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재판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직 재판 안 끝났어요!"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이었던 이임재 피고인이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가장 죄송한 건 희생되신 고인분들과 유족분들이십니다. 날이 갈수록 그리움이 얼마나 크실까, 슬픔이 얼마나 크실까 생각하면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이 전 서장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애를 살려주세요!"


라고, 방청석의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 전 서장은 말을 끝맺었습니다.


"…제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유족 여러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월요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용산경찰서 재판이 끝났습니다. 선고 이전의 마지막 공판은 평소보다 많은 유가족이 직접 방청했습니다.


유독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마치 유가족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건넨 이 전 서장의 말, 피고인과 변호인이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펼치는 말들이 또 다른 '가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전 서장의 변호인들 중 한 변호인은 '뒤에서 '밀어 밀어'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여럿 나열했습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도 추가로 틀었습니다.


클럽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나 뒤에서 사람들을 민 누군가를 '방화범'에 비유했습니다.


"재판장님, 건물의 소방 설비에 하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방 안에 불을 질러서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과연 소방 설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이 있느냐…"


변호인은 "(참사가) 다른 사람이 밀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방청석에서 항의가 일었습니다.


검사도 '일부 시민들이 야기한 무질서를 방치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 인파 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날 검사의 말 중에서는 '피해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이 가장 울림이 컸습니다.


"이 사건 참사는 사고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경찰 공무원과 구청 공무원의 귀책 사유가 경합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귀책 이유가 없었습니다."


길었던 재판을 끝내는 마지막 말은 유가족의 말이었습니다.


"인원을 분산시키는 조치만 했어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유가족이 되어 법정에서 호소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 * *


바로 전주 월요일에는 용산구청 재판도 끝이 났습니다.


저는 이날 법정에 들어가지 못해 잠긴 문에 귀를 대고 공판 내용을 들었습니다.


(일반석 추첨에 떨어져 두 시간 전부터 기다렸지만, 평소와 달리 풀리는 현장석이 없었고, 법조기자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석에 앉지 못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들의 말이 끝나고, 피해자의 말만 남은 시점.


"아직 재판 다 안 끝났어요!"


웅성이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나왔습니다. 경호원은 법정 안의 사람들, 유가족들이 나오지 못하게 온몸으로 힘껏 문을 막았습니다.


박 구청장은 유가족의 마지막 말을 듣지 않고, 그렇게 도망치듯 법정을 떠났습니다.


검찰은 이임재 전 서장과 박희영 구청장 모두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두 재판의 결론은 2024년 9월 30일 나올 예정입니다. 2023년 3월부터 재판을 지휘해 온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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