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어디 가시더라도 꼭 알려주셔야 해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얼굴도장을 찍는 커플 친구들이 있다. 가게를 어딘가로 옮기더라도 기필코 따라오고 말겠다는 듯한 단골들의 이런 말들은 설혹 인사치레라고 하더라도 나를 뿌듯하고 으슥하게 만든다.
올해가 지난다면 시기도 미정이고 장소도 미정인 나의 가게를 기다릴 거라고 말하는 고객들.
“서울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정도야 문제없죠. 대구가 제일 좋긴 하지만…… 지금처럼 자주는 못 가더라도 갈래요.”
“제주도는 어때?”
“그럼 더 좋죠! 사장님도 보고 놀러 가는 기분도 나고!”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가게 운영한 보람을 이렇게 느낀다.
“그때까지 저희가 계속 만나면 꼭 같이 갈게요!”
반대편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친구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혼자라도 갈 건데?”
이건 배신? 하지만 여자친구도 만만치 않다.
“사장님, 그때 사귀는 남자친구랑 갈 수도 있고요.”
“저도 그럴 생각인데, 그러면 다섯이서 동시에 볼 수도 있겠네요.”
말로 레프트, 라이트 펀치를 주고받은 커플의 표정은 어딘가 분명 닮은 구석이 있다.
제주도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해변에서 조용히 바다를 거리는 커플들. 간이길과 모래를 밟으며 나아가던 그들이 이윽고 다다르는 어느 조용하고 고즈넉한 카페. 언젠가 이게 현실이 될 수도 있을까? 다만 한 커플이라면 꽤나 낭만적이겠지만 두 커플이 겹친다면 지나간 어느 듀오의 노래 가사같은 파도 치는 가슴 아픈 풍경일 수도 있고 혹은 미국 서부 황야의 어느 결투 장소 같은 순간일지도. 그나저나 2명을 뿌렸는데 넷이 온다는 건 꽤나 멋진 수확인걸. 웬만한 복리이자 저리 가란데?
가게를 하면서 스쳤던, 그리고 꽤나 오래 머물렀던 여러 커플들이 문득 생각난다. 어떤 이들은 혼자가 되더라도 꾸준히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가게와 얽힌 상대방과의 추억 때문에 다시 보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모두들 여전히 그립고 어떤 식의 방문이라도 반갑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쁜 순간은 함께하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가게를 찾아주는 것이다. 눈앞에서 여전히 아웅다웅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든다.
서로 투닥거리다가 계산을 하고 남자친구가 먼저 차를 가지러 가고 여자친구가 나와 조금 더 수다를 떨다가 나간다. 여자친구가 나가는 순간 다른 단골이 스치며 들어온다.
“어? 사장님, 방금 따로 나가신 분들 커플 맞죠?”
“맞아, 따로 나갔는데 어떻게 알았대?”
다른 단골이 씨익 웃으면서 대꾸한다.
“두 분 생김새는 전혀 다르신데 얼굴 표정이 완전 똑같으시던데요?”
그렇지? 나 역시 그런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