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의 아픈 조언

Season 3 | 퓨처플레이 | 플라잎 | 28 Oct
[정중한 사과의 말씀] 지난 26일 레터 '강지민의 엄마라는 명함과 신뢰의 가치 딜레마 : 째깍악어'편에서 심각한 오타를 냈습니다. 째깍악어를 째깎악어로 표기했습니다. 제작 프로세스의 고질적인 결함이 드러나, 부끄럽습니다. 통상 새벽 3~6시 전문 쓰고 오전 7시(유료 구독자 기준)발송하는데, 오타에 취약한 프로세스의 결함입니다. 보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님께 죄송한 말씀드립니다. 쫌아는기자들 드림. 

[그때투자] 콜드콜의 반전, 플라잎(PLAIF)의 인공지능 산업용로봇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에선 현업 투자사의 대표가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배경과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모든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은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준비할지”가 아닐까. 요즘에는 온라인 강의들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팀은 어떻게 만들지,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쓸지  똑 부러지게 알려주는 선생님은 찾을 수가 없다. 도움을 줄만한 기관을 열심히 찾기 마련인데, 액셀러레이터나 VC가 훌륭한 후보일 수 있다. 문제는 경험도 인맥도 없으면 어떤 기관에 어떻게 연락할지 조차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럴때 콜드콜(cold call)이다. 온라인으로 정보 찾아 홈페이지 창구로 용감하게 연락하는 것이다.  단어 그대로 차가운 연락이다. 사이가 따뜻하게 달아오르기 전에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하는 연락이다. 2년 전, 퓨처플레이 홈페이지에 이메일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TIPS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드립니다. 현재 외국계회사(산업용 로봇분야)에 기술 팀장으로 있으며, 몇 년 전부터 생각해온 AI+산업용 로봇의 아이디어를 창업하고 싶어 문의 드립니다. 문의 및 상담 방법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태영.” 

보통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없고, 본인 상황도 자세히 알리지 않은 콜드콜 메일에는 정중한 거절 회신을 보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퓨처플레이도 잘 모르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묘하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경험많은 분은 과연 어떻게 AI를 활용할까. 얼마나 답답하면 스스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메일을 보냈을까. 안타깝기도 했다. 

처음 만난 정태영 님은 첫인상이 강렬했다. 래퍼나 락커를 연상하는 염색한 곱슬머리에 놀랐다. 외국계 산업용 로봇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그야말로 산전수전 겪으며, 정말 다양한 사이트에 로봇 시스템을 적용했던 경험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창업을 생각한 계기가 다양한 연구자들과 AI 스터디를 하면서부터라는 것도 좋았다. 
래퍼를 연상하는 염색한 곱슬머리의 예비 창업자

문제는 태영 님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데다 아직 정식으로 합류 의사를 밝힌 팀원도 없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이런 경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바이블로 여기는 책이나 웹사이트를 알려드리고 잘 준비해서 다시 찾아오시라고 하고 미팅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태영 님에겐 뭔가 제대로 “가르쳐 드리고” 싶었다. 경험 많은 로봇 엔지니어가 굳이 AI 공부하며 연구자들과 창업 준비하고 있다면, 내가 쓰는 시간의 크기보다 이 분들이 만들어낼 미래의 크기가 훨씬 크지는 않을까, 그런 이상한 믿음이 생겼다. 

이후로 2주에 한 번 태영 님과 시간을 보내며 스타트업 개념을 설명드렸고, 단순 기술 아이디어가 아닌 사업계획을 만들도록 조언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평생 로봇만 들여다보신 분이 생소한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한숨과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씩 창업가로서 태영 님의 능력은 자라나고 있었다. 성장에 대한 믿음은 다시 한번 태영 님을 뵙고 다음 단계로 나가게 만들어 드리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 대략적인 사업 계획은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태영 님 혼자 있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잖아요? 같이 스터디 하시던 동료분들을 정식으로 코파운더로 만들어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아직 투자도 받지 않은 회사에 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있는 친구들이 오려고 할지...” 

AI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에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 알아서 돌아가는 공장 자동화를 도입하겠다는 꿈을 꾸었던 동료들. 하지만 그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분명 그런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엔지니어로서는 멋지고 기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는 그런 미래를 만들어가며 돈도 같이 벌 수 있을까?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의 삶에는 영향이 없을까? 대표 혼자 회사를 만들면 절대로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투자 받지 못한 회사가 훌륭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도 없는 딜레마.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이 겪는 모순된 상황을 태영 님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리더십은 설득의 예술이라는데...

역시나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냉정한 어조로 “그래도 대표가 되시려면 동료들을 설득해 코파운더로 만들어 오셔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그렇게 되면 연락을 하라고 한다. 어찌 보면 리더십이라는 것이 설득의 예술인데, 함께 회사를 만들자는 설득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뭐가 씌웠는지, 나는 또 한 번 다른 결정을 하게 되었다. 태영 님께 같이 스터디 하던 동료 분들을 모두 모아달라고 했다. 태영 님은 몇 년 간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모아 AI 스터디를 어렵게 이어나갔다. 이건, 스터디 구성원들이 태영 님을 믿고 따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분들이 섣불리 스타트업에 동참하지 못하는 건 태영님의 리더십이 문제가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그 공포를 지워주는 데에는 같은 엔지니어로서, 연구자로서 먼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엑시트를 경험한 내가 더 적임자는 아닐까. 그렇게 퓨처플레이를 찾아온 스터디 동료 분들께 진심으로 내 생각을 전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래는 온다. 그리고 그 미래엔 여러분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미래를 스스로 만들기로 결심만 한다면, 그 미래의 보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다. 포기한다면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대표님! 저희 모든 스터디 멤버들이 창업에 동참하기로 했어요!”  전화기에서 태영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랍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다. 이 분들은 다만 딱 한걸음 더 내딛을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고, 내가 낸 딱 한시간이 디딤돌을 만들어 드렸구나.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그 한 시간을 내지 않았다면? 세상을 바꿀 로봇 전문가와 AI 전문가의 스타트업이 아예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테니까.
태영 님과 스터디 멤버들의 회사, PLAIF(플라잎, Planning AI For의 약자)는 탄생했다. 퓨처플레이의 투자를 받고, 만도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TechUP+에 참여해 만도의 투자도 받았다. TIPS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지원받았다. 주니어 심사역들이 때때로 묻는 질문 중에 “콜드콜에는 어떤 기준으로 응해야 하는지”가 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나 공동투자를 했던 투자사들이 추천하는 스타트업들만 보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일면식도 없는 스타트업들이 보내는 콜드콜에 일일이 답을 주고 챙기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답을 하곤 한다. “어떤 창업가들은 우리가 한, 두 가지 발판만 만들어 드리면 크게 성장하실 수 있어요. 그런 기회를 퓨처플레이를 모르고, 사업계획서 쓰는 법을 모르고, 공동창업자의 마음을 얻는 법을 모른다고 해서 날려버릴 수 있을까요? 세상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있게 하는’ 것이 우리 사명은 아닐까요? 단순히 돈을 드리는 것 말고요.” 
[프리미엄] 정태영 플라잎 창업가 인터뷰 "스크린 밖, 리얼월드 인공지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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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 플라잎

설립연도 : 2020.01.29 
주력 서비스 : 산업용 로봇 AI 솔루션 

정태영 대표 이력 
1. 로보큐브테크 엔지니어 5년 
 = 모터 드라이버 개발, 휴머노이드 손/눈 개발  
 2. KEBA Korea 창립멤버 (약 8년)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팀장
 = 모든 종류의 산업용로봇 개발 및 대/중견 기업과 양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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