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식물에게 배운다, 두 번째 이야기 
"키를 낮추면 우리 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행복이 더 잘 보인다."
- 오경아, 『소박한 정원

안녕하세요.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 19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물 마음 돌봄 키트'를 제공했습니다. 식물이 삶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들이 떠나기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품은 식물 이야기가 담긴 문장을 모아 읽으니 힘이 됩니다.  님,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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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세밀화가/작가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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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작가가 밑줄 그은 문장 +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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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신간 소비

읽기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추천하는 책과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식물세밀화가/작가 이소영

ⓒ 이소영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관찰하면 할수록,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식물을 통해 깨우친다."
- 이소영  『식물 산책』

식물세밀화가이자 식물 연구자,  『식물 산책』, 『식물의 책』을 쓴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식물 라디오> 진행자 여러 통로로 식물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소영 작가는 말합니다.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더 넓고 큰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다고요. 그러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봐도 좋겠습니다. 

- 식물세밀화란 무엇인가?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린 기록물이다. 어느 계절에 식물도감을 봐도 식물 이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이 모든 기관이 다 들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식물세밀화는 '과학 일러스트'라는 점이다. 식물 연구 과정에서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그리거나 사유를 담아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 어떻게 그리나? 네 개의 계절을 한 장의 그림에 모두 담을 수 있나?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특징은 강조하고 환경 변이(찢어진 잎 등)는 축소해서 그린다. 그리는 사람의 눈을 한 번 거친, 편집이 이뤄진 그림이다. 어떤 걸 삭제하고 강조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식물을 잘 알아야 한다. 계절마다 식물을 관찰한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을 보고, 꽃이 피거나 열매, 겨울눈을 맺는 시기에도 직접 눈으로 식물을 보고 채집한다. 그렇게 몇 장의 스케치를 그린 후에 다시 배치해서 그림 한 장으로 완성한다. 사진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사진이 옥상에 핀 민들레를 사진 한 장에 찍는 것이라면, 식물세밀화는 너른 지역에 핀 수십수백 개의 민들레를 모두 관찰해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점을 강조해 한 장의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 식물세밀화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평생동안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인내심, 반복되는 것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끈기, 식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 어느 하나의 식물을 수십 년간 반복해서 보아야 한다. 내게도 2009년에 스케치하고 아직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있다. 이 그림도 고쳐 그려야 한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서 다른 장소에서 이 그림 속 식물을 더 많이 보았을 때, 내가 그린 그림이 틀렸다면 수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출간한 책에도 최신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 요즘은 어떤 작업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계절을 지나고 있나?
식물연구기관과 식물학자와 일하는 게 기본이고, 시간이 나면 개인 작업도 한다. 지난해부터 경상북도 봉화에 위치한 백두대간수목원과 협업하고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드 볼트(Seed Vault, 식물 종자의 연구와 보존을 위한 씨앗 저장소)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사과로 유명한 봉화에 갈 때마다 사과 품종을 그리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 있는 식물을 기록하는 개인 작업을 하면서, 다음 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 책, 신문 칼럼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식물 이야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식물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나 반응이 달라진 걸 느끼나?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그때는 식물 하면 농사, 중장년층의 취미 생활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원예학과에 입학했을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SNS에 내 시선으로 보는 식물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목소리를 냈다. 오디오클립을 시작한 2017년, 첫 책을 펴낸 2018년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20~30년 후에는 식물과 관련한 일이 주목받으리라 예측했는데, 불과 10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공기가 안 좋을 때 공기 정화 식물을 찾고, 식량 문제로 도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생기고, 질병 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는 면역력 좋은 식물을 찾는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이런 흐름이 있었다. 사람들은 결국 식물과 연결되어 있다.

- 첫 번째 책 『식물 산책』에 식물을 둘러싼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두 번째 책인 『식물의 책』은 도시식물을 다룬다. 왜 도시식물인가?
식물학자들은 멸종위기식물, 희귀식물, 특정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표본을 채집한다. 예를 들어 특산식물, 멸종위기식물, 희귀식물에 모두 해당하는 구상나무 표본은 많다.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잘 기록하지 않게 된다. 다음에 할 수 있으니까, 이미 누군가 했겠거니 하는 마음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일수록 더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펴낸 책(『식물 산책』, 『식물의 책』)과 오디오클립 <식물 라디오>가 식물에 관한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한다면, 앞으로는 특정 식물군에 대해 더 깊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

- 그중에서도 먼저 다뤄보고 싶은 게 있다면?
잡초. 심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라는 식물. 잡초라고 부르지만 실은 다 이름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쁘다. 꽃집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중에도 원종이나 친척뻘인 종이 잡초인 경우가 많다. 관심이 덜한 식물에 빛을 비추는 게 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역할이다. 식물 연구는 결국 식물 종 보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연구자들이 연구만 할 게 아니라 식물을 소개하고, 결국 사람들이 그 식물을 사랑해줘야 보존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식물세밀화가 아닐까.

- 작업실 풍경, 식물 사진 등을 기록한 인스타그램(@soyoungli)이 하나의 아카이브 같다. 기록하는 마음이란?
식물세밀화를 그리면서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되었다. 같은 식물 일을 해도 식물세밀화가인 나는 식물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사진을 찍지만, 조경가는 식물 하나가 아니라 전체를 사진에 담는다. 식물분류학자는 식물 한 종 한 종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식물의 분류 키가 되는 작은 부위까지 사진을 찍고, 식물생태학자는 숲을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숲 전체 모습을 담아낸다. 내 시선으로 보는 식물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침 식사 사진을 찍는 분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식물은 아름답고, 고마운 존재다. 

이소영 작가를 성장하게 한 책과 문장이 궁금하다.
  📚 이소영의 문장들

식물과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이를 더해준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첫 직장인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점심 시간에 수목원의 너른 정원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곤 했다. 정원을 만드는 사람의 수고와 마음, 정원에 심긴 식물 각자가 지닌 사연은 미래의 내가 식물과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 "정원은 단순히 예쁜 꽃을 심어놓고 그걸 보는 재미를 느끼는 공간은 아니다. 무얼 심을까 상상하는 즐거움, 심어놓은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의 즐거움, 흙을 일구며 땀 흘릴 수 있는 노동의 즐거움, 식물과 자연이 내게로 뭔가를 꾹꾹 넣어주는 충만의 즐거움. 정원은 그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다."

  • "세상의 병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으나 과학자와 식물학자들은 분명히 그 병을 고칠 해답이 식물에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렇게 믿는다."

  • "그해 봄은 우리에게 딱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지만 그 봄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절망할 것은 없다. 이듬해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나무들이 늘 내게 말해준다."

  • "키를 높이면 더 많은 세상이 보이지만 키를 낮추면 우리 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행복이 더 잘 보인다."

  • "정원 일을 하면서 이 일이 이론적 무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매번 깨닫게 된다. 스스로 경험하고 그 안에서 부딪치며 식물과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정원에서의 일은 단시간에 속성으로 해볼 방법이 없다."
자연과 더불어사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가 건네는 따끔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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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가 추천한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문장들을 제안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위로 
『소박한 정원』
+ 『식물의 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 주위를 둘러보면 출근길의 나무도 베란다의 화분도 조금씩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고요해 보이는 식물들은 실은 분주하게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식물을 사랑한 가드너들의 책에서 위로의 문장을 찾아보세요.

  • "정원의 지극한 고요함은 바깥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운지를 늘 깨닫게 해준다. 정원은 고요하다. 그래서 아무 소리가 없는 줄 알지만 정원은 실은 동물과 식물이 내는 소리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우리가 내는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 "나무처럼 고요히 살고 싶다 하면, 그건 오해다. 1년 내내 나무도 사느라 힘들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비에, 생명에 치명적인 거친 바람을 이겨내며 산다. 껍질을 파고드는 곤충과 잎을 갉아먹는 벌레도 참고 이겨내면서… 그리고 봄이 오면 꽃망울을 피우고 열매 맺어 열심히 후손을 퍼뜨린다. 생각해보면 어느 한순간도 고요치 않다."

    제목  소박한 정원
    저자
      오경아
    출판사
      궁리
  • "식물이 삶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이렇게 되묻는다. 식물이 없다면 누구에게 위안을 받을까? 식물은 보고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나름대로 정신세계가 있다. 존재 자체로 충분히 어떤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 "숲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집 안에 만들어 놓는다면 어떨까. (…) 빌딩과 자동차로 가득한 퇴근길을 뒤로하고 나만의 은신처로 귀가했을 때 숲속 같은 느낌을 주는 초록 잎들이 가득한 공간이 있다면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시간이 얼마나 더 편안할까."

    제목  식물의 위로
    저자  박원순
    출판사  행성비
큰 나무로 자란 여성 과학자들의 목소리 
이소영 작가는 대학생 때 이유미 박사가 쓴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고 언젠가 광릉 숲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뤘죠. 앞서 길을 걸어간 사람이 눈앞에 보이면, 그 꿈은 구체화됩니다. 커다란 나무로 자란 여성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까요?

  • "나무들은 더러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터전을 확대하는 데 겨울 추위를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절벽 바위 틈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워낙 물이 부족하므로 실뿌리를 많이 만들어 주변의 습기를 가능한 한 최대로 모아놓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물이 얼어 부피가 늘면서 바위가 벌어지고 그 틈새로 뿌리는 깊이깊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나무뿌리가 바위를 자르는 힘의 원천은 뿌리가 모아놓은 작은 물방울들과 자연을 끌어들인 나무의 지혜였습니다."

    제목 광릉 숲에서 보낸 편지
    저자 이유미
    출판사 지오북


  •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제목  랩걸
    저자/역자  호프 자런/김희정
    출판사  알마

두근두근, 이 주의 신간 소비

지면을 뚫고 나오는 생생한 에너지
“정말 값진 이야기는 이들이 간직한 시행착오의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불안과 자기 불확신의 시기를 관통하면서 실패와 실수까지도 고스란히 겪고 고유한 삶의 무늬로 만들어낸 시간이야말로 여러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참조점이 될 거라 믿습니다.”
 『멋있으면 다 언니』 

✍️ 큐레이터 L
그들만의 이야기 수렴되지 않기에 소중한 대화들. 계속해서 많은언니들의 이야기가 보태어지기를 기대한다.
#멋언니 #인터뷰 #여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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