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마지막 쿠키레터

안녕하세요, 강화쿠키레터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2023년이 어느새 꽤 지났어요. 새해가 설레는 이유는 새롭고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바람 덕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저희는 신년 사주풀이도 열심히 보고, 서로의 오밀조밀한 새해 목표도 공유하며 한참 수다를 떨고는 한답니다.


강화유니버스를 굴려나가는 협동조합 청풍(이하 청풍)도 2023년 설레는 굿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강화에서 일과 삶을 꾸려나간 지 어느덧 10주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리더가 등장했다는 거예요.


강화에서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우리는 어떻게 생존했고, 어떤 유니버스를 상상하며 만들어 나가게 될까요? 오늘은 청풍을 10년간 이끌어 온 유마담과, 새로이 대표가 된 파도가 나누는 대담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적한 저녁, 카페에서 만난 파도와 마담. 매일같이 만나 함께 운동하고, 일하고, 식사도 하지만 이렇게 대담을 나누려니 새삼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네요. 하하하, 함께 웃고 파도의 질문으로 본격적인 대담을 시작합니다.


파도: 청풍이 10년 차가 되었잖아요. 소회가 어떤가요?


마담: 그동안 ‘쌓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빠른 변화를 도모해 새롭고 급격하게 판을 뒤집는 것의 한계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 또한 조급함이 있었고 길잡이가 없어 빠르고 급하게 변화를 만들고 나를 증명하려고 했는데, 지난 10년간 강화에서 친구들과 이웃을 만나며 속도를 조절하고 다른 방식을 시도하며 문화가 지역에 스며드는 것을 많이 발견했어요. 문화라는 게 복리처럼 눈덩이 같아서 처음엔 별거 아닌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게 적립금처럼 쌓이다 어느 순간 불어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파도: 10년 동안 청풍의 화두는 무엇이었나요?


마담: 실험과 생존이지 않았을까요? 초기엔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한 실험을 많이, 다양하게 해보았어요. 그래서 트럭으로 고구마도 팔아보고, 장사도 하고, 축제나 컨퍼런스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해보고…지역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죠. 그런 실험을 하며 끊임없이 우리의 방식이나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했고요.10년의 실험이 끝난 지금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어요.


간추리자면, 실험하는 와중에 이웃들과의 연결, 협력, 지역의 생태계를 만들었던 10년을 지내오지 않았나 싶네요.

파도: 버티기의 대명사 아닙니까. 10년의 버티기 동안 쌓인다는 감각, 우리가 원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담: 맞아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단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믿음이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안의 일상의 변화나, 지역 안의 변화를 다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요.


지난 10년은 과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우리가 일확천금을 벌 거다, 이런 건 아니지만(웃음). 멤버들과도 계속해서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 과정을 몰입하고 있는지. 과정에서 몰입하고 의미를 잘 정립해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안에서 중요했던 지점은 결국 개인의 성장인 것 같아요. 왜냐면 빠른 성장과 빠른 속도로 조직을 키우고 이득을 얻어가자는 개념이 아니기에 개개인이 청풍에 있으며 성장하고, 이전의 나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가 더 중요했어요. 큰 확장성을 갖기 어려운 지역 활동을 하는 와중에 청풍이 오래 갈 수 있었던 건 그게 한몫했던 것 같아요. 큰 목표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기보단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나가는 것. 그래서 이 조직은 계속 살아있고, 성장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마담: 그렇다면 파도, 앞으로의 청풍은 어떨 것 같나요?


파도: 앞으로의 청풍은 좀 더 개개인의 주도성이 강한 팀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청풍이 앞의 10년 동안 시간, 기회, 자산을 벌어준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대표를 하겠다고 한 게 있었죠. 


마담: 그렇담 파도가 새로운 대표가 되었을 때 다른 점은 뭘까요?


파도: 기존 청풍에서 시야가 확장될 것 같아요. 상상할 수 있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완전히 다를 것 같고요.


제가 청풍에 있으며 가장 좋았던 건 나의 일상이, 지역의 모습 변화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됨으로써 삶이 조금 더 풍요롭고 보람찬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어요. 


청풍에서는 개인의 지향점을 녹여내고 일로서 만들어가기 좋은 조직이라 생각해요. 청풍 안에서 개개인이 성장해갔을 때, 조직 내-외부로 상상하거나 보일 수 있는 게 다채로울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돼요.


저는 강화도에서 대안학교를 나왔고, ‘청소년'의 정체성으로서 사회에 가지는 아쉬움과 결핍이 있었거든요. 나이가 어떻든, 어디에서 살든지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 더 드러내고 존중받고 살고 싶었어요. 그걸 지지해주는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고, 삶에서의 지향점을 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꿈이 막연히 있었죠. 그런데 청소년으로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등이 없어 좌절했어요. 청소년으로 문화생활을 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나가야 하거나, 부모님의 허락이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력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청풍에 와서 그런 무력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삶에서 주도성을 갖고, 청풍에서 공유하는 자산을 지역의 이웃,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어떤 것을 나눔으로써 오히려 받는 것들이 있잖아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여러 활동을 함께 하는 동안 작은 변화를 보았는데요. 그 친구들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려고 하고 그랬을 때의 응원받고 지지하는 사람과 기반(지역 사회)이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벅차올랐어요. 그리고 제가 그런 게 너무나 필요했던 청소년이기도 했으니까요.

파도: 이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출발선이 다른 불평등의 문제가 곳곳에 있어요. 사회적 조건 때문에 개인의 삶이 좌절되지 않았으면 해요. 이곳에서는 공격당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어떤 상황이든 함께 하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고, 지역 안에서 공유되는 자산이 있는 게 나를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제가 애정하는 지역이나 모르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을 때 행복을 느껴요. 세상과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싶은 원동력이 되어 청풍을 계속 꾸려 나가고 싶게 만들어요. 


마담: 파도에게 멤버들이 기대하는 건 이러한 삶을 대하는 태도이고, 이런 태도를 보고 멤버들도 영감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파도: 앞으로 정말 남다를 것 같은데요. (웃음)


마담: 마지막 질문 하나 하고 끝낼까요?


파도: 저 만나서 기뻐요?


마담: 네, 기뻐요.

청풍의 지난 10년을 응원하고 함께 해준 많은 이웃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긴 시간 동안 또 곁을 지켜줄 여러분에게 미리 감사와, 진심의 응원을 남깁니다. 여러분을 만나서 기뻐요. 우리, 재미있게 살자구요.
강화쿠키레터는 이번 레터를 마지막으로 재정비 기간을 갖고 봄이 올 때 다시 돌아옵니다.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질 강화쿠키레터를 기대하며, 모두 몸 건강 마음 건강히 지내요!
협동조합 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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