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향해 짖는 댕댕이 '도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이 지난 주말부터 크게 떨어졌어요. 미국 거래소에서는 19일 오후 5만1000달러선에 거래되기도 했고요. 며칠 전 최고가 6만3천달러선을 넘었던 것에 비해 20% 가까이 급락한 거예요.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들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이런 가운데에서도 도지코인은 잠시 가격이 떨어졌다가 나홀로 급반등했어요. 도지 1코인당 현재 가격은 35센트를 넘나 들어요. 연초 0.5센트 수준에서 무려 70배나 오른 거예요. 지난 16일에는 43센트를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어요.

미국의 개발자들이 2014년 장난스럽게 만든 암호화폐에요. 도지(doge)는 독(dog)을 인터넷상에서 귀엽게 부르는 말이에요. 우리가 멍멍이를 '댕댕이' '멍뭉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죠. 마스코트도 일본 시바견이고요. 실제로 다른 암호화폐하고 좀 달리 엉성해요.

우선 발행 숫자의 제한이 없어요.  전세계적으로 1분에 1만개 정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현재 1200억개를 넘어서 계속 더 늘어나고 있고요. 비트코인은 전체 채굴량이 2100만개로 한정되어 있어요. 이런 희소성때문에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죠. 그리고 도지코인은 지금 결제수단으로도 사용되지 않고 있고요. 최근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어요. 아무런 쓰임새 없이 그냥 거래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죠.

순전히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때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예요. 올초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doge'라고 한 단어만 올린 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도지코인을 부채질했어요. "(도지코인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고 했고요. "작은 X(아들)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도 했어요. 지난 13일에는 코인베이스가 도지코인을 거래해야한다고 했고, 14일에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개'의 그림을 올리며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글을 날렸어요. 우주사업도 하는 머스크의 기업에 빗대 도지코인이 달까지 갈 것이라는 말이 돌았죠. 머스크가 트윗을 할때마다 도지코인의 가격은 폭등했어요.

미국 개미들이 래딧 증권방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도지코인을 대거 사들이고 있어요. 래딧은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예요. 여기 도지코인방 회원은 무려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요. 특히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급격하게 회원이 늘었죠. 그리고 개미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는 지난 16일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어요. 이 커뮤니티에서는 4월20일(현지시간)을 '도지데이'라고 부르면서 69센트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말들도 있어요. 일각에서는 펌핑(가격 끌어올리기)을 위한 작전이라고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