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깃발 © Twitter/@fevrisosyolog__

9월 13일, 22살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수도 테헤란을 방문 중 히잡으로 머리를 완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에 의해 체포되었고, 사흘 후인 9월 16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아미니는 젊고 건강했으며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신에는 폭행으로 인한 멍과 상처들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이 끝난 17일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그의 고향인 사케즈를 시작으로 이란의 31개 전체 주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는데요. 세계 각지와 SNS에서도 이들을 지지하는 연대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히잡이 금지된 시기도 있었다고?

그렇다면 한 여성을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이란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히잡은 언제부터 강요되었을까요? 사실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란에서는 ‘여성은 반드시 머리카락을 가리고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라는 엄격한 법적 규제가 없었습니다. 혁명 이전 여성들은 좀 더 자유로운 서구식 의복과 보수적인 의복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죠. 좀 더 이전인 1936년, 현대 이란의 아버지 격인 레자 샤의 통치시기에는 히잡 착용이 공식적으로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혁명 이후 신정국가가 되면서 정부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해석을 근거로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과 헐렁한 옷으로 신체를 가리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도덕경찰이 이를 감시하며 규정 위반 시 벌금형, 징역형, 채찍형까지 선고할 수 있고요.

*입헌 군주제인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게 된 사건

🚩 “우리 자매를 위해 복수하자”

젊은 여성들이 시위의 선봉에 나서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고, 스스로 머리를 자르며 저항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을 노출한 채 보안요원 앞에서 춤을 추고, 남성과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는 등 매우 보수적인 이란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죠. 이에 경찰은 문을 부수고 가정집에 진입하는가 하면 실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미 최소 7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어린이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습니다. 이 와중에 이란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으며,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당초 “(아미니의 죽음에 관한)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던 발표가 무색하게 “폭도들을 단호히 진압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죠.

📷 히잡 벗은 사진도 올릴 결심

이번 시위 이전에도 여성의 자유를 위한 시도는 있었습니다. 2014년 이란 출신의 기자 마시 알리네자드는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한 선택권을 주장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나의 비밀스런 자유(My Stealthy Freedom)’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히잡 착용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수요일마다 흰색 스카프를 착용하는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 운동,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등의 운동으로 이어졌죠.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히잡 착용에 대한 저항을 넘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흐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중 가장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히잡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닌 히잡을 쓸지 말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목숨을 걸고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반대”를 외치고 있는 이란의 여성들에게 하루빨리 자유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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