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펼쳐질 5G 고생길이 LED 화면처럼 신랄하게 보여도 OK.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너를 만나기
Pausing by POPOPO MAGAZINE
님에게 
주말 별다방 풍경. 옆 테이블에서 읽고 있던 <Money>, "인생 역전"과 "대박!!"을 외치던 청춘들. 그 사이로 노트북을 끼고 있는 저와 숙제 공책을 펴놓고 10초에 1번 꼴로 몸을 베베 꼬는 아이. "숙제 다 하면 과자 사줄거야?" 협상을 시도하는 아이와 투닥거리며 이런 질문이 들었어요. 우리가 바라는 가설이 이루어지면 예를 들어 부자가 되면, 00가 되면 그런 상상을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까?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과연 충만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런 환상을 반영하듯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포텐님은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나요? 아니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요?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나는 나의 유일한 구원자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프랑스 방구석 통신] 오십이 되면 친해진 공간 하나 생길까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네 명의 엄마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친외하는 어머니들께 올림 
   [기록하는 비꽃] 나를 위한 향수와 립스틱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내 마음이 들리니? 
   [사슴피디의 엄마의 영화관] 해피엔딩이 아닌 새로운 챕터의 시작. 영화<결혼 이야기> 리뷰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나의 디지털 해방일지

나는 나의 유일한 구원자


성장기 청소년도 아닌데 빌런에게 쫓기는 꿈에 아직도 시달립니다. 현실의 지옥에 나를 떠민 빌런들이 불타는 불도저를 몰고 와 벼랑 끝에서 밀어버린다던지. 꿈 속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오징어게임의 실사판 같달까요. 낯선 지역에 뚝 떨어져 독박육아에 허덕이던 시기엔 예전 직장 상사들이 자주 출몰했어요. 퇴사 후에도 잊기 힘들만큼 강력한 캐릭터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영혼은 회사에 저당잡혔을 지언정 내 이름으로 살던 시기가 그리웠다는 마음을 발견했어요.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의 삶은 180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질문 나에게 해 본 적 "없다" 하시는 분 제보 바랍니다.

때로는 실시간으로 어쩔 땐 하루에 수십번도 던질만한 질문이죠.

타임슬립, N회차 인생이 콘텐츠 성공방정식의 새로운 키워드라더니.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공전의 히트작 <모래시계>급의 신드롬을 경신했다!'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며 떠오르며 '만약'으로 시작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만약 타임슬립을 했는데 고3이면 어쩌지? 원주율이 3.14였던가? 이 상태로 수능은 폭망일텐데 그럼 재수는 확정인건가? 아니지. 천리안, 나우누리를 지나 고속인터넷망의 시대에 편승해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볼까? 아니지. 고소득 알바로 종잣돈을 모아 애플 주식부터 사는 거야!! (저만 이런 생각을 해본 건 아니겠죠?ㅎ) 추억은 방울방울 모드로 고속 진입하게 만드는 드라마 속 추억의 공간과 아이템. 캔모아, 준코, 싸이 월드, 폴더폰, 비디오, MP3 등등. 그 시절의 감성에 젖어들면서 깨달았어요.
호시절이라는 게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구나. 싱그럽고 청량하던 청춘이 얼마나 반짝거리는 젊음인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서 보이는구나. 존버를 외치며 바들바들 견디는 시기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는 필터가 먼지처럼 쌓일테고. "그 때가 좋았지!" 같은 당시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소리를 훗날 하겠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아니 180도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도 잠시. 어쩌면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되돌린 시간의 한 지점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겐 시간을 관장할 수 있는 초능력이 없다.
고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집중한다.
가급적 후회는 적게 남길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것에 온 힘과 마음을 기울인다.
미래의 나에겐 차선책일지라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런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없을 땐 <어바웃 타임>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막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그런 능력을 버릴 수 있다고? 그 물음표는 아이가 생긴 이후 느낌표로 바뀌었어요. 네가 아닌 그 누구도 대체불가능한.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의 힘을 알게 되어버렸거든요. 영원히 잊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이 존재한들, 기술의 발전으로 타임머신이 개발된다 한들 과거를 바꿀 수 없게 되어버린 거죠. 앞으로 펼쳐질 5G 고생길이 LED 화면처럼 신랄하게 눈을 희번뜩여도 OK.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구나. 그 대상이 아이로 변하는 동안 과거의 내가 구분지었던 한계는 사라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블랙홀처럼 증식 가능하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아. 네 자리를 남겨둘테니."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작은 패들보트 하나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에서 균형을 잡으려 바들바들 애쓰는 동안 장딴지엔 다부진 근육과 굳은 살이 돋아니다. 어퍼컷, 돌려차기, 헤드락 등등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훌훌 털고 다음 걸음을 옮겨야지 할 수 있는 깡다구도요.
지켜야 할 것이 있으니까요. 내가 이 세상에 초대한 내 아이. 내 몫의 책임을 내 사람들에게 다하는 것. 때로는 정말 수증기로 증발해 버리고 싶다는 내적 메아리가 댕댕댕 골을 울려대도. 거지발싸개보다 못한 상황에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져도. 몇 번의 타임슬립을 통해 최선이라 파악한 생의 한 지점이라 생각하면 홀가분해집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말이죠.
.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사는 게 괜찮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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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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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방구석 통신] 오십이 되면 친해진 공간 하나 생길까 
나는 공간과 친해 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독립해서 원룸에 살 때, 나만의 공간을 만든답시고 좋아하는 그림엽서도 붙이고 해보았지만 여전히 그 공간에 애정을 갖지는 못했다. 그림엽서를 붙인 그 벽은 좋아했지만 그뿐이었다. 텅 비어있는 커다란 하얀 벽에 조그마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 취향들이 외로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눕는 침대마저도 아늑한 기분보다는 여행지 숙소 침대에서 자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침대에 누워 잠들지 못한 채 뒤척였던 밤들이 가득했다.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네 명의 엄마

첫 번째 엄마가 말했다. 사랑해. 불꺼진 엄마집 팔베개 너머 들었던 말. 사진 위 올라탄 가위질 소리마다 

엄마의 얼굴은 남김없이 지워지고 각자가 된 우리는 산산이 흩어졌다. 두 번째 엄마가 말했다.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친외하는 어머니들께 올림 

어린이날은 최대한 동선이 짧아야 한다. 다행히 아이가 집돌이 성향이 있어 안심하고 야외나들이보다는 집에서 노는 계획을 세웠다. 양가에서 유일한 어린이라 듬뿍 사랑을 받는 아이의 어린이날 일정은 친가 식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친가, 외가라니.

[기록하는 비꽃] 나를 위한 향수와 립스틱 
연수에서 우간다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향수와 립스틱을 샀다. 여전히 도시 여성을 동경하지만 우간다 시골 여성으로 사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렇다면 마음만은 예쁘고 반짝반짝하게 살아야지 하고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고, 약속 없는 날이지만 향수까지 뿌렸다.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내 마음이 들리니? 

이 그림에서도 다소 답답해 보이는,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우리네 일상의 풍경 같은 저 담담한 외관의 집들이 보입니다. 자세히 살펴 보면 꽉 막힌 듯한 집들에도 몇 개의 열린 창들이 보이지요.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기 속으로만 빠져들지 않고 그나마 저 창문들을 통해서 왁자지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듣고 환하게 비쳐드는 햇살이며 솔솔 불어오는 바람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예요. 

[사슴피디의 엄마의 영화관] 해피엔딩이 아닌 새로운 챕터의 시작. 영화<결혼 이야기> 리뷰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고, 얼굴만 바라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방금 데이트하고 집에 돌아와 또 전화기를 붙들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 그 사람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냐고 묻는 말에 “그냥 좋으니까, 다 좋다.”고 대답했던 설레는 시간을 지나, 이런 점은 이유 없이 좋고, 저런 점은 제법 괜찮은 것은 같고, 그래도 참아 줄 만한 단점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바꿔 보고 싶은 그런 성격들이 대충 파악이 되었다고 말도 안 되는 자만심이 생기는 순간.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나의 디지털 해방일지
스크린 타임이 평균 8시간이라는 알림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일과 육아를 함께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루에 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혹시 어딘가에서 중요한 연락이 오지는 않았는지 내가 없는 사이 인스타에서는 더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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