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건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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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3매 |  최갑수

중년의 운전법

사는 건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운전면허 시험은 70점만 넘으면 합격하잖아요. 굳이 100점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비보호 좌회전, 끼어들기, 일방통행 등등 운전을 해가며 시험보다는 도로 위에서 배우는 게 더 많죠. 처음에는 조수석에 앉아 운전을 가르쳐 줄 조력자가 필요한 이유죠. (가끔 운전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사양하는 편입니다. 저는 좋은 선생은 못됩니다. ^^;)


랭글러를 타고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포르쉐를 타고 속도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랭글러 파였는데, 지금은 승차감이 적당한 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며 창밖 풍경을 즐기는 쪽입니다. 과속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만의 운전 스타일이 만들어지죠.


멋진 풍경 앞에서는 멈추려고 합니다. 예전엔 목적지에 닿는 것, 그 자체가 드라이빙의 이유였지만 지금은 드라이빙보다는 도로 위에서 만나는 식당과 바가 더 좋아요. 운전이 여행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바에서는 지도를 펴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살피거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길, 만났던 풍경 등에 대해 말입니다.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멋진 차를 갖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다들 그러더군요. 예를 들자면, 음악 같은 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튼튼한 바퀴와 괜찮은 카 오디오만 있으면 웬만한 길은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길을 달리다 보면, 언젠가 차를 멈추고 잠시 서서 보았던 풍경과 음악이 떠오르곤 하죠. 그럴 때면 잠시 행복감에 젖습니다.


출발하기에 앞서 연료 게이지를 확인합니다. 타이어와 라이트를 점검하고 와이퍼를 작동시켜 봅니다.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 등도 정상이군요. 엔진 오일도 아직 괜찮아요. 운전을 오래 하니 자연스럽게 이런 루틴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운전을 해올 수 있었던 건 이 루틴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자, 이제 출발해 볼게요. 시동을 켜고 라디오를 켭니다. 발렌틴 실베스트로프의 The Messenger가 흘러나오네요.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뭔가 근사한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최갑수는 시인이며 여행 작가다. 출판사 '얼론북'을 운영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등을 썼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 사십 대의 스타트업 생존기 |  김유정

삶과 일의 밸런스를 지키는 법

스타트업은 항상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잘 적응하는 사람이 오래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로 스타트업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한 것을 3년 정도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말을 스타트업 씬에서 있는 사람들끼리 종종 합니다. 스타트업의 한 달은 파란만장하게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생긴 경우도 참 많았는데요. 이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건 일과 삶 사이에서의 밸런스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 스타트업에 몸을 담을 때는 ‘허슬(Hustle)’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자주 쓰인 적이 있었어요. 대표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였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회사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를 허슬이라는 말로 표현하고는 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인정받으려면 허슬했어야 했는데요. 일요일 밤 11시에 화상 회의에 참석한다든지, 야근을 매일 한다든지, 자신의 업무 외적인 것을 얼마나 선뜻 하는지 등에 대해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이런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대표에게 얼마나 많은 어필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때는 팀장으로 세 명의 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을 때라 제가 이런 요구들을 방어하지 않으면 팀원들도 저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조금 더 허슬하게 일한다면 팀원들에게는 조금 더 너그러워질 거라는 믿음으로 제가 더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어요.

 

“일은 밀도 있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회사에 머물렀는지가 일을 잘하고 회사에 헌신한다고 판단하면 안된다." 하고 늘 주장했죠. 사실 제 주장은 대표의 마음에 와닿지 못 했습니다. 결국 허슬하지 못하다고 판단된 제 팀원을 내보내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실질적인 업무를 함께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팀원은 나무랄 데가 없는 팀원이었습니다. 밀도 있게 일을 잘하고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밸런스를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점이 저는 더 좋게만 느껴졌고, 일도 잘하는 팀원이었기에 허슬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내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강하게 제 이런 생각을 전달했지만, 역시 대표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팀원은 회사를 나가게 되었죠.

 

이때의 저는 꽤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는데, 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 헌신의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요.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팀원까지 내보내게 되자 밸런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죠. 내가 삶과 일에 대한 밸런스를 깨면서까지 다닐 회사는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제가 조금 더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 대해서 좀 더 헌신적이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알게 모르게 제 속을 곪고 있던 걸 몰랐던거죠.

 

그렇게 헌신적으로 일하면 더 많은 걸 요구받았던 그 상황에서는 더 많이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일에 대한 밸런스를 지키고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야 더 오래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요.

 

회사 비전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면 내 일처럼 헌신적으로 일하는 타입인 제가 삶과 일의 대한 밸런스를 잘 지키는 법은 아직 잘 모른다고 말하는게 더 맞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헌신적으로 일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가게 되니 오히려 그렇게 일하는 것이 어리석게만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나를 지키고 나의 삶과 일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더 건강한 것임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어요. 아직 제대로 밸런스를 지키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는 더 잘 지키면서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김유정은 그동안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과 가이드북 두근두근 여행 다이어리 북 시리즈 8권을 썼다.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여행과 술, 커피를 좋아한다.그의 일과 일상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writer_kim_u를 보자. 

🔖 Special Guest | 김민욱

어느 섬에서 다섯이 만난다면

“사장님 어디 가시더라도 꼭 알려주셔야 해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얼굴도장을 찍는 커플 친구들이 있다. 가게를 어딘가로 옮기더라도 기필코 따라오고 말겠다는 듯한 단골들의 이런 말들은 설혹 인사치레라고 하더라도 나를 뿌듯하고 으슥하게 만든다.


올해가 지난다면 시기도 미정이고 장소도 미정인 나의 가게를 기다릴 거라고 말하는 고객들.

“서울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정도야 문제없죠. 대구가 제일 좋긴 하지만…… 지금처럼 자주는 못 가더라도 갈래요.”

“제주도는 어때?”

“그럼 더 좋죠! 사장님도 보고 놀러 가는 기분도 나고!”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가게 운영한 보람을 이렇게 느낀다.

“그때까지 저희가 계속 만나면 꼭 같이 갈게요!”

반대편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친구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혼자라도 갈 건데?”

이건 배신? 하지만 여자친구도 만만치 않다.

“사장님, 그때 사귀는 남자친구랑 갈 수도 있고요.”

“저도 그럴 생각인데, 그러면 다섯이서 동시에 볼 수도 있겠네요.”

말로 레프트, 라이트 펀치를 주고받은 커플의 표정은 어딘가 분명 닮은 구석이 있다.


제주도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해변에서 조용히 바다를 거리는 커플들. 간이길과 모래를 밟으며 나아가던 그들이 이윽고 다다르는 어느 조용하고 고즈넉한 카페. 언젠가 이게 현실이 될 수도 있을까? 다만 한 커플이라면 꽤나 낭만적이겠지만 두 커플이 겹친다면 지나간 어느 듀오의 노래 가사같은 파도 치는 가슴 아픈 풍경일 수도 있고 혹은 미국 서부 황야의 어느 결투 장소 같은 순간일지도. 그나저나 2명을 뿌렸는데 넷이 온다는 건 꽤나 멋진 수확인걸. 웬만한 복리이자 저리 가란데?


가게를 하면서 스쳤던, 그리고 꽤나 오래 머물렀던 여러 커플들이 문득 생각난다. 어떤 이들은 혼자가 되더라도 꾸준히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가게와 얽힌 상대방과의 추억 때문에 다시 보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모두들 여전히 그립고 어떤 식의 방문이라도 반갑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쁜 순간은 함께하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가게를 찾아주는 것이다. 눈앞에서 여전히 아웅다웅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든다.


서로 투닥거리다가 계산을 하고 남자친구가 먼저 차를 가지러 가고 여자친구가 나와 조금 더 수다를 떨다가 나간다. 여자친구가 나가는 순간 다른 단골이 스치며 들어온다.

“어? 사장님, 방금 따로 나가신 분들 커플 맞죠?”

“맞아, 따로 나갔는데 어떻게 알았대?”

다른 단골이 씨익 웃으면서 대꾸한다.

“두 분 생김새는 전혀 다르신데 얼굴 표정이 완전 똑같으시던데요?”

그렇지? 나 역시 그런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김민욱은 쉐프이자 작가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쉐프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모교 근처에서 꿈꾸던 가게를 운영중이다. 다음 목표는 세상을 떠돌며 일하고 글을 쓰는 것. 한국의 에릭 호퍼를 꿈꾼다. 가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jack.zit에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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