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프로 부족할때랑 헛개차...이러기 있기 없기

2024.05.09 ㅣ304호

용사님, 페트병 제대로 버리는 법 아시죠? 1. 라벨을 뜯는다 2.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잘 헹군다. 3. 찌그러뜨리고 뚜껑을 닫는다. 4. 투명 페트병은 따로, 그 외에는 폐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한다. 그런데 1번에서 이미 고구마 오백개급으로 답답할 때가 많을 거예요. 뜯기 힘든 라벨이 어찌나 많은지.

누가누가 잘하나 못하나 박제해야겠다 싶어서 이번에 26종을 뜯어봤어요. 이프로랑 헛개차...반성하라구! 잘 뜯어지는 페트병 라벨의 비밀(feat.매일유업)도 꼭 확인해 주세요.

페트병 라벨 다 덤벼
한줄소식 : 애착곰 키링, 거제 맑은학교 환경운동회, 경기도 주택태양광 지원

🧴#페트병 #라벨 #분리배출 #손톱살려

이번 실험(?)을 위해 먼저 페트병을 제조사별로 모아봤어요. 롯데칠성음료, 한국코카콜라, 광동제약, 매일유업, 웅진, 동아오츠카, 동원, 서울우유, HY(한국야쿠르트), 해태HTB(모회사 LG생활건강), 일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 등의 대표 제품으로 모아봤죠. 새로운 소비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친구가 마시고 난 페트병을 받아오기도, 쓰레기통에서 주워오기도 했답니다. 에디터의 손톱을 희생하며 전부 뜯어본 결과는 요랬어요.

🍊깨끗하게 뜯긴 ‘썬업 주스’와 ‘야쿠르트’, 반면···

우선 접착식 라벨인 제품들은 아주 뜯기 편했고, 뜯은 후 끈적끈적하게 남는 접착제도 별로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코카콜라 라벨이 지저분하게 뜯기곤 해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상당했지만, 작년 말부터 라벨 개선 작업이 이뤄져 아주 깨끗하게 뜯기더라고요. 과거 제품과 비교해보니 페트병 위에 남는 조각도 없었고, 남는 접착제도 생수류 제품과 비교해 더 적었어요.

다만 접착식 라벨이면서 접착제를 비교적 많이 써 지저분하게 뜯기는 제품들도 있었어요. 일화의 천연사이다는 접착제가 강해서인지 라벨 조각이 제대로 뜯어지지 않고 페트병 몸체에 남았어요. 롯데칠성의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는 조각이 남거나 하진 않았지만 비교적 넓은 면적에 도포된 접착제의 흔적이 많이 남았습니다.

절취식 라벨 중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뜯기는 제품들이 있었으니...! 바로 매일유업의 ‘썬업 오렌지 주스👇🏻’와 HY(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였어요. 두 제품 모두 라벨 자체가 얇으면서 절취선 그대로 뜯겨서 속이 다 시원했어요. 이어 해태HTB의 썬키스트 자몽소다,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가 준수하게 잘 뜯어졌죠.

일본이나 유럽의 페트병 음료들은 다들 떼기 쉬운 라벨을 장착하고 있다고 해요.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못합니까! 라고 임기백 매일유업 포장연구팀장님께 물어봤더니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페트병 라벨은 주로 페트(PET)나 폴리스티렌(PS) 재질입니다. 이 중에서 PET 재질이 상대적으로 잘 안 찢어지는데, 매일유업은 PS 재질입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PS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각 기업마다 생산 설비에 맞는 재질을 씁니다. 예를 들어 PET 라벨을 쓰던 회사가 PS 라벨로 바꾸려고 하면 기존 설비를 다 바꿔야 하는 거죠. 하필이면 라벨 설비는 충전(음료수를 페트병에 투입하는 공정)설비와 세트라서 라벨을 바꾸려면 충전 설비까지 바꿔야 됩니다. 설비 변경이 쉽지 않은 이유죠."

그렇지만 설비를 통째로 바꾸지 않아도 답이 있긴 하대요. "절취선 점선의 갯수를 늘리거나 점선 구멍의 크기를 키우면 설비 변경 없이 더 잘 찢어지는 라벨이 됩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라벨을 페트병 몸체에 딱 맞도록 열을 가해 수축시키는 공정에서 잘 찢어질 수도 있어서, 불량률이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이 뜯어내기 쉬운 접점을 찾는 게 어렵죠. 그래도 소비자들이 '잘 뜯어지지 않는다'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하면 바꿀 거예요. 담당자들이 그 접점을 찾느라 골치가 아프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많이 파는 기업이 먼저 바뀌어야

마지막으로 잘 뜯기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제품은 광동제약의 ‘헛개차’와 ‘옥수수수염차’, 롯데칠성의 ‘솔의눈’과 ‘이프로 부족할때 아쿠아제로👇🏻’, 웅진의 ‘아침햇살’과 ‘자연은 오렌지100 주스’였어요. 질기고 잘 뜯어지지 않는 절취선, 결국 귤껍질처럼 세로 방향으로 찢어지는 라벨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린피스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보고서 - 우리는 일회용을 마신다'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생수·음료류 기업 1위는 롯데칠성, 2위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 3위는 코카콜라, 4위는 쿠팡(오로지 PB상품 '탐사수' 1종만 판매. 쿠팡에서 생수 시켜 드시는 분들이 엄청 많단 의미), 5위는 동아오츠카였어요. 이들 5개 기업의 생수·음료류 폐플라스틱은 전체 생수·음료류 폐플라스틱 3만2373개 가운데 9964개로 30.8%나 돼요.

많이 파는 기업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1~3위 중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는 2023년 기준 무라벨 제품 비중이 출시 2년 만에 40%까지 올랐고, 2026년에는 무라벨 비중 100%가 목표라고 해요(그래두...페트병 생수 그만 사먹기...). 그리고 한국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촉구에 맞춰 라벨을 개선했죠. 이제 롯데칠성, 그 다음으로는 광동제약과 웅진이 변화할 때입니다.

'나쁜놈'을 지목해 때리자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이 회사들에서 떼기 편한 라벨을 만들어준다면 더 큰 변화를 불러올 거예요. 이들 회사가 종종 선보이는 친환경 캠페인이 무색하지 않도록,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용사님들의 냉소가 더욱 짙어지지 않도록 말예요.

☝🏻(에디터 손톱 : 살..려...줘...)

📌라벨과 접착제가 페트병 재활용을 망치는 이유

분리배출한 페트병은 잘게 분쇄된 후 세척, 라벨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페트병 또는 섬유의 원료로 쓰여요. 그런데 페트(PET)가 아닌 PP 소재의 라벨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불순물’과 다름없고 고품질 원료로의 재탄생을 방해해요.

또 라벨과 페트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가성소다(NaOH)가 투입되죠. 이른바 '양잿물'입니다. 당연히 작업자들의 건강에 좋지 않고, 환경 오염을 유발해요. 이 과정을 거친다 해도 가성소다가 접착제를 완벽히 없애지 못하는데요. 접착제가 남아있으면 페트를 섬유로 재탄생시킬 때 실을 끊어지게 합니다. 역시 재활용 품질이 떨어진다는 거죠.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재생섬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폐페트병의 90% 이상을 일본, 대만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단 사실.

참, 혹시나 덧붙이자면 페트병 라벨 잘 뜯어서 분리배출하고 잘 재활용된다 한들 끝이 아니에요.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거대한 과제가 남아 있으니까요. 유럽연합(EU)이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범위를 넓혀가고,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1㎏당 세금 0.8유로(약 1160원)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한 이유예요. 애초에 플라스틱을 덜 쓰도록,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시급!

🐻따뜻한 마음 담은 애착곰 키링
마르코로호 X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애착곰 인형 키링이 출시됐어요. 마르코로호는 여성 노인들의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요 키링을 사면 수익금의 20%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 기부되고요. 푸바오 떠나보내고 맘이 헛헛한 분들, 우리나라에 남은 280여 마리 사육곰들을 떠올려 주세요.

🏖️거제 어린이들을 위한 맑은학교 환경운동회
6월 1일 거제 와현해수욕장에서 플로깅을 더한 환경운동회가 열려요. 플로깅 키트랑 기념품이랑 간식도 제공! 어른들도 운동회 좋아하는데...

🏚️경기도 단독주택이세요? 태양광 들여봐
경기도 소재 단독주택 1267가구에 대해 주택태양광 설치 지원(자부담 160만원)한단 소식. 담달 신청분부터는 자부담률이 올라가니까 얼른 신청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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