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신학자 #97 장 칼뱅, 위로의 편지
#98 칼뱅은 '칼뱅주의'라는 말을 증오했다
#99 수산나 웨슬리에게 ‘체험’은 필수였다
#100 100호 특집! #101 존 웨슬리, '칭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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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호 기념, 피드백 이벤트(발표: 2월 22일)
이달의 신학자 '100호'를 기념하며 피드백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달의 신학자 뉴스레터를 함께 읽어 오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추첨을 통해 다섯 분께 책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하단 FeedBack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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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안녕하세요.
편집자 B입니다.
이달의 신학자 '100호'를 맞이해, 특별히 이때까지 보낸 뉴스레터를 정리하고 아카이브를 만들어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전에 놓쳤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다는 피드백이 꽤 많아서요. 앞으로도 독자님의 이야기를 통해 이달의 신학자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최근에 어느 독자님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나는 복음주의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복음주의자가 아닌 것도 아니다.” 아마도 복음을 믿는 것과 복음주의자가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처럼 보입니다.
칼뱅은 ‘칼뱅주의’라는 말을 증오했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하겠지만, 그는 자신의 무덤에 어떤 표시도 남기지 않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칼뱅과 칼뱅주의라는 단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마이클 리브스의 책 『꺼지지 않는 불길』의 한 장면을 가져와 독자님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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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년은 종교개혁을 전진케 하는 칼뱅의 능력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해였지만, 동시에 그의 건강은 이후 다시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하강세를 타기 시작한 해였다. 방대한 결과물을 쏟아 내느라 지독하게 에너지를 소진하며 일하다 보니, 결국 그의 허약한 몸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 몸의 고통이 내 정신을 거의 마비시켰다”고 털어놓았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이런 글을 써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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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관절염의 고통이 저를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돌길이나 자갈길을 걸어도 아픈 줄을 몰랐습니다. 담석에 따른 복통으로 고통을 겪지도 않았고, 치질로 괴로워하지도 않았으며, 각혈로 생명에 위협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질환이 한꺼번에 저를 덮쳤습니다. 나흘 동안 몸살을 앓다 회복하자마자, 종아리에 지독히 아픈 통증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여기서 조금 회복되었다 싶었는데, 다시 그리고 또다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이윽고 이 통증은 제 관절을 병들게 했고, 관절염은 제 발에서 무릎까지 다 퍼졌습니다. 치질 부위 혈관에 생긴 종기는 제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주었고, 장속에서 돌아다니는 회충은 고통스러운 간지러움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이 기생충 때문에 생긴 병이 나았다 싶었는데, 지난 여름이 지나자마자 신장염이 저를 공격했습니다. 말을 타면 흔들거리는 충격을 견딜 수 없어 들것에 실려 시골로 옮겨졌습니다. 돌아갈 때는 부디 여정의 일부만이라도 제 발로 걸어서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제 신장이 피로해 쉬어야 할 때는 단 1마일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제가 소변 대신 피를 흘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지요.
집으로 오자마자 자리에 누웠습니다. 신장염은 제게 격렬한 통증을 안겨 주었습니다만, 치료를 받고 겨우 조금 차도를 보였지요. 그러다 결국 극도로 고통스러운 압박과 함께 결석을 하나 내보냈습니다. 덕분에 고통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긴 했습니다만, 결석의 크기가 아주 컸던 탓에 이 결석이 제 요관을 찢어 놓았고 상당한 출혈이 뒤따랐습니다. 이 출혈은 관장기로 우유를 주입하면서 겨우 멈췄습니다. 그 뒤에도 저는 결석을 몇 개 더 내보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신장 결석들은 신장을 압박하는 마비 증세를 만들어 내기 충분하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은 크기나 적어도 적당한 정도의 크기를 가진 결석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빠져나온다는 것입니다. 저는 발의 통풍 때문에 앉아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생활 방식 때문에 병을 고칠 가망이 아예 없습니다. 또 치질 때문에 말을 타는 운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어떤 음식을 먹든 소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담이 생기고, 이 담이 제 위에 풀처럼 촘촘히 달라붙는 것도 고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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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걸친 그의 병고는 1564년에 막을 내렸다. 그는 죽음이 다가왔음을 느끼자, 유언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구원을 얻을 방어책이나 피난처는 그분이(하나님이) 은혜로 나를 입양해 주시는 것뿐이오. 내 구원은 오직 여기에 달려 있소.” 자리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날이 늘어가자, 칼뱅은 제네바의 모든 목사들에게 자신을 마지막으로 한 번 찾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간청했다. “형제들이여, 내가 죽은 뒤에도 이 일을 계속 이어 가고, 낙심하지 마시오.” 마침내 그의 몸이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로지 영혼만 남은 것처럼 보일 때”, 그는 침상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때가 5월 27일이었다. 그의 제자인 테오도르 드 베즈는 그 순간의 무게를 느끼며, “해가 짐과 동시에 이 찬란한 빛이 우리에게서 사라졌다”고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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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은 자신의 유골이 성물이 되거나 자신이 우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평범한 묘지에 묻고 무덤에는 아무런 표시도 남기지 말라고 부탁했다. 무덤에는 신비한 매력도, 비석도 없었다. 그게 바로 칼뱅다운 무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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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은 ‘칼뱅주의’라 불리는 것을 세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런 말을 증오했다. 칼뱅은 평생을 바쳐 자신이 사도 시대 이후 초기 교회의 순전한 정통이라 믿었던 것을 되찾고자 싸웠는데, ‘칼뱅주의’라는 말은 뭔가 새로운 사상을 주장하는 학파를 시사했다. 하지만 결국 ‘칼뱅주의’라 불리는 것이 존재하게 되었고, 그 사연은 많은 이들이 칼뱅이라는 사람 자체를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오늘날 사람들이 ‘칼뱅’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그가 하나님이 구원받을 사람과 구원받지 못할 사람을 선택하신다는 것에 집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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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이 이런 곤경에 빠진 것은 사실 네덜란드 출신 신학자인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 때문에 시작되었다. 그는 칼뱅이 세상을 떠나고 약 20년 뒤에 목사가 되고자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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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니우스는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칼뱅이 가르쳤던 것과는 다른, 특히 예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다른 것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르미니우스의 견해는 하나님이 구원할 사람들을 예정하실 때 그들의 믿음을 미리 아시는 당신의 사전지식을 근거로 삼으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칼뱅은 하나님이 당신 자신이 하나님으로서 가진 뜻을 기초로 삼아 구원할 사람들을 예정하신다고 주장했다). 아르미니우스가 1609년에 세상을 떠난 뒤, 그를 따르는 이들(아르미니우스파)은 함께 항의서(the Remonstrance)를 제출했다. 이는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받아 주길 요청하는 아르미니우스의 핵심 견해 다섯 가지를 담은 청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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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년과 1619년에 개혁파 신학자들은 도르트(혹은 도르트레흐트)에서 총회를 열고 아르미니우스파가 제출한 항의서를 최종 검토했다. 이 신학자들은 항의서가 제시한 다섯 가지 점에 대한 답변으로 ‘항의서를 반박하는 5개조’를 만들어 제시했다. 훗날 사람들이 이 5개조를 표현한 네덜란드어의 머리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 바로 TULIP이다. (TULIP은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영어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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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Total depravity(네덜란드어 Totale verdorvenheid, ‘철저한 타락’)
우리 인간이 더 이상은 불가능할 만큼 죄로 가득하다는 뜻이 아니라, 죄가 우리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U Unconditional election(네덜란드어 Onvoorwaardelijke verkiezing, ‘무조건 선택’)
하나님이 무조건 어떤 사람들은 구원받을 자로 택하시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주받을 자로 택하신다는 뜻이다. 이 선택은,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선하건 악하건 간에 그 속에 있는 것을 근거로 삼지 않는다.
L Limited atonement(네덜란드어 Beperkte verzoening, ‘제한 속죄’)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오로지 택함받은 자들의 죄를 위해 죗값을 치르셨지, 모든 인류의 죄를 위해 죗값을 치르신 게 아니다.
I Irresistable grace(네덜란드어 Onweerstaanbare genade, ‘불가항력인 은혜’)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구원하고자 하실 때, 그 사람은 이에 저항할 수도 없고 거듭나는 것을 거부하지도 못한다.
P Perseverance of the saints(네덜란드어 Volharding van de heiligen, ‘성도의 견인’)
하나님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구원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게’ 끝까지 보존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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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뱅주의 5대 요점’은 칼뱅주의자들 사이에서 예정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 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면서도, 칼뱅주의자들이 아르미니우스파가 부인하는 중요한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것들은 칼뱅파의 신조나 칼뱅 자신의 사상을 요약할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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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과 소통하며 함께 <이달의 신학자>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달의 신학자 뉴스레터를 함께 읽어 오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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