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실제로 있는 일이기에 그 자체로는 사실(fact)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아니죠. 카메라 프레임 밖에는 더 많은 사실들이 존재합니다. 화면 나타나지 않는 모습과 정보들이 바로 더 많은 사실들이죠. 이 여러 가지 사실로부터 우리는 진실을 깨달을 수 있죠. 화면에서 칼로 공격하려는 이가 알고보니 도망치는 사람이었음을. 또한 위협 받는 이가 칼 들고 쫓아가는 사람이었음을.
쉽게 말하면, 사실은 실제로 있었거나 있는 사건의 조각들 하나 하나를 의미하고, 진실은 그 조각들을 모두 맞춰 볼 때 떠오르는 진상 혹은 진리인 것이죠.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발사한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은 각각 사실입니다. 물리학자는 이 모든 사실을 '중력'이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에 철도라는 인프라를 깔았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철도 준설 이외의 여러 사실들을 함께 따져보면 그들이 조선을 효율적으로 수탈하려는 의도였음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몇 시간 안에 계엄을 해제했다."란 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경고성 계엄 혹은 '계몽령'이었다."란 말은 진실이 아닙니다. 몇 가지 사실에만 목을 거는 얼간이들의 생떼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사실들을 모아서 따져보면 절대 계몽령이라는 개소리(bullshit)를 내뱉을 수가 없죠.
사실보다는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이 시대 지성인의 필요조건은 아닐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