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기록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음… 무얼 기록할 때 행복한지 계속 찾아나가고 있어요. 어떤 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가치가 커져요. 예를 들어 세상에 엄청나게 멋있는 화보가 나와요.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붙고 모델이 등장하고 섭외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나온다면 당연히 대단하겠죠. 그런데 나한테는 집처럼 편안한 장소에서 사랑하는 존재와 찍은 한 장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진에는 기록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요. 제가 담고 싶은 장면은 후자에 가까워요.
(중략) 다른 존재의 기록에 성실히 임할 수 있는 건 자신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선호하는 기록 방식이 있어요?
정해진 방식을 추구하면 진지하게 해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생겨요. 부담도 되고요. 그래서 곁에 휴대폰이 있으면 폰으로, 카메라가 있으면 카메라로 대충 기록해요. 아, 손으로 노트에 쓰는 기록은 잘 안 하고요. 나중에 다시 보고 정리를 하더라도 부담 없이 빠르게, 무겁지 않게 습관적으로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둬요.
카메라라는 기록 도구에 관해 말하고 싶은데, 처음 내 카메라가 생겼던 때를 기억해요?
그럼요. 대학교를 휴학하고 별 이유 없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풀 프레임 카메라를 샀거든요. 그 전에도 휴대폰이나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쓰긴 했지만 제대로 된 카메라는 그게 처음이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런 큰 도구를 사는 건 쉬운 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욱 많이 써보려고 산책도 가고, 사진을 항상 누군가가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올렸어요. 구경 와주시는 분들과 댓글로 소통하고요. 그런 재미로 사진이란 취미를 오랫동안 즐겼던 것 같아요. 이제는 꽤 다른 의미로 닿는 일이 되었지만요.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에는 그보다 더 어릴 적, 사진에 대한 기억을 심어준 외삼촌 이야기가 있었어요. 삼촌은 어떤 분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삼촌이 사진관을 하셨어요. 앨범을 보면 엄마나 아빠가 찍어준 사진보다 삼촌이 찍어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산이나 바다, 놀이공원, 미술관, 당시 살던 동네까지… 항상 조카들을 우르르 데리고 사진 찍으러 다니던 게 떠올라요. 이제야 누군가 내 어린 시절을 기록해 준 게 무척 고맙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죠. 다섯 살 때 사진을 열 살 때, 스무 살 때 나아가 지금처럼 마흔이 다 되어서 다시 보는 기분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이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붙는 기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기억 때문에 사진을 일로 삼은 건 아니라서, 나중에 제가 사진가가 되었을 때 삼촌이 신기하게 바라보셨어요. 저는 저보다 앞서 오랫동안 카메라를 든 삼촌이 궁금해서 그 시절의 사진 촬영 방식이나,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태도에 관해 여러 번 물었어요. 삼촌은 사진으로 돈이 잘 벌릴 때, 그래서 성취감이 있을 때 이 일이 재미있었대요. 사진을 찍는 건 다양한 이들을 접하는 일이라 사람 보는 눈도 생긴다고요. 삼촌과의 모든 순간이 기억나진 않지만 사진을 사이에 두던 장면들은 아직도 떠올라요.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고 싶은지 궁금해져요.
내 시선에 아름답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찍는 것.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건 크게 변함이 없어요.
그러고 보니 사진 찍을 때 상대의 장점을 잘 찾는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이 어디가 예쁜지 바로 보여요. 근데 저는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알아보는 건 특별한 재능이죠!
그런 사람들이 다 사진을 하긴 하더라고요(웃음). 일로서는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