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실리콘밸리하면 첨단 자율주행 차량과 전기차 수소차들이 돌아다니는 곳으로 상상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사실 이곳은 자전거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산악자전거인 MTB가 바로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거든요.
때는 바야흐로 1976년. 당시에는 플라워 파워의 물결이 넘실대던 때였어요. 사랑, 피스, 반전을 상징하는 꽃을 든 히피들의 문화인대요.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히피족 찰리 켈리는 타말파이어스산에서 이런 내기를 했어요. “야 누가 산에서 더 빨리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지 시합해 볼래?”
7000미터 높이의 산 3킬로미터 길이를 내려오는데 5시간 12분만에 내려온 한 사나이가 우승을 했습니다. 당시 자전거하면 으레 도심을 달리는 교통수단으로 인식을 했는데, 산을 내려오다니! 사람들은 열광을 했고 찰리 켈리는 수요를 확인한 직후 마운틴 바이크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브리저(Breezer)라는 자전거를 만듭니다. 이후 스페셜라이즈드 등 유명 자전거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잇따라 태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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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산악자전거인 탄생이었던 것이죠. 두툼한 타이어는 펑크도 나지 않았고 배수관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며 똑바로 앉아서 더 넓은 세상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MTB를 탔던 초기의 히피들이 기존 규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당시 자전거 협회는 “이런 것은 안 돼” “저런 것만 할 수 있어”하고 온갖 규정을 두었는데요.
히피들이 마음껏 자전거를 만들다보니 오히려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에요. 가끔 자전거를 타고 실리콘밸리의 도로들을 누비다 보면, 자전거는 오로지 나만의 힘만으로 간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달려도, 누군가가 대신해 제 자전거를 몰아줄 순 없는 존재. 넘어지지 않으려고 땀 흘려 페달을 밟으면 온 신경이 제 몸뚱이 하나에만 집중되다보니 무거운 머릿속 잡념을 없애는 존재. 그것이 바로 자전거가 아닐까 합니다.
인류가 자전거를 발명한지 올해로 꼭 205년이 됐는데요. 자전거는 기차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꾸준히 성장하는 모빌리티입니다. 또 자전거의 탄생으로 인해 수많은 문화가 바뀌었는데요. 오늘은 바이크 205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짧지만 굵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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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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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이커는 왜 자전거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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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커져가는 e바이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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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스타트업의 새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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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205년 문화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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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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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주목 받는 행보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인 포르쉐가 이번 주 전기 자전거 구동렬(drive train)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파우자(Fauza)를 전면 인수했어요. 구동렬이란 크랭크 스프라켓 체인 페달을 가리키는 자전거 용어인데, 자전거의 핵심입니다. 포르쉐는 올 들어 지분 20%만 투자를 했는데 이번엔 전부 인수를 했어요. 바이크 기술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인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포르쉐는 지난해에 크로아티아 전기자전거 업체인 그레입(Greyp)에 통 큰 투자를 단행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고, 아울러 네덜란드 폰홀딩스와 합작사도 설립한 바 있어요.
지속가능한 녹색 모빌리티
포르쉐는 이번에 인수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어요. “포르쉐가 직접 고품질 전기자전거를 제조해 빠르게 성장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중심에 설 것입니다.” 파우자가 만들고 있는 구동렬인 드라이브 트레인은 무게가 고작 4.6킬로그램에 지나지 않아 초경량 자전거를 만드는데 필수라고 해요. 포르쉐는 올 봄에 무려 1000만원을 웃도는 전기 MTB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전기 자전거 판매량이 연평균 145% 급증하면서, 갈수록 자전거에 대해 눈독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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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듀카티 (2)BMW (3)Jeep (4)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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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뛰어 든다
자전거 시장에는 포르쉐 뿐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 업체와 오토바이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어요. 제가 파악한 것만 아래와 같습니다.
- BMW: 고급차로 유명하지만 사실 70년째 자전거를 만들고 있어요. 특이 요즘 들어 전기자전거, 킥보드, 접이식 자전거, 아동용 자전거까지 아이템을 가리지 않아요.
- Jeep: 뚱뚱한 팻 타이어를 장착하고, 시속 36킬로미터로 무동력 주행할 수 있는 전기 MTB를 2020년에 내놓은 바 있어요.
- Hummer: 영국 접이식 자전거 업체인 몬터규와 무려 2003년에 브랜드 MTB를 내놓았는데요. 그 이후에 소식은 없네요.
- GM: GM은 2019년에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내놓았어요. 작은 바퀴를 달아 어반 모빌리티족을 겨냥했어요.
- Ducati: 이탈리아 프리미엄 오토바이 업체인 두카티는 가장 열성적으로 전기 자전거를 내놓고 있는 곳이에요. 그동안 MTB만 집중했는데, 올 들어 로드 자전거로 영역을 확대!
- BOSCH: 부품 업체로 무려 2010년부터 전기 자전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쉬의 부품은 현재 70곳이 넘는 자전거 브랜드에 납품 중.
- 현대차: 오토에볼루션에 따르면, 현대차는 e트라이크로 불리는 전기 삼륜자전거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아마도? 물류배송을 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 만도: 10년 전에 만도 전기자전거를 타 보았는데, 신세계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만도풋루스라는 브랜드로 유명. 세계 최초 전기자전거라는 타이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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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9% 성장
수많은 모빌리티 업체들이 오래된 미래인 자전거 시장에 계속해서 뛰어드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요? 그 이유는 자전거 산업이 205년이나 됐지만 친환경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입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자전거 시장 규모는 약 593억3000만달러인데요. 우리돈 76조원 정도 됩니다. 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6.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
호모어바누스의 꿈
오늘날 인류는 도심에서 사는 호모어바누스죠. 때문에 누구나 다 심각한 교통체증을 피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요. 하지만 자전거는 인간의 힘으로 달리니 어떤 면에서는 웰빙에 부합한대요. 더욱이 오늘날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량 배터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자전거 시장은 일반 자전거보다 높은 매년 10.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 전기자전거는 오르막에서는 전기를 이용하고 평지에서는 페달을 밟아 운동을 할 수 있어 출퇴근 자전거족의 필수템.
1340만명이 자전거를 탄다
우리나라 국내 통계를 찾아보았는데요. 한국교통연구원은 매달 1회 이상 자전거를 탄다는 국내 인구가 134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를 했었네요. 진짜로? 또 330만명은 매일 자전거를 탄다고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전거는 필수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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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킬로그램을 끌수 있는 카고바이크
(사진 클릭하면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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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한 때(?)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공유 자전거였는데요. 라임 오포와 같은 스타트업은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에 그 자리를 내준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서울은 따릉이, 뉴욕은 시티바이크, 파리는 벨리브, 독일은 콜어바이크 등등. 이제는 공유 자전거는 어쩌면 민간이 아니고 정부의 영역이 돼 가는 느낌인데요.
라스트 마일 내게 맡겨
그래서 자전거 스타트업은 오늘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는데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라스트 마일로 방향을 돌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라스트마일(Last mile)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데요. 쉽게 말해? 배민커넥트, 부릉프렌즈 등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오늘날 필요에 따라 임시로 일을 맞아하는 긱이코노미가 발달하면서 운동도 할 겸 돈도 벌 겸 라스트마일 부업을 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문 자전거!
미국 독일 남아공에 부는 바람
대표적인 기업들을 살펴볼게요.
- 미국에 있는 Urb-E라는 스타트업은 당초 전동 킥보드를 생산하다, 이제는 화물용 자전거인 카고바이크를 생산하고 있어요. 전기 카고바이크는 잘만 만든다면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고 공해를 줄일 수 있겠죠? 특히 Urb-E는 무려 362킬로그램에 달하는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고 해요. 놀랍지 않나요? 이를 위해 항공기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이중바퀴를 자전거에 달고 같은 브레이크 시스템을 달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뉴욕과 LA에서 활동 중!
- 독일에서는 GetHenry라는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부릉프렌즈 배민커넥트처럼 갈수록 부업을 위해 배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 자전거를 생산 중.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에 판매하고 있지만 연내에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래요.
-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그린라이더라는 스타트업이 다크호스로 등장을 했어요. 라스트 마일 배송 업체인데 전기자전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90~150킬로미터를 시속 25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인데요. 라이더들이 차량을 이용한다면 좋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부담이 크겠죠? 그래서 이들은 배터리 충전요금으로 1달러 미만을 청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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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드라이지네 (2)하이휠
(3)세이프티 (4)니커보커스 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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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비결은 경기침체
자전거가 태어난 것은 1817년 독일이었어요. 카를 폰 드라이스가 만든 자전거는 자전거 몸통은 있지만 페달과 체인이 없는 자전거인데요. 음...유아용 자전거랑 닮았어요. 그는 12.8킬로미터 구간을 1시간 남짓에 돌았는데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유럽에 기근이 들자 사람들이 말을 키우기 힘들어졌고 마침내 그의 자전거인 드라이지네가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부상을 했어요. 경기 침체가 자전거를 살린 것이죠. 이후 1861년 페달이 부착된 자전거가 등장을 합니다.
왜 빈폴 자전거가 등장했나
가끔 예전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 앞바퀴만 크고 뒷바퀴는 작은 하이휠 자전거를 볼 수 있는데요. 의류 브랜드 빈폴의 로고에 있는 자전거에요. 자전거계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영국의 제임스 스탈리는 빅휠(하이휠) 자전거를 내놓았어요. 당시에는 체인이 없었기 때문에 힘을 덜 들이고 더 멀리가려면, 바퀴가 컸어야 했는데요. 극단적으로 커진 것입니다. 안장이 너무 높아 누군가가 잡아주지 않으면 못 내리는 것이 함정.
체인을 만나 작아지다
자전거 앞바퀴가 작아진 것은 1874년 영국의 해리 로슨이 요즘 자전거와 유사한 세이프티를 내놓으면서 부터인데요. 이름도 세이프티로 얼마나 하이휠이 위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이후 1888년 영국의 존 던롭이 오늘날 타이어와 같은 공기 타이어를 개발하면서 자전거의 모습은 드디어 오늘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이 됐어요.
세계화의 물결을 타다
자전거는 유럽과 미국의 산물이기도 했는데 아시아도 이것을 주목했어요. 오늘날 자전거 족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시마노 브랜드. 네 맞아요. 시마노 쇼자부로라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1921년 시마노 철공소를 차려서 자전거용 부품을 만들면서 일본은 중국 등에 자전거를 수출하는 자전거 중심국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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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진짜 오징어게임: 넷플릭스가 60억원에 육박하는 상금을 걸고 실제 '오징어 게임' 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일환인데 상금이 어마어마 하네요.
애플 MLS 독점 중계: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를 통해 미국프로축구(MLS·메이저리그 사커) 리그의 전 경기를 내년부터 10년간 독점 중계한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코인베이스 해고 나섰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임직원 1100명(약 18%)를 해고한다고 합니다. 가상화폐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가상화폐 폭락이 화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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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로운 발명은 단순히 발명에 끝나지 않아요. 물질의 탄생은 언제나 관념을 바꿉니다. 자동차의 발명이 단순히 우마차의 교체로 끝난 것이 아니라 물류 혁명으로 이어졌듯이 말이죠. 자전거의 탄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스-에르하르트 레싱이 쓴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를 보면 자전거의 등장은 곧 근대의 출발이기도 했어요.
1895년 미국 7대 도시에서 사육하던 말의 숫자는 전년 보다 24만 마리나 감소를 했는데, 이로 인해 관련 종사자들의 구조적 실업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리 싼 나귀라도 자전거 1년 수리비용보다 더 많이 먹는다" "전차 선로에서는 말이 사라졌고, 이제 도로에서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자전거의 탄생은 우리 사회 곳곳에 평등을 촉진했습니다. 당시에 귀족층들은 자녀들의 생일 선물로 회중시계나 보석을 사주었는데 선물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었습니다. 1894년 미니애폴리스 트리뷴은 "자전거는 여성의 능력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었다. 여성은 독립된 존재며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수 있는 존재다. 자전거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라는 기사를 실었어요. 여성의 복식도 서서히 변했습니다. 당연히 치마가 불편했고 치마 대신 무릎 높이에서 조이는 바지인 니커보커스가 유행을 끌었습니다. 대량 생산 체제는 1870년 노동자 월급보다 비쌌던 자전거 가격을 40년 만에 무려 5분의 1로 낮췄습니다. 댄디족과 귀족의 상징에서 모두의 교통수단으로 바뀐 것이죠.
자전거를 주제로 레터를 써보고 쓴 이유는 자전거를 타면서 받은 교훈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는데, 여전히 메아리가 큽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한다"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자전거는 그 역사가 205년이나 된 오래된 미래지만 그 탄생과 함께 근대가 시작됐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인류의 균형추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전 다시 인사를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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