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우연히 <뉴요커, 100년의 이야기(The New Yorker Presents)>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주간지 <뉴요커>의 역사를 다룬 작품인데요, 2025년에 창간 100주년을 맞은 이 잡지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종이 매체가 멸종 위기종 취급을 받는 AI시대에 이 잡지의 위상은 오히려 더욱 단단하죠.
스마트폰으로 15초짜리 숏폼 영상이 쏟아지는 요즘, 예전보다 더욱 짧아진 독자들의 호흡으로는 읽기가 벅차게 느껴질 것같은 깨알 같은 텍스트, 난해한 만평, 심층 기사 등으로 가득 찬 잡지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모습은 살짝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는 <뉴요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교양 잡지 시장을 양분했던 <라이프(LIFE)>를 떠올렸는데요, 알다시피 이 잡지는 사실상 폐간 상태에 있습니다. 20세기에 최고의 포토 저널리즘을 자랑했던 이 잡지는 2000년과 2007년, 몇 차례의 부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사라졌고 온라인판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에서 이 잡지의 종간을 소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왜 두 잡지의 운명은 이렇게 극명하게 갈렸을까요? 핵심은 각 잡지가 '독자에게 무엇을 파는가'의 차이에 있습니다. <라이프>는 '눈(visual)'을 팔았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포토그래퍼들이 보내온 사진을 바탕으로 지구인들의 생생한 삶과 현장을 전달했죠. 그러나 '눈을 판다'라는 가치는 TV의 등장, 인터넷, SNS,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경쟁자가 워낙에 막강한 탓에 독자들은 돈을 주고 <라이프>를 살 이유를 찾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