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라이프 점프 뉴스레터 165호 [라이프점프 뉴스레터 커버 스토리]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 기록을 ‘출장 보고서’처럼 씁니다. 어느 숙소에서 조식으로 뭘 먹고, 그 다음으로는 어딜 갔으며, 점심 메뉴는 뭘 먹었는지 적죠. 그런 내용으로는 독자에게 아무 감흥을 줄 수 없어요. 중장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BTS가 아니라서 아무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지 않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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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연령제한이 풀린 이듬해인 1990년, 22살이던 김 작가는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여행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한국관광공사의 소양교육도 수료해야 했다. 지금과는 달리 정보를 얻을 창구도 많지 않았다. 그는 여행 책자를 구해 나름의 계획을 세웠지만 책 속의 내용은 업데이트가 안 돼 막상 도착한 여행지에서 고생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가 여권과 현금 전부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이 시작됐다.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 저녁 시간, 김 작가는 숙소 대신 기차역 플랫폼에 섰다. 그날의 저녁 기차 시간표를 훑어보며 ‘오늘 밤 지낼 수 있는’ 야간 열차표를 끊었다. ‘어디가 깨끗해서 노숙하기 좋다더라’는 정보를 얻으면 그 곳에서 밤을 지새웠다. 45일간의 여행을 마치니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입시 영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22살에 떠났던 첫 여행은 오래도록 그를 모험으로 이끌었다. 한 달 살기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1999년에는 프랑스에서 1년 살기에 도전하고, 2005년에는 뉴욕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 여행 자금이 모이면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여행은 김 작가에게 평생의 동반자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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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부터 97세까지 모이는 '고마 할아버지의 집', 지역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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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일본 도쿄 분쿄구 혼코마고메에 문을 연 ‘고마 할아버지의 집(고마지노우치)’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 식당, 바둑 교실, 비즈 공예 교실, 뇌 훈련 마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무 용건이 없어도 들러 100엔(약 850원)을 내고 차 한 잔을 마실 수도 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인원은 연간 5000~6000여명. 고마 할아버지의 집 운영 주체인 ‘비영리민간단체(NPO) 이바쇼 고마’의 아키모토 야스오 대표는 “0세부터 97세까지 이 곳을 방문한다”며 “시니어들이 아기들을 돌봐주기도 하고,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 이용법을 배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마 할아버지의 집은 이 지역의 ‘쓰레기집’으로부터 출발했다. 마음의 병 때문에 집 안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사는 이웃을 뒤늦게 발견한 주민들은 지역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교류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돌아가신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소유하고 있던 아키모토 대표가 집을 무상 기증함으로써 이 장소가 탄생했다. 중장년, 노년의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지난 10년 간 고마 할아버지의 집을 꾸려왔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이바쇼(있을 곳)’인 셈”이라며 “공간이 있으니까 뭐라도 할 일이 생기고, 이 곳을 거점 삼아 영향력이 퍼진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하면서 서로 육아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이웃과 만나 차를 마시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일본 전역 지자체에 설립돼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도 이 곳에 드나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약자나 소외 계층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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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36만명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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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떠나 즐거움이 있는 삶’. 일본 시니어 디지털전환(DX) 기업인 ‘오스탄스’의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5060 ‘액티브 시니어’들을 겨냥해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커뮤니티·취미·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를 세운 기쿠카와 료토 대표는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데 충격을 받아서”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기쿠카와 대표의 부친 역시 텅 빈 캘린더에 허전해하던 시기였다. 그는 “다음 주, 다음 달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탄스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는 ‘취미인클럽’이다. 온라인으로 일기를 적거나 취미 동호회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이나 맛집 탐방, 골프처럼 흔히 떠올릴 법한 취미 클럽도 많지만 단연 눈에 띄는 클럽은 ‘오하요 클럽’이다. 이 클럽의 활동은 매일 아침 일어나 게시판에 ‘오하요(일본의 아침 인사)'라고 적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이 클럽에만 3만 명이 가입해있다. 기쿠카와 대표는 “시니어들이 얼마나 연결감을 원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36만 명의 시니어가 3만 5000여개의 클럽에서 활동 중이며 월평균 조회수는 3000만 회에 이른다.
오스탄스는 이용자들의 일기와 클럽 게시물, 그리고 연간 300명 안팎의 1:1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니어들을 연구한다. “회원들은 무료로 취미인클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맙게 여기고 있는 데다, 보상보다는 인간관계·연결감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에 심층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오스탄스의 B2B, B2G 사업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시니어 타깃의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오스탄스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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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문화 공간 '탑골 미술관'···"미술관 문턱 낮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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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료로 미술 전시를 볼 수 있고, 시니어 도슨트(안내원)로부터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서울 종로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에 위치한 탑골미술관이다. 센터는지난 2013년 센터 내 쉼터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매달 작가와의 대화나 전시, 축제 등을 열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여가 정보가 부족하고 문화 활동에 소극적인 시니어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시니어 11명이 관람객의 전시 작품 이해를 돕는 ‘실버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취지를 실버 도슨트에게 1차로 전달하면, 실버 도슨트는 이를 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해 전한다.
유정화(66)씨는 실버 도슨트 9개월차다. 8년 전 실버 도슨트의 활동을 다룬 방송을 보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난 3월 신문에서 센터의 실버 도슨트 양성과정 공고문을 보고 지원해 꿈을 이뤘다. 실버 도슨트 3년차인 최경순(65)씨는 사회 복지사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해, 가정 주부에서 실버 도슨트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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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60대 이상 고용률···일부 업종 집중 등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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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시니어 취업률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진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용률은 2010년 36.2%에서 2020년 42.2%, 지난해 44.5%에서 올해 1~10월 45.6%로 증가했다. 60대 취업자 증가분 중 민간일자리 기여분은 2017년 78.8%에서 2023년 88.6%로, 70세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48.9%에서 70.6%로 늘었다. 민간 일자리가 고령자 고용률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0대 초반 취업자의 경우 제조업, 60대 후반은 도소매·숙박음식·보건복지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었다. 70세 이상의 경우 보건복지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이 증가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65세이상 고용률은 매우 높으나 55~64세 고용률(68.8%)은 고령화율이 높은 독일(73.3%), 일본(78.1%)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낮게 나타났다. 법정 정년보다 빨리 퇴직하는 이들이 많아 연금 개시 전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고령자의 일자리 구조는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보다 농림어업‧보건복지업 비중이 높고, 제조‧건설‧도소매 비중이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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