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하게 통제되는 법정 신문에서도, 단순한 사실을 넘어 사건의 본질에 닿아 있는 듯한 대답을 듣게 될 때가
코트레터
2025. 8. 22.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

지난 월요일, 윤석열 피고인의 재판.

 

검사: 두 번째 통화를 들으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이날 증인은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과 수방사령관의 통화를 두 번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총',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 말하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처음 증언했습니다.

 

(증인은 당시 수방사령관의 차량을 운전하며 수행했습니다.)

 

검사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고, 변호인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변호인: 재판장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고 있습니다.

검사: 평가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 대한 겁니다.

 

이런 공방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증인에 대한 신문(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은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인터뷰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신문은 인터뷰보다 엄격하고 더 인위적입니다.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는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고, 증인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나 상태를 말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질문과 대답의 성격을 매번 따질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위와 같은 공방도 가끔 벌어집니다.



기자들에게 기삿거리 던져주기

 

다시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볼까요.

 

검사의 질문을 받은 증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증인: 믿음이 깨진 것 같습니다.

 

변호인은 이러한 문답에 대해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하고, 계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기사로 내보내면서 정치적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대통령 목소리를 듣고 믿음이 깨진 것 같다'는 증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뭘까, 기자들은 왜 이런 증언을 전달하고자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군인 한 사람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되는 법정 신문에서도, 단순한 사실을 넘어 사건의 본질에 닿아 있는 듯한 대답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

 

최근 내란 법정의 신문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본 이유는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해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는 건 평소에도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듣기 위해 인터뷰를 준비한 건 (코트워치 팀에서는) 처음이었거든요.

 

인터뷰 또한 누군가의 증언을 듣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 인터뷰에 응하신 유가족분께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일단 촬영에 들어갔고요. 캠코더 옆에서 유가족 아버님과 김주형 기자의 대화를 지켜봤습니다. 어느 순간, 아버님이 희생자인 아들을 대신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생자 입장에서 느끼는 최초의 감정은 억울함일 수 있겠구나.

 

제가 읽은 글¹에는 "진정한 증인들은 죽은 자들"이라는 재인용이 나옵니다.

 

학살에 관해 증언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학살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이지만, 희생자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희생자들을 위해 말을 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유가족의 증언을 듣는 이유. 단순히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사라는 사건에 관한 희생자 당사자의 증언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8·22 부천화재참사 1주기입니다.

 

코트워치 팀은 오늘 오전 부천에서 열린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재판 내용을 정리한 김주형 기자의 기사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¹ 히토 슈타이얼,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


지난해 8월 22일, 경기도 부천시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습니다. 수사기관은 참사에 책임이 있는 호텔 관계자 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코트워치는 부천화재참사 희생자 1주기를 맞아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재판 과정을 정리해 기사에 담았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0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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