의 철학이 되어야 합니다.”

 

일제의 35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받아낸 대일청구권자금을 토대로 시작된 제철소 건설 사업이었으니 조상의 혈세로 짓는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되지 않았으면 농촌 개발사업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이었으니 실패하면 농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말 역시 과장이 아니었죠.

 

그리고 이날의 이 외침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요.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은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1970년 4월 1일, 아무것도 없는 모래벌판이던 포항 영일만에서 시작의 첫 삽을 뜬 포항제철(포스코)을 2020년 한 해 동안 4058만 톤의 철강을 생산한 세계 6위의 글로벌 철강업체로 키워낸 인물이니까요.

 

그가 이끌던 시기의 포항제철은 1970, 80년대 내내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박태준 회장이 포항제철을 설립해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경영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신군부 세력이 집권하던 5 공화국과 6 공화국 시절엔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당의 2인자인 대표위원을 맡은 적도 있습니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 독자분들께서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걸 돕기 위해 먼저 이 같은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를 준비된 철강왕으로 만든 여러 경험들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첫 번째 비결은 ‘돌격 정신만으로 전쟁에서든 사업에서든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최신 경영기법과 첨단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야말로 성공의 조건이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이라는 경력과 지휘봉을 들고 여러 현장을 누비는 사진들 덕분에 그는 ‘돌격형 군인 리더십’의 전형으로 여겨집니다.

(1973년 포항제철 고로에서 첫번째 쇳물이 흘러나오는 순간)

오늘날과는 달리 1950, 60년대 한국에선 군대야말로 가장 선진화된 최신 경영‧행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빈약한 재정 탓에 정부 조직조차 제대로 꾸려지지 못하고, 변변한 기업도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군대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큰 행정‧관료 조직이자 해외 선진문물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조직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군과의 교류를 통해 각종 최신 경영기법들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군대 안에서도 엘리트 장교로 꼽혔던 박태준 회장은 여러 직무 경험과 해외 연수 등의 교육을 통해 한국의 그 누구보다 빨리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습니다.

 

박태준 회장은 대령 시절이던 1960년 하반기에 미군 육군부관학교로 반년 남짓 교육 연수를 떠나는데요. 이미 그 1년 전 ‘도미 시찰단’ 단장 자격으로 한 달 동안 미국 각지의 군부대를 방문하며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그였기에 더 큰 배움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것이죠.

이를 통해 수학에 기반한 과학적인 기업 경영법인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 물자의 효율적 배치와 관리에 필요한 공정관리기법(PERT)과 선형계획법(LP) 등 당시로선 최신 기법으로 꼽히던 경영이론과 관리기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학생 자체가 드물었던 무렵에 해외에서 배워온 이 같은 최신 경영 지식들은 그가 포항제철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죠.

 

이외에도 고위 장교들을 대상으로 한 육군대학, 국방대학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각종 경제 이론과 전문적인 경영기법 등을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육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국방대학교 교육 프로그램 설계 책임자로 발탁될 정도로 경영과 행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배운 경영 지식들을 군의 인사정책을 담당하는 국방부 인사과장, 조직의 엘리트 중간 관리자들을 양성하는 책임을 맡은 육군사관학교 교무처장 등으로 일하면서 활용해나갔습니다. 전문 경영이론을 실제 경영 현장에 접목해나가는 방법을 익혀왔던 것이죠.  

전문적인 공학 지식을 갖추고 있었기에 일반적인 군인 출신들이나 경제학만을 전공한 경제관료들과 비교해 최신 공학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살펴본 대로 공학도 출신인 그는 고위 장교로 복무하면서 당시 한국의 그 누구보다 먼저 최신 경영기법을 습득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었고, 국가의 상공업 발전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은 뒤에는 국가 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관점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었는데요.

 

오늘날의 성공한 창업자들이 창업 전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으며 창업의 발판을 마련해나간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앞으로의 지식 사회에서는 지식만이 사회적 지위를 얻고,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생산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과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박태준을 20세기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 근로자’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안녕하세요. 홍선표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너무 더운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은 포항제철의 창업자 박태준 회장에 대한 내용을 다뤄봤는데요. 제 뉴스레터를 꾸준히 봐오셨던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수 있지만 제가 최근엔 한국의 기업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루려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내드렸던 장인수 오비맥주 부회장님에 대한 글도 그렇고요.     

제가 기업인들과 경영 전략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벌써 2, 3년 된 거 같은데요. 몇 달 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그동안 주로 외국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나모리 가즈오라든지 필 나이트, 로버트 아이거, 벤 호로위츠, 손정의 같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는데요.     

물론 이런 분들로부터도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누군가로부터 삶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는데 그 사람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 외국 기업인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왔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이런 외국 기업인들에 대한 책이나 관련 자료를 구하는 게 오히려 훨씬 더 쉬웠기 때문에 외국의 경영자, 해외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거 같은데요.     

앞으로는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 늘려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기업인들이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켜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좀 더 피부에 와닿기도 하고,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생생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한국에도 존경할 만한 기업인 분들이 참 많은데 이런 분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널리 알리는 게 우리 사회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되고요. 앞으로도 이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꾸준히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폭염이 더 심하다고 하는데 구독자님들께서도 모두 더위 조심하시면서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가 지난 2월 출간된 이후 네 달 만에 벌써 다섯 차례에 걸쳐 <CEO추천 도서>로 선정됐습니다.      

먼저 지난 4월에는 <교보문고 북모닝> 추천 도서로 선정됐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현재 교보문고 주요 지점 북모닝 특별 서가와 북모닝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 분들과 만났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달 10권의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빌 게이츠가 20여년만에 내놓은 신작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제프 베이조스의 경영전략을 분석한 <순서 파괴>와 같은 대작들과 함께 선정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휴넷은 국내의 대표적인 직무 교육업체인데요. 북러닝이란 이름으로 경제경영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 임직원들 업무에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온라인 강연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셋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경영원과 컨설팅 기업인 한국능률협회의 추천 도서로 선정돼 각각 100권씩, 모두 200권이 기업 CEO분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전경련과 한국능률협회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추천 도서로 선정해주신 뒤 이 책을 각각 100분의 CEO분들에게 따로 전달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넷째, 이달 초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세리(SERI) CEO의 추천 도서로 선정돼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님께서 직접 제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동영상 강의와 세리CEO 뉴스레터를 통해 설명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