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감독 정관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22 〈녹턴〉
8월 31일 오늘의 큐 💡   
Q. 우영우 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님, 저랑 '우영우 인사' 해요!🤜 인 to the 디 to the 즈큐(무리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시지 않았더라도 주인공인 우영우에 대해 아실 것 같은데요. 우영우는 암기와 학습에 매우 뛰어난 변호사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입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그간 이상한 행동으로만 치부당했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강박행동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드라마가 끝난 지금, 우영우 씨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에서 지나친 자극에 노출되고, 반복행동에 눈을 흘기는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장애인 시위 때문에 운행을 멈춘다는 지하철 안내방송을 들으며 지내고 있진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다큐멘터리, <녹턴>의 주인공 성호씨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남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성호씨에게 엄마 민서씨는 다양한 악기를 배우게 했고, 성호씨의 옆을 떠나지 않으며 학원에, 복지관에, 연주장에 쉼없이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음악에 관심이 있는 건 성호씨의 동생 건기씨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건기씨 또한 음대에 진학하지만 "엄마는 나도 버리고 형에게 올인했다"고 말하는 건기씨에게 음악은 언제나 애증의 존재입니다. 상처를 안고 사는 건기씨, 동생이 무섭게 느껴지는 성호씨, 끝나지 않는 돌봄에 힘을 잃는 민서씨. 사실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삶을 10년간 담아낸 <녹턴>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이 가정의 모든 사람을 가만히 직시하고 이해합니다.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상처를 보듬는, 긴 시간 그들의 곁을 지켜왔기에 만들어진 영화예요. 우린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개선할 방법을 말해주려 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처들이 생긴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의 4학년 세영이 감당해야 하는 알 수 없는 외로움도 그러합니다. 다만 이 시간들을 누군가 옆에서 함께 바라봐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님이 힘든 순간,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화

장애와 가족 – 무경험? 그러나 매우 익숙한

〈녹턴〉

 

스스로를 정상적인 몸이라 절단하며 그렇게 ‘장애’에 다가선다. 한 편으론 동정, 한 편으론 호의. 사실 어떤 마음인지 알기 쉽지도 않다. 몸으로 배운 바가 전혀 없기에 애매모호한 마음으로 ‘장애’에 다가선다. 내심 그것이 호의이길 바라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드라마 우영우를 보며 느낀 장애인도 함께 살아야지란 마음이 현실 속에선 그다지 이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한 만평을 낸 바 있다저녁에 우영우를 봐도다음날 출근길 전장연 시위를 볼 땐 불편함만 남는다는 거다다큐멘터리 녹턴은 드라마 우영우와 전장연 출근길 시위를 보며 느꼈던 아이러니한 감정을 잇고 있다발랄하지 않아도 애틋하지 않아도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아도달라질 건 없다.

(...)

다큐멘터리 녹턴은 장애를 지닌 형과 함께 사는 어머니그리고 동생 은건기씨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장애와 천재성헌신하는 엄마와 아픔을 공유하는 가족편집된 단어와 장면만으로 장애 가족을 전달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산다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면 그 몫의 충격은 가족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 ‘정상’적인 몸에게만 규격화돼 있는 사회에선 지하철에 몸을 옮기는 일만으로도 천근만근이다.


가족 모두가 총출동해야만 겨우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조그 안에서 또 다른 가족의 성원으로 사는 일생각해보면 낯설기만 하지도 않다그간 독립영화의 장엔 무수한 가족영화가 등장해 기존의 가족영화를 해체했다치고박고 싸우다가도 가족이란 이유로 단번에 뭉치는 이야기부둥켜안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이야기에 흠집을 내왔다. (...) 우린 진심으로 가족을 싫어할 수 있다하지만 전통적인 가족이란 말 안에서 나오는 혈연적 사랑헌신적 관계를 포기하고 서로에게 다가서는 이야기도 많다. 가족이 지녔던 의미 없는 권위에 몸을 맡기기보단 내 앞의 ‘너’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다. 영화 〈녹턴〉은 사실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란 정체성이 결코 무던한 정체성은 아니기에 전면에 내세워지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가족과 장애. 경험해본 것 같으면서도 몸으로 배운 바가 없는 이야기다.


보호자인 엄마가 죽으면 그 책임을 이어받아야 한단 생각, 형을 돌보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은 엄마. 〈녹턴〉은 갈등을 마구잡이로 봉합하기보단, 긴 시간 속 그래도 서로에게 충직했던 일상을 보여준다. 갈라지고 미워하면서도 나름의 최선을 모두가 노리고 있었다.



인디즈 염정인

<녹턴> 감독 정관조|98분|다큐멘터리|12세이상관람가 


오직 음악만 잘할 뿐,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성호’는 엄마 ‘민서’가 없으면 혼자서 면도도 하지 못한다. 
엄마는 단 하나, ‘성호’의 음악을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동생 ‘건기’는 그런 형이 '하찮고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형의 음악은 점점 빛을 발하고 동생은 형과 엄마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자연스레 생기지만 자연스레 채워지진 않는, 가족 🏠
영화

가족 내의 소외감

〈나만 없는 집〉

 

녹턴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음악적 재능을 지닌 형 성호와 그런 형의 옆에 항상 함께하는 엄마 민서, 그리고 그 뒤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동생 건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건기는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와 보살핌 속에서 음악을 계속하는 형과는 달리 꿈꾸던 음악을 포기하게 되며 자신이 형의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러움을 느낀다. 이에 더해 형을 돌봐줘야 한다는 엄마의 당부와 소통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형과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낀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섞이지 못하는 것 같은 내면의 거리감은 건기를 점점 가족들과 멀어지게 만든다.

 

〈나만 없는 집〉의 세영 역시 가족 내에 자기 자리가 없는 것만 같다. 1998년, 4학년이 된 세영은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집에 늦게 들어오는 언니로 인해 텅 빈 집에 항상 혼자 있다. 가족들과 같이 있어도 세영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가족들의 무심함은 세영을 여전히 외롭게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걸스카우트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들뜬 세영은 엄마에게 말을 꺼내 보는데,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언니 선영은 걸스카우트도 하고 좋은 책상이며 애인이며 원하는 것을 다 가졌는데, 엄마는 언니의 부탁만 들어주고 아빠는 피곤함에 세영을 제대로 봐주지도 않는다. 티도 내지 못한 채 설움이 쌓였던 세영은 엄마의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음악으로 형과의 진정한 소통을 이루며 가족애를 느끼는 〈녹턴〉의 건기와 서러움을 토로하며 엄마의 따스한 손길에 위로받는 〈나만 없는 집〉의 세영은 가족 내에서의 소외감을 보여주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미묘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두 영화는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곳 역시 가족들의 품 안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디즈 유소은

영화

<나만 없는 집> 감독 김현정|33분|드라마


언니 선영 때문에 모든 것을 양보하고 살아야 하는 세영, 하지만 걸스카우트만은 꼭 하고 싶은데, 엄마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세영은 나름 묘수를 내고 이것 때문에 선영과 싸우게 된다. 

💡 얼마 전 영화제에서 공개된 <흐르다>를 연출한 김현정 감독의 단편이에요. 17년도에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받은 작품입니다. <벌새>의 은희이자 곧 시작할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도 출연하는 박지후 배우도 출연해요. 볼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마세요!😉
🎹 🎼🎵  
성호씨의 피아노 연주가 듣고 싶지 않으신가요? 성호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주영상을 보실 수 있답니다. 아름답게 흐르는 성호씨의 연주를 감상해보세요.
영화에는 성호, 건기 두 형제가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엄마 죽으면 들려줘. 쇼팽 C# 단조." 세 사람에게 음악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합니다. 쇼팽의 녹턴 C# 단조를 조성진의 연주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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