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 장은미 기자입니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직장인 커뮤니티 앱을 만든 개발자가 출연했더라고요. 커뮤니티 활성화 배경으로 '현대판 대나무숲', '갑질 경영의 저승사자'로 비유된 것이 흥미로웠어요.

사실 '노사', 사측과 노동자는 동등한 목소리를 갖기 어려운데요. 노동자에게 목소리를 갖게하는 것은 결국 연대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

오늘 뉴스레터는 대구와 경북의 어떤 노동자들의 이야기인데요.
일터 대신 거리로, 고공으로 간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
💌
들어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한국옵티칼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또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입니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습니다. 


2018년, 2019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60명 수준으로 생산직이 줄었지만, 2022년 4월 중국 공장 폐쇄 문제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으로 100명을 다시 신규채용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여섯 달 만인 10월 4일 화재가 발생해 300억 원이 넘는 재고가 불타고, 공장 1개동이 전소했다. 사측은 화재 한 달 후인 11월 4일 청산을 결정했습니다.


▼ 한국옵티칼 사옥

👨‍🏭조양한울기공

조양은 대구 달성군에 있는 농기계 기어펌프 제조회사입니다. 자회사인 한울기공은 2021년 2월 기어가공 공정 일부를 떼서 만든 법인으로, 대표는 조양 대표의 아들입니다. 두 회사 합쳐 전 직원이 29명인, 작은 회사예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최근 조양의 매출을 보면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하게 늘어나기도 했고, 2020년은 영업이익이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2020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약 10억 원, 2021년 9억 9천만원, 2022년 3억 2천만원 등으로 확인됩니다.  

2022년 금속노조에 가입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 쪽이 분회장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노동조합과 갈등을 벌였습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노동조합이 2023년 5월 2일 파업에 돌입했고, 바로 다음 날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 조양한울 사옥

📁 장기자 한 마디 🎤 

대구와 경북, 지역의 이야기. 특히 노동 사안은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기가 쉽지 않는데요. 뉴스민이 열심히 다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지역의 노동 사안인데요. 한국옵티칼과 조양한울 노동자들의 현재 상황과 뒷이야기를 취재기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국옵티칼, 조양한울을 취재하고 있는 박중엽, 김보현 기자를 모셨습니다 🎤 
  
🤔 먼저 경북 구미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하고 있죠?

👨‍🏭 박중엽 기자) 2022년 한국옵티칼 공장에서 불이 난 것을 계기로 회사는 공장을 청산하기로 하고, 직원들에게 희망 퇴직을 접수 받았습니다. 그 후 한국옵티칼은 회사를 폐업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11명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해고된 사람들이에요. 해고자들은 평택에 있는 공장(한국니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어요. 공장 철거를 반대하며 1년 가까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데, 지난 8일부터는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어요. 

평택공장과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은 다른 법인이긴 하지만 같은 그룹(니토덴코 그룹) 소속이니, 그룹 차원에서 고용승계 하라는 거죠. 노동자가 화재에 책임도 없고, 평택공장에서 신규 직원도 뽑고 있으니 여력도 있다는 거예요.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
🤔 대구에선 조양한울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요?  

👨‍🔧김보현 기자) 천막농성은 올해 1월 4일 시작했습니다. 작년 5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양한울분회와 회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100일 넘도록 파업을 진행한 게 시작입니다. 파업보다 주목해야 할 건 ‘직장폐쇄’인데요.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 하루만에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6조에 의하면 직장폐쇄는 쟁의행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분명해진 것을 전제로 사측이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어적 조치입니다. 당시 데스크가 “길어질 수 있으니 꼼꼼하게 챙겨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요. 지난해 7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공격적 직장폐쇄 및 파업 기간 대체근로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파업 후 노조는 회사로 복귀했지만 사측은 파업 때문에 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순환 휴직을 통보하고, 올해 1월 1일자로 대량해고를 했습니다. 대상은 노동조합 조합원 11명이고요. 노조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앞선 11월 회사는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은 절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 인도에 천막을 쳤습니다. 이들은 조양한울 대표이사 구속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요. 이들은 분회장을 포함해 해고된 조합원 12명이 회사에 복귀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설치된 조양한울 노조의 천막농성장
🤔고공농성 이후 어떤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 박중엽 기자) 고공농성 직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17일부터 공장 청산인 측이 본격적으로 철거를 시도하고 있어요. 철거 시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일단 회사가 법원에 제기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이 인용됐기 때문이에요. 법원(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2민사부)은 노조의 활동이 적법한 범위를 넘어 고공농성과 점유 등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어요. 구미시에서도 사측의 공장 철거 계획을 승인해서, 일단 법적으로는 당장 철거를 해도 무방한 상태예요.

청산인 측은 철거를 위한 장비를 싣고 공장에 매일 진입시도를 하고 있는데, 진입로를 해고자를 포함해 이들과 함께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막아서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시점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농성장 앞에 방문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한 사람이죠. 희망버스도 거기서 시작된 운동이었죠. 김 지도위원 사례가 의미있는 건, 한진중공업 사건이 사법부 판단이 아니고 노사간 협의로 결국 37년만에 복직을 이룬 사건이기 때문이에요. 회사가 마음먹으면 쉽게 풀리는 문제라는 거예요. 김 지도위원은 현장에서 고공농성 중인 사람들을 응원했고, 회사가 협의에 전향적으로 나서길 촉구했어요.

17일 한국옵티칼 청산인이 공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해고자들에 막혀 되돌아갔다
🤔최근 노동청에서 조양한울 손기백 분회장의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왔는데요. 어떻게 됐나요? 

👨‍🔧김보현 기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손 분회장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지난 18일 심판회의를 열고 모두 기각 판정을 내렸습니다. 판정문은 판정 이후 30일 이내 나올 예정이라 아직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손 분회장은 판정문이 나오면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명백한 부당해고 근거가 있음에도 불공정, 편파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해요. 대표이사가 지난해 초 손 분회장을 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한 건은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황인데요. 대표이사와 손 분회장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손 분회장은 아들인 한울기공 대표이사가 지시한 업무로 벌어진 일인데, 사측이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지난해 3월 ‘징계 철회 합의서’를 사측과 합의했고, 이를 지노위에 이야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11명의 해고 조합원들도 지난 1월 2일 경북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출했어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1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부당해고 편파 판정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기백 분회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 향후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박중엽 기자) 회사 입장에서도 철거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노조의 요구도 불가능한 요구도 아닌데다가, 사태를 긍정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은 구미시에도 있는 만큼 노동자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철거하는 모습이 나오는 건 부담될 거예요.

결국 키는 사측에 있는 거죠. 한국옵티칼은 니토덴코의 방침을 따를테죠.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은 일본의 노조, 시민사회와 연대해 니토덴코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고, 니토덴코가 생산하는 고로고로 테이프 같은 상품 불매운동도 전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니토덴코가 일본기업이다보니 국내 여론의 영향도 덜 받을테고, 직접적인 제재도 받을 게 없어요. 그래서 쉽지 않은 상황 같아요. 구미시는 물론, 곧 있으면 총선도 있는데 총선 출마자들이 이 구미시 현안 사건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김보현 기자) 당장 노조가 기다리고 있는 건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지노위, 중노위 판단인데요. 회사로 복귀하는 게 시급한 문제입니다. 노조가 천막농성까지 하며 빠른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청에 적극적으로 조양한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3권 부정, 노동조합 지배개입, 비조합원 금품매수 등 사측의 불법행위 관련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진정·고소 고발된 사건이 40여 건이고, 이 중 일부 사건은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법적 판단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여러모로 막막한 상황입니다. 

▼13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구미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 마지막으로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박중엽 기자) 우리사회가 좀더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법에는 구멍이 크고, 화재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받은 노동자들을 돌보는 제도는 없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 노동자가 다른 공장에서 일이라도 계속 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불합리한 점이 없어요. 반대로 토지 무상임대, 세제 혜택을 받아가며 창출한 이윤은 일본 본사로 보내던 한국옵티칼이 불이 나자 깨끗하게 손털고, 노동자도 털어내고 떠나는 것에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을지언정 무책임하죠.

그래서 우리사회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일방적 청산을 견제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등 제도 정비도 시급하고요. 이를 넘어서 종국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윤리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좋은 세상이겠고, 해고노동자들이 윤리적 사회를 위해 먼저 첫 발을 뗀 거예요. 하지만 현실에서 권한이 있는 정치인들은 뒷처리보다는 생색내기 좋은 외투기업 유치라는 단기 성과에 더 욕심을 내겠죠. 그렇기 때문에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이러한 의제에 대한 쟁점화와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도 더욱 필요해요.👀

👨‍🔧김보현 기자) 조양한울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뉴스레터에서 깊숙하게 다룬 적이 있기도 한데요.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취재를 하면서 매순간 느낍니다. 회사의 논리는 쭉 하나예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면서 물량이 줄었고, 어쩔 수 없이 대량해고를 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해석 해봅니다.

‘대표이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줄어든 물량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회사가 하지 않았다’,
‘해고한 직원의 자리를 대표이사의 가족이 채우고 있다’

노조는 부당해고임을 뒷받침할 근거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어요. 해고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삶을 생각한다면 노동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로 보입니다. 👬

  ✉️ 뉴스민 뉴스레터 ✉️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뉴스민 뉴스레터 <뉴스미니> 용감한 장기자는
매주 월요일 오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뉴스레터에 관한 질문과 피드백이 있다면 
newsmin@newsmin.co.kr로 알려주세요.
  뉴스민은 지난 2012년 5월 창간한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입니다. 가장 억압받는 이들의 삶과 투쟁, 그리고 지역사회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는 뉴스민은 후원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뉴스민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세요. 🙇‍♂️
 📢 뉴스민 독자회원에게 드리는 혜택

🎬공간대관 신청 

1. 뜻밖에 스튜디오
팟캐스트와 녹음, 콘텐츠 제작 등을 위한 스튜디오 대관이 가능합니다.
※ 실내 4층/ 면적 10평/ 수용인원 5명

2. 뜻밖에 회의실
회의, 세미나, 커뮤니티 등의 행사가 가능한 회의 공간 대관이 가능합니다.
※  실내 4층/면적 15평/수용인원 20명
  📢 뉴스민 독자회원에게 드리는 혜택 또 하나!

 💡 광고게재 신청
뉴스민 독자회원에게 홍보 공간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무료 배너 광고는 독자회원 별로 연 1 회, 일주일 입니다. 
(※ 불법적이거나 반인권적인 광고나 정당 홍보 광고를 제외)
뉴스민
newsmin@newsmin.co.kr
주소 대구광역시 남구 현충로244 3층
전화번호 070-8830-8187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