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스싱, '꿈'   

삶이 불공평하듯 죽음도 참 불공평해요. 이건희 씨가 죽자 정치인과 언론이 앞다투어 그의 지난 '공적'을 치하하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새삼 떠오르는 생각. 삼성 회장의 죽음에 조문하는 그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에 조문했던가요. 과연! '삼성공화국'이구나 싶어요. 

무무의섬 4호의 화두는 노동자가 사라지고 있는 일터예요.

이번 무무의섬 4호는 비교적 단출하게 구성했어요. 

이번 호도 구독자 여러분께 가닿기를 바라며,

총총

편집자 일기는 99퍼센트의 진실과 1퍼센트의 창작이 공존하다는 점을 유념해주세요(찡긋) 

출판사에서 '허리'가 실종됐다. 입사 당시에는 스무 명이 넘는 편집부에는 나를 포함해 사원이 단둘이었다. 일 년이 지나자 이번에는 과장과 대리가 합쳐서 둘이었다. 허리가 사라진 회사에는 남은 사람은 두 부류였다. 15년차 이상의 부장과 3년차 이하의 사원. 이직하기 부담스러운 사람과 이직하기 역부족인 두 부류만이 진창에 남아 뒹굴었다. 후자가 나였다.

처음 회사는 과장급이나 대리급 직원이 퇴사한 빈자리를 경력자로 채우려고 했다. 그렇게 채용한 경력자는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구린내를 귀신같이 맡았다. 책 한 권을 출간하자 바로 퇴사하고, 정확히 한 달을 나왔다가 퇴사하고, 심지어는 출근 당일 오전에 인수인계를 받고 점심에 퇴사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란 다른 게 아니었다.

회사는 채용의 기조를 바꿨다. 북에디터에 올린 채용공고에 익명의 답글로 호되게 당한 이후였다. '사실 적시'라 반박은 못했고, 대신 북에디터가 아니라 잡코리아나 사람인에 채용공고를 올렸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책들을 채용공고 가장 상단에 기재하고 생짜를 유혹했다. 채용하고 고용계약서는 보름이 지나서 썼지만, '내일채움공제'는 곧바로 들이밀었다.

그렇게 경력자가 나간 자리를 신입으로 채우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저마다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아무래도 15년차 부장은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내디딘 사원의 적절한 사수가 되기 힘들었다. 사원은 회의실에서, 연봉협상에서, 그리고 회사의 생뚱맞고 근거 없는 지시 앞에서 자기 생각을 적절하게 드러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뭘 묻거나 기댈 선배도 없었다. 

사람들은 '존버'하면서 경력과 돈을 밑천으로 만들어 회사를 뜨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곳을 떠나 광명을 찾은 사례를 복음처럼 입에 달고 미래를 기약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까지 진창에서 뒹굴며 갈리고 갈리며 버틴 미래에 밑천이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진창에서 버틴 경력은 '그럼 여기서도 버틸 수 있겠네?'에 대한 대답으로 읽혔고, 돈은 병원비로 쓰였다. 이건 복음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여기에선 지난 한 주 동안 읽은 문장 중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꼽아 소개해드려요.    

제가 특성화고, 그것도 공고에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반대했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거의 다 반대했거든요. 부모님, 중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까지. 아무래도 공고는 공부 안 하려고 간다는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자기 자식들이 공부 안 한다고 하면 "기술이나 배워라" 그런 말을 하지만, 제가 3년간 공부해보니까 기술 배우는 게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아요. 얕잡아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무시하지 마세요. 186쪽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그런 제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였어요. "일하고 꿈꾸고 절망하고, 다시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책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 노동자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빼곡히 담고 있어요. 단행본치고 꽤나 긴 작가의 서문과 오로지 인터뷰이의 말로 이루어진 본문은 그들의 말에 보다 집중하게 해주는 듯하기도 하구요. 

눈물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빡칠 때(?)도 난다는 사실 이미 아시죠...?  우선 아래 영상 클릭! 

'또' 사람이 죽었어요. '이번에도' 태안화력발전소예요. 고 김용균 노동자가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한 지 이 년이 지났지만, 태안화력발전소의 노동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에요. 최근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태안화력발전소를 경영하는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를 상대로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발전소의 노동 환경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어요(국정감사 영상 링크).

김용균 전 노동자와 이번 60대 화물 노동자처럼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10년 전 당진의 철강업체에서도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어요.  '댓글 시인'으로 불리는 제페토 님은 죽은 노동자를 애도하기 위해 추모시를 댓글로 남겼고, 10년이 지나 가수 하림 님이 추모시를 가지고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만들었어요. 9월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에선 그 쇳물 쓰지 마라' 이어부르기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죠(관련 기사).

지금 21대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어요. 산업재해 문제를 방치했던 기업과 정부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죠(내용 설명은 영상에서).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선 고 노회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어요. 그러다 올해 여름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의 입법 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하며 다시금 추진력을 얻었고, 현재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소위 거대 정당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해요(기사). 이번 국회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까요. 무무의섬 구독자분들도 함께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려요. 

보내주신 후기는 정말이지... 모두 사랑이에요.

아래에서는 몇몇 후기를 독자님들께 공유해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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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호도 알차게 꾸려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