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18 기획단 내부문건 001] 내 책장의 책들은 왜 전부 네모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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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처음 간 건 8년 전쯤이다. 계기는 인스타그램이었다. 그때 멋있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언리밋을 준비하면서 점점 고통받는 모습이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그게 궁금했다. 멋있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하는 행사라니.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고 독립출판은 단어만 아는 수준이었지만 일단 갔다.


살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았다. 교보문고에서도 한 번에 10만 원을 넘겨본 적이 없으니 충분하겠지 했는데, 아트북은 가격표부터 다른 세계였다. 대신 공짜 종이를 열심히 챙겼다. 무가지, 스티커, 명함. 집에 와서 펼쳐보니 산 책보다 받아온 종이가 많았다. 남의 명함을 그렇게 모아서 뭘 하려던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몇 번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한참 갖고 있었다.

책도 이상했고 책 만든 사람들도 이상했다. 멋있다기보다 유별났다. 다들 제각각인데, 자기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도 아는 눈치였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갔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별사람이 다 있고, 그 사람들이 작정하고 한곳에 모이는 날이 있구나. 구경할 게 너무 많았다.


다녀온 뒤 한동안 내 책장이 시시했다. 며칠 전까지 멀쩡히 읽던 책들이 전부 네모나고, 네모나고, 네모났다. (사실 언리밋에도 네모난 책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한 번 본 건 못 본 척이 안 됐다. 아트북을 마음껏 살 형편은 아니어서 다음 해를 기약했다. 이상한 책이랑 이상한 사람을 더 보고 싶었다.


그렇게 매년 갔다. 처음엔 책만 봤고, 다음엔 프로그램을 기웃거렸고, 어느새 부스에 앉은 사람과 말을 섞고 있었다. 책이 없는데 책을 판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오늘 아침에 인쇄소에서 책이 도착했어요" 같은 말에 같이 웃는다.


n년을 다녔는데 한 번도 말을 못 걸어본 사람들이 있다. 기획단과 스태프. 나는 공지를 지나치게 잘 읽는 모범 관객이라 물어볼 게 없었고, 창작자도 아니라 마주칠 일은 더 없었다. 멀리서 본 그들은 늘 모자를 쓰고 있었고, 바빴고, 뛰고 있었다. 뭘 하는 사람들인지는 끝내 몰랐다. 찌르면 파란 피가 나오겠지 싶었다.

  

급기야 기획단에 들어왔다. 

들어와서 제일 낯설었던 건 모자를 벗은 얼굴들이었다. 첫 회의에서 선우님과 서로 더 깊이 허리를 굽히다가 둘 다 바닥에 절을 했다. 웃고 일어나 시작한 회의는 자꾸 옆길로 샜다. 뉴비의 첫 임무는 회의록 작성이었는데, 어디까지 적어야 하나 눈알을 굴리다 보니 손은 멈춰 있고 입만 끼어들고 있었다. 8년 전 부스 앞에서 느낀 그 요상한 기분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이상한 걸 모아놓은 줄 알았는데, 모으는 사람들부터 이상했다. (지금은 파란 피가 아니라 검은 피가 날 것 같다. 건강이 걱정됩니다…….)


매년 온 언리밋인데 올해는 초행길이다. 분명 아는 맵인데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바뀌었고 구경할 곳은 늘었다. 문제는 이제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난이도 상승!


일주일 뒤면 UE18이다. 책을 잔뜩 사고 싶은데, 사러 다닐 시간이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파란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 보일까. 일단 모자부터 쓰고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작성 성소현 (UE 기획단)  © Unlimited Edition 2026

  
Unlimited Edition 18 - Seoul Art Book Fair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11/6(금) 12:00-19:00
11/7(토) 10:00-18:00
11/8(일) 10:00-18:00
※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미술관 내 주차장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 Organized by @unlimited_edition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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