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모쪼록 안부를 묻습니다

상대를 향한 안부와 기원을 말문에 세워 두는 시기입니다. 님, 다정한 마음들을 끌어안고 새해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여느 때보다도 올해 인사는 보다 차분하게, 보다 진중한 마음으로 건네게 됩니다. 연중에는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야 하고, 그래서인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볼 기회가 적지만요. 연말과 연초가 되면 흩어진 모든 이가 한데 모여 헌 해와 작별하고 새로이 윤기 나는 해를 받아 들죠. 그제야 가까운 이들과 눈을 맞출 틈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시기에 주고받은 마음들은 다시금 오늘을 살아갈 우리에게 톡톡한 응원이 되니, 한해 중에서도 더욱 값진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까지 어떤 시간을 지나왔든, 새로 건네받은 오늘을 우리 같이 사뿐사뿐 걸어나가 보아요. 새해 첫 번째 편지가 될 이번 레터에서는 《AROUND》 98호 속 사진가 정멜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무엇을 기록할 때 행복한지 찾아나간다는 그를 보며 대략 삼백예순 개의 날, 우리는 무얼 쓰고 남길지 고민해 볼까요?

정멜멜의 사진에는 언제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빛이 밝은 곳만 비추는 법은, 그림자가 어둠만 말하는 법은 없이 둥근 어깨를 마주 대고 공존한다.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가 사랑하는 것들이 보이기 마련.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올루 올루Olu Olu 통해 사람과 동물의 반려를 응시한다. 만남과 이별도, 삶과 죽음도, 평범한 일상의 나날과 가끔은 아옹다옹하다 토라지는 날들까지 경계 없는 빛과 그림자 아래 사랑으로 쓰인다. 시절의 찬란함을 영원으로 기록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에 앞서, 이야기는 나와 함께 세상을 사는 존재들에 대한 사랑 고백임을 밝혀둔다.

스스로 기록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음… 무얼 기록할 때 행복한지 계속 찾아나가고 있어요. 어떤 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가치가 커져요. 예를 들어 세상에 엄청나게 멋있는 화보가 나와요.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붙고 모델이 등장하고 섭외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나온다면 당연히 대단하겠죠. 그런데 나한테는 집처럼 편안한 장소에서 사랑하는 존재와 찍은 한 장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진에는 기록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요. 제가 담고 싶은 장면은 후자에 가까워요.

 

(중략) 다른 존재의 기록에 성실히 임할 수 있는 건 자신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선호하는 기록 방식이 있어요?

정해진 방식을 추구하면 진지하게 해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생겨요. 부담도 되고요. 그래서 곁에 휴대폰이 있으면 폰으로, 카메라가 있으면 카메라로 대충 기록해요. 아, 손으로 노트에 쓰는 기록은 잘 안 하고요. 나중에 다시 보고 정리를 하더라도 부담 없이 빠르게, 무겁지 않게 습관적으로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둬요.

 

카메라라는 기록 도구에 관해 말하고 싶은데, 처음 내 카메라가 생겼던 때를 기억해요?

그럼요. 대학교를 휴학하고 별 이유 없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풀 프레임 카메라를 샀거든요. 그 전에도 휴대폰이나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쓰긴 했지만 제대로 된 카메라는 그게 처음이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런 큰 도구를 사는 건 쉬운 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욱 많이 써보려고 산책도 가고, 사진을 항상 누군가가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올렸어요. 구경 와주시는 분들과 댓글로 소통하고요. 그런 재미로 사진이란 취미를 오랫동안 즐겼던 것 같아요. 이제는 꽤 다른 의미로 닿는 일이 되었지만요.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에는 그보다 더 어릴 적, 사진에 대한 기억을 심어준 외삼촌 이야기가 있었어요. 삼촌은 어떤 분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삼촌이 사진관을 하셨어요. 앨범을 보면 엄마나 아빠가 찍어준 사진보다 삼촌이 찍어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산이나 바다, 놀이공원, 미술관, 당시 살던 동네까지… 항상 조카들을 우르르 데리고 사진 찍으러 다니던 게 떠올라요. 이제야 누군가 내 어린 시절을 기록해 준 게 무척 고맙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죠. 다섯 살 때 사진을 열 살 때, 스무 살 때 나아가 지금처럼 마흔이 다 되어서 다시 보는 기분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이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붙는 기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기억 때문에 사진을 일로 삼은 건 아니라서, 나중에 제가 사진가가 되었을 때 삼촌이 신기하게 바라보셨어요. 저는 저보다 앞서 오랫동안 카메라를 든 삼촌이 궁금해서 그 시절의 사진 촬영 방식이나,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태도에 관해 여러 번 물었어요. 삼촌은 사진으로 돈이 잘 벌릴 때, 그래서 성취감이 있을 때 이 일이 재미있었대요. 사진을 찍는 건 다양한 이들을 접하는 일이라 사람 보는 눈도 생긴다고요. 삼촌과의 모든 순간이 기억나진 않지만 사진을 사이에 두던 장면들은 아직도 떠올라요.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고 싶은지 궁금해져요.

내 시선에 아름답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찍는 것.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건 크게 변함이 없어요.

 

그러고 보니 사진 찍을 때 상대의 장점을 잘 찾는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이 어디가 예쁜지 바로 보여요. 근데 저는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알아보는 건 특별한 재능이죠!

그런 사람들이 다 사진을 하긴 하더라고요(웃음). 일로서는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의 멤버이자 사진가 정멜멜은 《AROUND》 98호에서 동료 해수, 수호와의 사이드 프로젝트 올루 올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하와이어로 ‘귀엽다’는 말을 빌려와 지은 프로젝트 이름은 알고 보면, 반려동물과 곁하는 일상을 보내는 세 사람이 평소에 가장 즐겨 쓰는 말이라고 해요. 순수한 호감으로 사람과 동물 사이의 고유한 관계를 응시하고 싶은 그들은 반려동물들이 귀엽기 때문에 “사랑하게 됐고 마음속에 받아들이게 됐고, 나아가 서로의 세계가 넓어질 수 있었다고” 했어요. 그 마음을 올루 올루만의 굿즈로도 보여주고 있답니다.

올루 올루의 시선을 곁 가까이에 두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어라운드(@aroundmagazine)와 올루 올루(@oluolu.love)를 태그한 후 우리 주변 동물과의 기록을 스토리 또는 피드로 업로드 해주세요. 나만 없는 고양이부터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들, 머나먼 곳에 사는 친구들까지, 남기고 싶은 기록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추첨을 통해 다섯 분께 볼캡과 머그컵, 책갈피까지 올루 올루의 굿즈 세트를 한아름 선물로 드릴게요.

매거진 한 권이 오롯한 모습으로 완성될 때마다, ‘Question’을 통해 독자분들께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매일 빈 페이지를 마주하며 마음이 닿은 대상을 기록하는 콘텐츠 에디터 김정현의 답을 들려드릴게요. 영상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에게 기록은 어떤 의미인지 떠올려 보세요.

안타까운 소식들로 마음이 무거운 새해를 보냅니다.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보며 나와 가까운 이들뿐 아니라 얼굴과 이름 하나 알지 못하는 모든 이들의 무탈한 하루를 기원하는 연초이기도 했어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서로의 매일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레터를 마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걸음 전하고픈 이야기를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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