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Note 01
우리는 플랫폼일까, 크리에이터일까

안녕하세요, 따바프레스/로파서울 입니다. 
막상 뉴스레터를 시작하긴 했는데..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이 되더라구요. 🤔
그리고 첫번째 레터를 발행하고 "저희 쉽니다!"라고 공지를 하자마자, 많은 분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어요.


"왜 지금 쉬는거야?"

"많이 힘들었어?"

"매장 이사한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정비를 한다구?"


공통된 몇 가지 질문을 듣다 보니- 저희가 왜 방학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계기로 브랜드를 정비하고자 결심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이번 레터부터 앞으로 3회에 걸쳐서, 저희의 긴 고민과 함께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볼게요.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것을 표현해볼까?" 가 
"우린 그래서 뭐하는 팀이지?"라는 의문으로 바뀔 때 


이 레터를 받아보시는 구독자님은 "로파"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누군가는 로파가 소개하는 다양한 국내 작가님들의 오브제를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저희가 이전에 빈티지 팝업을 하며 보여주었던 화려한 파스텔톤의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영등포점의 시크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행사를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저희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 데에는, 저희가 정말 바지런히 여러 기획과 팝업과, 행사들을 즐겼던 것이 한 몫 했어요.

 

 - 동탄에서 진행되었던 빈티지 팝업은 반 평 밖에 안되는 작은 매대를 "Fairy Island 요정의 섬"이라고 표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잘 쓰지 않는 팝한 핑크 바탕에, 독특한 모양의 무라노 글라스와 화려한 꽃들을 넣      었어요. 


 -  친환경 제품은 젠한 무드 말고, 팝하고 키치한 무드로는 플레이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  

    PRETTY GOOD THINGS 라는 세컨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의  팝하고 키치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해 
    보기도 했어요. 


 - 롯데백화점 매장에서는, 기존의 아 ** 매장의 인테리어를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살릴 방법을 고민해야 했어요. 그래서 건설 자재들을 활용하여 디피를 구성하고 저희와 함께 하는 작가
    중 에서도 특히 무채색의 표현이 도드라지는 작가들로 구성해보았어요. 


 - 4층의 공간에서 진행한 전시와 행사에서는, 기존에 저희가 "판매"라는 행위로는 쉽게 선사하지 못했던 
   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워크샵과 토크쇼 등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동탄 빈티지 팝업 이미지
부산에서 진행된 Pretty good things 팝업
영등포점의 지금의 인테리어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새로움을 선사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바지런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니, 조금씩 저희를 "재밌다"라고 인식해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때 부터 생겼던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도, 그리고 고객 분들도

"그래서 로파는 무엇을 하는 곳인데?" 라는 질문들이 계속 나오게 되었어요. 

다른 업체들과 미팅을 하면, 저희를 '편집샵'이라고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저희가 표현하는 무드도, 소개하는 제품들도 다양했기에 개별 업체들이 저희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또, 그렇다고 저희를 다양한 장르와 작가/ 브랜드를 소개하는 "플랫폼이야"라고 지칭하기에 저희의 규모는 너무 작았어요. 

다양한 장르와 품목을 취급하면서도, 매번 기획에 맞는 작가와 브랜드를 선정할 때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거래하는 작가님과 브랜드의 갯수 총합이 40여 개를 넘어가지 않아요. 플랫폼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이고, 설령 규모를 늘린다고 해도 유지 / 관리할 자신도 없었어요. 

그래서 1년 여간 열심히 달리고 보니, 저희와 비슷한 시기 혹은 조금 더 일찍 시작한 다른 업체들은 
특정 무드를 소개하는 편집샵 또는 몇 가지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반면, 저희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있었어요. 



여러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플랫폼과 
여러 창작자들의 작업을 기반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어느 중간 지점에 있더라구요. 




중간이면 안되는 걸까?


올 초, 저희 내부 회의의 가장 큰 주제는 "무드를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규모를 키우냐, 한 가지 무드를 완성도 있게 끌어올리냐" 였어요.  그 때, 저희 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어요. 

"막 규모를 늘리거나 아무렇게나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 가지 무드만 가져가기엔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걸."

그래서 결국 저희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지점에서 더 잘 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적당한 규모와 적당히 다양한 기획들 - 그렇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다가 머리를 띵 하고 맞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 
결국 이 이야기의 슬픈 결말은,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중에서


사실 저 문장이 저희에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라! 때문이 아니었어요. 

중간의 문제는 늘 "애매한 완성도" 였습니다.  

저희는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우리를 하나의 이미지로 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모습 안에서도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와 생각의 스타트 지점은 명확했어요.


무라노 빈티지 글라스만의 특이하고 화려한 컬러감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배치할까. 
재미난 친환경 제품도 많은데, 어떻게 이들을 소개할까. 
이 작가 / 브랜드의 장점은 제품에만 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데, 그 장점을 어떻게 보여주지?

이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살려서 , 새로운 느낌을 담아볼까?


결국 저희는, 매번 소개하고자 하는 작가와 오브제/ 브랜드에 진심으로 몰입하면서
설령 저희가 평소에 하는 무드와 활동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최대한 잘 소개하는 것에 집중하는 팀이더라구요. 


비록, 통일된 무드와 시그니쳐 아이템을 가져가는 편집샵은 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풀(PLATFORM)의
작가/ 브랜드 만큼은 정말 잘 소개하고 싶은 크리에이터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치열하게, 우리의 이 생각과 모습들이 고객님들에게도 느껴지면 했어요. 
"아 로파는, 그 브랜드랑 작가는 정말 애정을 담아서 소개하지" 이렇게요. 
또 저희가 개별 브랜드와 작가에게서 느꼈던 그 좋은 지점들을 더 큰 경험으로 제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쉼을 결정한 첫번째 이유였어요. 


결국 애석하게도 , 저희의 결정에 플랫폼이냐, 크리에이터이냐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 저희가 개별 작가와 브랜드에 가지는 애정에 따라 비춰지는  다양한 색이,  로파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하나의 색으로 느껴지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플랫폼일까, 크리에이터일까-
아직 저희는 그 해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가끔은 저희 스스로를 '편집샵'이라고 부르는 것도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는, 중간에서 우리가 느낀 것을 고객들에게 더 크게 전하는 - 그런 팀이 되고 싶나봐요. 


저희가 쉼을 결정한 두 가지 이유가 더 준비되어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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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었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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