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의 동문서답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의 #3 <고피자 연구&분석> 첫번째 레터입니다.  그전에 잠깐 쿠팡 이야기입니다.
동문서답한 쿠팡 김범석 의장의 아픔과 손익분기점이란 숙제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지난 3월 20일 유튜브에 ‘CNBC 삭제본’이라는 동영상 하나가 떴습니다. 구독자 6만명 정도인 미국이야기라는 채널이 올린 영상입니다. 부제는 ‘동문서답하는 쿠팡 김범석 인터뷰 풀영상’ 입니다. 
 유명 유튜버도 아니고, 조회수도 2만여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영상의 6분10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어렵고 척박한 길인지, 그리고 ‘손익분기점’이라는, 세상 모든 스타트업의 숙제를 다시 한번 되짚는 길고긴 시간었습니다. 
 오래전에 딱지 앉은 상처라, 안 아플줄 알았는데, 막상 다시 헤집으니 쓰리고 또쓰릴 때처럼 말이죠. 

 쿠팡은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35달러)보다 40.7% 오른 49.25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쿠팡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날 쿠팡과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스토리에서 교훈과 희망을 동시에 봤습니다.  같은날 김범석 의장은 자산 9조원의 거부 반열에 올랐죠.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CNBC와 김 의장의 인터뷰는 국내에서도 회자됐습니다. 

 그런데 CNBC의 공식 유튜브 채널(구독자수 143만명)에 뜬 김범석 의장의 인터뷰 동영상(5분10초 분량) 댓글에 ‘왜 CNBC는 풀 버전을 삭제했느냐. 앤드류(Andrew, 뉴스진행자)가 3차례나 언제 쿠팡이 수익을 내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김범수 의장이 매번 회피했지 않았느냐.’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TV 뉴스에 나온 영상 중 일부가 잘린채 유튜브에 올라왔다는 지적이죠. 

 문제의 ‘CNBC 삭제본’은 그 대목이 고스란히 실린 영상입니다. 
 “언제 수익화의 길을 갈 수 있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좋은 투자자를 만난 것’과 ‘장기 투자와 장기 전략’을 반복해 언급할 뿐, 언제쯤 쿠팡이 영업이익을 낼지 답하지 않죠. 
 그러자 뉴스진행자는 “아뇨, 아뇨.(no, no) 아마존과 달리, 아마존은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를 가졌지만, 본래 리테일 비즈니스는 마진이 박하다. (수익화 시점은) 2년? 3년? 4년?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라며 재차 지적합니다. 
 다시 김 의장은 주식 투자자나 고객들은 장기 투자 입장에서 회사 가치를 인정한다는 식으로 답을 회피합니다. 진행자는 다시 “10년쯤 뒤인가, 쿠팡은 창업한지 벌써 10년 넘지 않았냐”고, 다시 수익화 문제를 물고 넘어지죠. 당황한 김 의장의 표정은 굳이 영상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알 듯 합니다.

 손익분기점은 쿠팡에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매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넘게 적자를 낼 때마다, 쿠팡 도산설이 돌았죠. 
 그때마다 ‘장기 비전을 믿고 투자하는 소프트뱅크가 있다’ ‘회계상 자금난의 걱정은 없고, 경쟁사의 악의적인 흑색선전이다’ ‘적자를 감내하고 규모를 키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모델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우려를 떨칠 뉴욕증시 상장의 축제일조차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손익분기점의 시기에 대한 곤혹스런 질문에 맞닥뜨린 겁니다. 

 독한 CNBC의 뉴스진행자를 마냥 탓할 순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를 만날 때마다, 취재 기자로서 가장 묻기 싫지만, 그래도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 바로 ‘언제 흑자가 되느냐’인 걸 알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계획된 적자’ 플랜과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바탕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큰 그림을 그리는건 너무 부럽지만, 그리고 그런 큰 성공의 꿈을 응원하지만, 말입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어떤 기업도 적자 누적과 자본 잠식이면 도산합니다. 

 4년전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에게서 도산했을 때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니 사무실로 사채업자들이 몰려왔죠. 근데 진짜 아픈건, 동고동락하던, 한솥밥 먹던 동료에게 월급을 못 준거죠. 망했으니까. 직원들은 저를 노동부에 신고했죠. 벤처는 꿈만 갖고 하는게 아니구나, 그걸 깨달았죠.” 

 하루라도 빨리 김범석 의장이 활짝 웃으며, “이제 쿠팡은 흑자 기업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쿠팡이 한국 뿐 아니라, 세상의 쇼핑 방식을 바꾼 혁신의 진원지로 기억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김 의장이 CNBC 진행자에게 “쿠팡의 앤드 투 앤드 방식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뚝딱 다음날 배송되는, 한국에서 일군 쿠팡의 혁신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즌 1 No.3  고피자 임재원의 답, 피자의 혁신이란? ㅇㅇ혁신이란' 질문'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쫌아는기자들 2호는 자칭 피자광입니다. 새로 생긴 피자집이 소문이 들리면, 일단 갑니다. 신메뉴는 주문합니다. 서울의 웬만한 피자집은 섭렵했죠. 

 뉴스레터 [스타트업]이 고피자의 임재원(32) 대표를 마포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명함을 주고받고는 곧장 “피자 맛 좀 보죠. 제일 자신 있는 메뉴로 부탁합니다”고 했죠. 한 뼘보다 조금 큰 1인용 피자를 주더군요. 화덕에서 구운 얇은 도우는 바삭, 입 안에선 씹힐 때 찰진 느낌, 그리고 감히 치즈 맛에 반기를 들지 않는 토핑…. 맛있는 인터뷰를 시작했죠. 

왜 하필 피자예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형 유학 뒷바라지하느라 한국에 안 계셨고, 대학 때는 싱가포르에서 유학했어요. 패스트푸드의 삶이죠. 맥도날드를 일주일 두~세 번씩 먹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피자는 자주 못 먹었죠. 혼자 먹기 어렵고,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해요. 이런 문제를 개선해 사람들이 더 많이 피자를 먹게 하자는 막연한 아이디어가 시작이죠. 
 
도미노, 피자헛, 파파존스 등도 맛있지 않나요. 수제 피자가 아닌 한, 뭘 더 개선한다는 거죠. 
 도미노나 맥도날드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피자가 있어요. 이걸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봤죠.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피자요? 
 전 세계의 피자 캐주얼화라고 봐요. 예전엔 피자는 되게 큰 마음 먹고 하는 외식이었고, 비싸고, 배달도 오래 걸렸어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더 싸고, 가볍고, 쉽고 빠르게 먹는 음식으로 변화, 그게 새로운 피자죠. 제가 ‘그런 피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장 조사를 해보니 미국에서 패스트캐쥬얼이라는 음식 카테고리가 새로 생겼어요. 패스트푸드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사이 음식이죠. 그 트렌드를 리드하는 것이 피자였거든요. 
 피자는 두 가지예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구워먹는 값비싼 화덕피자와 도미노나 피자헛처럼 배달하는 오븐 피자요. 그런데 그 중간이 없어요. 화덕 피자처럼 조금은 특별한 맛인데, 가격은 살짝 저렴한 카테고리요. 사실 햄버거엔 이런 패스트캐쥬얼 카테고리가 확고해요. 유명한 수제버거집과 맥도날드 사이에서 쉑쉑버거나 인앤아웃이 소비자의 중간 니즈를 잡고 성공했어요. 

 햄버거가 하는걸, 피자라고 못하나요. 미국에는 블레이즈 피자나 모드 피자가 등장했죠. 고피자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생겼어요. 모드 피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토핑을 골라 넣는 피자에요. 치폴레(미국의 타코 브랜드. 매장에서 원하는 토핑을 고르면 직원이 나만의 타코를 만들어준다)의 피자 버전에 가깝죠.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과 함께 쭉 같이 토핑을 고르고, 그 피자를 화덕에서 구워줘요. 고피자도 그런 트렌드의 일부죠. 
 중요한 대목은 얼마나 빨리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해외 패스트캐쥬얼 피자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고, 빠르게 매장을 늘리느냐의 문제죠. 도미노 피자가 매장 100개 낼 때, 저희는 1000개를 낸다는 목표로 달려야 해요. 

 잠깐만요. 치킨도, 햄버거도 레드오션인데 피자만 예외다? 
 네. 다른 요식업은 레드오션이지만 피자는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피자 시장엔 쉑쉑버거와 인앤아웃이 없잖아요. 타깃을 명확히 하면 승산이 있는 시장입니다. 
 이전의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와 차별화했죠. ‘햄버거처럼 더 빠르게 만들고, 더 저렴하게 만들자’는 거죠. 일단 사이즈가 작죠. 
 하지만 무엇보다 제조 방식을 바꿨죠. 기존 피자는 도우를 매장에서 발효, 숙성해 오븐에 굽죠. 사실 기존 피자의 원가 상당 부분은 매장 내에서 굽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예요. 
 저희는 공장에서 초벌한 도우를 매장으로 보내고, 그걸 자동 화덕에 넣어 빠르게 구워내요. 화덕 자동화가 인건비를 줄여요. 피자의 맛은 도우, 토핑, 굽는 방식이 좌우해요. 중요도는 도우, 굽는방식, 토핑 순이요. 
 고피자는 도우와 굽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이죠.(※쫌아는기자들 2호의 귀에는 토핑을 클로즈업해 광고하는 경쟁사의 TV CF를 에둘러 비판하는 소리로 들렸다.) 

고피자는 할 수 있지만, 피자헛은 못하는 혁신이란? 그리고 왜?
도우 공장이 있다고요? 
 스케일업을 생각했죠. 매장 10개일 때 도우 공장을 지었죠. 우리의 초벌 도우가 세계에서 품질과 가격에서 제일 좋다고 자부해요. 타사 제품들과 배합도, 공정도 달라요. 사업 초기에는 초벌 도우를 다른 공장에서 받았어요. ‘고피자 정말 맛없다’는 고객 리뷰가 쏟아졌고, 결국 도우의 문제였죠. 
 직접 도우 공장을 지었어요. 밀가루, 베이커리 전문가들을 모아서 배합을 새로 했어요. 공장 설비 중 일부는 직접 개발했고 공정도 짰어요. 

고피자의 경쟁력은 화덕이라고 하셨죠. 근데 의문점요. 고피자가 할 수 있는 걸, 왜 도미노피자나 피자헛 같은 브랜드들은 못한다는 거죠. 
 화덕은 장단점이 있어요. 장점은 빨리 구울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그만큼 열이 강해 피자 도우가 두꺼우면 밖에는 타고 안에는 안 익어요. 피자 프랜차이즈는 각 가맹점 현장에서 도우를 만드는데, 얇은 도우가 쉽지 않아요. 두꺼운 도우는 화덕에서 구우면 전부 타요. 우린 얇은 초벌 도우를 매장에 보내, 화덕을 쓸 수 있죠. 
 사실 화덕은 쓰기 어렵고, 생산성이 떨어져요. 수제 피자집에서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화덕 앞에 붙어 있는 장면 본 적 있으시죠. 화덕에 도우를 넣으면 그만이 아니거든요. 화덕 안에서도 피자의 위치를 바꿔주고, 피자 하나씩 기억했다가 시간 맞춰서 화덕에 빼야죠. 이게 다 인건비죠. 
 그래서 표준화와 생산성이 중요한 글로벌 업체들은 화덕을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고피자는 수십개 매장에 화덕을 설치했죠. 
 자체 개발한 화덕, 고븐(Goven)은 화덕 안에 돌판이 있어요. 돌판에 피자를 얹고, 돌판을 턴테이블처럼 돌려요. 화덕 안에 도우 위치를 조정하지 않고도 열이 골고루 가죠. 화덕 온도도 오븐 스스로 잰 다음에 온도가 많이 올라가면 식히는 방식이에요. 직접 개발했죠. 
 이게 1.0 버전이에요. 최근 막 개발 완료한 고븐 2.0은 더 편해요. 1.0은 사람이 돌판 위에 도우를 올려놓고 화덕에 넣었죠. 2.0은 도우를 오븐 입구에 두면 기계가 피자를 돌판에 얹고, 다 익으면 밖으로 꺼내줘요.

고피자의 고븐. 화덕 안에 턴테이블처럼 돌아가는 돌판이 있다. 
푸드트럭은 나의 절실함과 열정을 증명했다
회사명은 솔직히 사람 마음 당기게 잘 지었네요. 고피자의 작명은 어디서 나왔나요. 
 원래 푸드트럭할 때 그 트럭의 이름이다 보니 그런 작명요. 언제든지 쉽게 먹고 갈 수 있는 피자를 팝니다. 와서 먹고 가세요(go). 

갑자기 웬 푸드트럭요? 
 지금 법인은 2018년에 창업했고요, 2016년 3월부터 2년 동안 개인사업자로 푸드트럭을 몰고 주말마다 한강 야시장에서 피자를 팔았어요. 
 그땐 부릉을 운영하는 매쉬코리아 직원이었고 투잡을 뛰었죠. 트럭에서 화덕으로 피자를 구워 5000원 정도에 팔았어요. 한 달 4000만원 정도 벌었죠. 장사는 잘됐지만 힘들었어요. 좁은 공간에서 온종일 피자를 팔고, 밤새 재료를 손질해 주말 내내 일했으니까요. 넉달정도 투잡 뛰다가 아예 회사를 그만뒀죠. 

처음부터 그럴듯하게 스타트업 창업하지, 왜 굳이 푸드트럭을 했나요 
 성공 가능성 테스트죠. 피자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을 증명하고 싶었죠. ‘피자 사업 하겠다’는 아들 말에 어머님은 농담인 줄 알았대요. 요리도 못 하고 특별히 미식가도 아닌 아들을 이니까요. ‘이러다 말겠지’ 하셨죠. 피자 알바 뛰고, 피자 학원 다니고, 집에서 피자 굽고하니 ‘어라, 이상하다’ 하던 어머니는 1년 정도 후에 푸드트럭을 할 돈을 빌려주셨죠. 

화덕과 도우의 혁신, 그 다음은 뭔가요. 
 인공지능(AI)요. 2018년 매장이 50개 정도로 늘어나니 품질 관리가 어려웠죠. 매장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제품의 퀄리티를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했죠. 그래서 ‘AI 스마트 토핑테이블’ 기술을 연구중이예요. 
 피자를 모르는 직원이 출근 첫날 피자를 맛있게 굽도록 돕는 기술이죠. 피자집 주방에 토핑 재료를 쭉 모아둔 보관함이 있어요. 이 기술을 쓰면 주문한 피자의 레시피 순서에 따라 넣어야 할 재료함에 불이 들어와요. 불이 들어온 순서대로 토핑을 얹고 나면 작업대 위에 있는 카메라가 피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죠. 
 그다음 판단을 내려줘요. ‘모든 토핑이 제자리에 순서대로 충분히 들어갔는지’ 체크를 해주는 것이죠. 

 예컨대 도우를 올리면 ‘토마토 소스를 넣으라는’ 명령이 들어오면서 토마토 소스 보관함에 불이 들어와요. 본사는 레시피에 따라 ‘소스는 도우의 92% 면적까지 충분히 발려야 한다’고 입력을 해둬요. 
 카메라로 찍은 피자에 소스가 충분히 발려있지 않으면 AI는 다음 재료를 넣으라는 사인을 주지 않아요. 92%가 발렸으면, 다음 치즈 토핑을 가이드 해주는 방식이죠. 종합적인 정확도도 평가하고, 누가, 얼마나 빨리 만들었는지도 정보를 모아요. 
 피자 사진만 10만장 이상을 찍어서 AI에게 딥러닝을 시켰죠. 미국 특허를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서브웨이나 다른 피자 체인에도 팔 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푸드트럭에서 피자를 팔던 시절, 고피자 트럭과 임재원 대표. 
온세상 피자의 혁신은, 만원 이하에 만들 수 있는가 여부
고피자는 테크 회사인가요. 
 아뇨. 저희는 명확하게 푸드회사예요. 본질은 피자를 많이 파는 것입니다. 기술은 피자 만드는 일을 더 잘하고, 빠르게 해주는 수단일 뿐이죠. 햄버거처럼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먹는 피자를 만드는 목표를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피자는 건강한 맛이에요. 화덕으로 구운 피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빵이 됩니다. 건강하고 담백한 토핑을 지향해요. 피자를 햄버거처럼 자주 먹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기름지고 헤비(heavy)해서는 안 돼요. 담백한 맛, 혼자 먹을 수 있는 사이즈로 피자를 만들어야 자주 먹을 수 있죠. 
 피자 가격이 1만원이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피자집에 가면 금방 3만원을 쓰게 되잖아요. 테크가 이렇게 햄버거와 경쟁할만한 1만원 이하의 좋은 피자를 만들어주고 있죠. 

해외에도 진출했네요. 
 싱가포르에 6곳, 인도 5곳, 홍콩 2곳이 있어요. 싱가포르가 압도적으로 잘 됩니다. 올해 1분기 8호점까지 준비 중이에요.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피자가 더 비싸고, 느리고, 맛이 없어요. 한 판에 30달러가 넘고 1시간 대기가 기본이에요. 싱가포르에선 가성비 좋은 점심으로 10달러 미만 피자를 빠르게 만들었죠. 그게 먹혔어요. 인도는 코로나로 쉽지 않지만, 드디어 조만간 우리가 만든 화덕을 인도로 보내요. 인도도 이제 본격 시작인 셈이죠. 
 작년에 매출 10% 정도가 해외에서 나왔고요. 올해는 20%, 2023년에는 40%가 목표예요. 

40%요? 
 일단 올해는 국내랑 싱가포르에 집중할 건데요. 싱가포르에 매장 20개 이상을 내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확장 계획이에요. 싱가포르가 1차 타깃인 이유는 인근에 문화, 경제적으로 유사한 나라들이 있어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들로 뻗어나갈 수 있죠. 필리핀 진출은 지금 준비 중이고요.

푸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 1호가 되는 거 아닌가요. 투자받기도 힘들었을텐데요.
 저희도 아직 성공이라고는 못해요. 그래도 푸드 스타트업 중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케이스는 고피자일겁니다. 외식업 자체가 힘든 업이라서 그래요. 코로나처럼 변수가 많고, 퍼포먼스 대비 보상이 적다고 자본 시장에서는 투자를 썩 내켜 하지 않아요. 대부분 투자 유치 때 1차 미팅에서 잘려요. ‘회사는 좋아도, 산업이 내키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어요. 
 스타트업은 모두 유니콘이 목표인데, 요식업은 한국 시장에서만 잘해서는 유니콘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죠. 외식업은 소위 ‘스타트업병’에 걸려서는 안 돼요. 공격적인 투자하고, 매출 스케일업하는 방식만으론 안돼요. 외식업은 모든 매장에서 수익이 나와야, 굴러갈 수 있어요. 

그래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죠 
 피자는 세계인이 먹는 음식이잖나요. 해외 진출 길이 열린 시장이고 실제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주로 어필했어요. 국밥이나 빈대떡을 했으면 투자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2018년에 창업 직후에 제대로 점포 하나 내기도 어려운 시절, 캡스톤파트너스에서 투자해줬어요. 송은강 대표님은 푸드트럭을 하면서 준비한 과정을 듣더니 절실함을 인정했죠. 송 대표님은 푸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려면 ‘기술력과 해외 시장에 대한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고피자가 만든 화덕을 보고 투자 오케이 사인을 주셨죠. 

도미노나 피자헛이 고피자의 방식을 따라 해 1인용 피자를 내놓으면 사업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저희를 따라 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요. 도미노피자는 전 세계 매장이 1만8000개쯤 돼요. 매장 점주들을 전부 설득할 수 없을 겁니다. 투자자인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님의 조언을 빌리자면, 이래요. 
"외식업은 AI나 클라우드를 가장 마지막에 도입한 산업이다. 변화 속도가 가장 느리다. 거대 외식업 기업이 롤백해 자신들의 기존 접근 방식을 뜯어고치는 데는 시간이 엄청 필요하다. 차라리 스타트업의 새로운 접근이 요식업을 혁신할 것이다. 그 가능성을 본다." 
 어떤가요. 사실 우리의 AI와 비슷한, 카메라로 피자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술을 도미노피자가 해외에서 만들었어요.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죠. 테스트를 하는데 가맹점주들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대요. 그만큼 오래된 기업과 산업을 바꾸기 어려운 것이죠. 오히려 위험한 경쟁자는 거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저희처럼 ‘요식업 성공 방정식을 바꾸겠다’는 다른 스타트업이죠. 

손익분기점은 언제쯤 도달하나요. 
 올해 하반기 정도요. 저희가 만약 배달 전용 매장까지 출점했으면 지금쯤 매장이 300~400개는 될 거에요. 가맹점 문의가 한 달에 70개씩 들어와요. 대부분 거절하고 있어요. 저희는 100개 매장 중 두 곳을 제외하고 배달이 되지 않거든요. 고객들이 직접 와서 방금 화덕에서 나온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좋은 입지에 매장을 내고 있어요. 배달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없어요. 사람들이 매장에 가서 따뜻한 피자를 먹어봐야 그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거든요. 3~5년 후를 본 판단이에요. 물론 그때 가서 우리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맞다고 믿어요. 

※ 인터뷰를 마치고 쫌아는기자들 2호는 먹다 남은 피자를 챙겼다. 임 대표는 커피 원두 찌꺼기를 진공 포장팩에 넣어줬다. 그는 “어떻게 하면 포장 고객이 집에 가서도 따뜻한 피자를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하다, 인근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진공 포장한 다음 데워서 포장에 넣어 드리고 있어요. 그럼 따뜻함이 더 오래가요.”라고 했다. ‘24시간 중의 12시간은 피자 맛을 고민한다’는 그의 말은 진짜인 것 같았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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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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