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가 소피의 죽음을 묘사한 것은 이 그림이 처음은 아닙니다.
26살이었던 1885년 처음으로 소피의 죽음을 ‘아픈 아이’(The Sick Child)라는 작품에서 그린 뒤 뭉크는 64살이 된 1927년까지 40여년 간 ‘아픈 아이’를 여러 작품으로 그렸습니다.
공개된 작품으로는 유화가 6점, 판화가 8점에 달하고 드로잉까지 합하면 더 자주 천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소피의 죽음을 괴로워하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곱씹은 걸까?
그림을 보면 뭉크는 단순히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기 보다는 그 때 느꼈던 처절한 외로움과 불안, 두려움을 표현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흐르는 눈물처럼 물감을 세로로 그어 내리거나, 공허한 얼굴을 묘사하거나, 쏟아질 것 같은 방을 그리면서 말이죠.
즉 아픈 기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자처럼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문학가는 그런 탐구의 결과를 시와 소설 같은 문학 작품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만들어 내듯 뭉크는 그것을 시각 언어로 풀어 놓기를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깊은 탐구는 ‘절규’와 ‘마돈나’ 같은 세기의 명작을 낳는 토대가 되었음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뭉크는 “어릴 때부터 내 요람은 아픔, 광기, 죽음이라는 검은 천사가 지키고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검은’이라는 말은 두렵고 불안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천사’는 나를 지켜주는 존재라는 말입니다. 삶에서 겪는 고통과 상처, 외로움은 나를 시련에 들게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를 직면하게 해주는 인생의 수호자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죠.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아픔을 끈질기게 파고들고 극복하면,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단단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그는 슬픔을 담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