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MyFirstOveralls 캠페인💙 ©Karolina Grabowska by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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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발표한 장편소설 <천개의 파랑>은 지난해 창작가무극으로 탄생했다. 초연이 큰 사랑을 받은 덕분에 얼마 전인 2025년 2월,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표를 선물할 때면, “같이 보는 거야?”라고 물어온다. 그럴 때마다 머쓱하게 웃으며 “나는 이미 너무 많이 봐서”라고 대답하지만, 실은 부끄러워서 그렇다. 원작자가 본인 소설로 만든 창작가무극을 보며 옆에서 계속 울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남몰래 혼자 구석진 좌석으로 자리를 잡고 이번에는 울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휴지는 야무지게 챙겨 공연을 본다. 그리고 속절없이 운다. 다른 형태로 재구성되어 나에게 말을 거는 <천 개의 파랑>은 익숙하고 낯설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무대 같다. 하지만 이 말은 달리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천 개의 파랑> 자체가 애초에 나에게 하고 싶어 쓴 소설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세상 속에서 그 속도에 맞추겠다고 가랑이 찢어지게 달리던 내가 내 속도를 찾고 싶어서, 내 삶을 제대로 마주 보고 싶어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멈춰 있는 내 시간이 흐르게 하고 싶어서 말이다.
내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합병증으로 치매가 온 엄마의 간병 보호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줄기차게 해 왔다. 여기저기 이야기가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것이 신경 쓰여 최근에는 그 모든 일들을 한데 모은 <아무튼, 디지몬>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던 시기를 돌아보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전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은, 도전이란 단어가 이제 더는 내게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가볍고 소소하다. 실패를 짝으로 데리고 다니는 단어. 큰 실패를 얻을 바에야 깃털 같은 실패가 훨씬 낫기에 나에게 도전은 성취나 성장, 성공을 위한 도입이 아니라 실패의 맷집을 다지는 수단인 셈이다. 이렇게 변한 것은 정확히 2016년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내 삶에서 도전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거대한 도전만을 좇으며 달려가기에 삶은 어느 한순간 타인에 의해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음을, ‘나의 오늘’이 내 몸의 생장과 회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매 순간 우연히 죽지 않아서 눈을 뜰 수 있는 것뿐이라는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미래에 머무는 도전은 내게 쓸모가 없어졌다. 도전은 현재에,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했고 그렇게 도전은 하염없이 쪼개져 하찮은 부스러기가 되었다. 지금 내게 도전은 그저 오늘 하루 내가 지켜야 할 나의 기분, 운동 목표, 잘 먹기, 잘 자기 정도이다. 그걸 모두 끝내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무사히 오늘 하루를 넘겼다는 아주 작은 성공을 맛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천 개의 파랑>이, 창작가무극 속의 익숙하고도 낯선 엄마 ‘보경’이 자신의 멈춘 시간을 흐르기 위해 한 걸음 전진한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첫 도전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을 어떻게든 다시 흘러보게 하려고 발버둥 치던 나의 첫걸음은 중국 상하이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거였다. 구글 맵도, 파파고 번역기도 제대로 쓸 줄 몰랐던 2015년, 18인치 캐리어에 옷을 한가득 담아 ‘죽으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떠난 나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당시 상하이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몰랐고, “워쌍원이샤”(‘도와달라’는 뜻으로 기억한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나흘 동안 살기 위해 돌아다녔다. 흔히 말하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챙겨갔던 원피스는 첫날에만 꺼내 입은 뒤 한 번도 꺼내지 않았고 여행 내내 내가 입은 것은 품이 넉넉한 편안한 청바지였다. 가고 싶었던 곳에 닿기 위해, 지하철도 무서워 타지 못한 나는 미련하지만, 확실한 방법 ‘걸어서 가기’를 강행했다. 하루에 적게는 2만 보, 많게는 3만 보 이상을 걸으며 나는 상하이에서 살아남기 도전을 펼쳤다.
눅눅했던 7월의 상하이. 거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고, 비가 쏟아지고, 오물로 더러워진 구시가지의 길바닥을 걷기에 청바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옷이 쉽게 상하지도 않았고, 냄새가 깊게 배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더러워져도 더러운 나름의 멋이 있었다. 여행을 계속해 가며 그 바지에 남는 흔적들은 마치 커스텀을 한 듯이 특별하게 느껴졌고 그게 꼭 당시의 나 같았다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까? 그때부터 내게 공식이 생겼다. 여행을 갈 때면 걷기 편하고 찢어져도 멋있는 청바지와 밑창이 뚫리면 그대로 버리고 와도 되는 운동화를 챙기는 것. 그 이후 나는 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는데, 산이든 바다든 도시든 어디를 가나 청바지를 입는다. 질기고 단단한 것이, 더러워져도 티도 잘 안 나고 실밥이 풀려도 그 부분만 잘라내면 그만인 것이 거친 이 세계를 여행하기에 최고인 것이다.
청바지는 원래 노동자의 옷이었다. 그중에서도 데님 오버롤은 일하는 여성들의 작업복이었다. 20세기 초중반 집 밖으로 나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여자들이 입기 시작한 옷.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리바이스가 오버롤을 꺼내 입은 이유다.
<천 개의 파랑> 속 ‘보경’이 한 걸음 내디딜 때, 나는 청바지를 입고 상하이의 도시를 걷던 내가 겹친다. 그럼 도무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원고를 쓰다 보니 그런데도 내가 버리지 못한 도전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으며, 끝까지 걸으며, 이 세상의 전부를 보는 것. 이것만큼은 여전히 내게 ‘도전’ 그 자체로 남아있다는 것을. 도전하는 나를 떠올려본다. 품이 크고 편안한 팬츠에 해진 운동화를 신고 있겠지? 어쩌면 오버롤일지도 모른다. 썩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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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리바이스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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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천선란 1993년생 소설가.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소설집 <노 랜드>, <모우어> 등을 썼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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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FirstOveralls
당신의 첫 작업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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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전하는 엘르보이스에게 명절과도 같은 날,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 다가옵니다.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그날로부터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기념하는 중요한 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반짝이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엘르보이스'와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을 지지해 온 '리바이스'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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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리바이스에서 처음 출시된 오버롤은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과정을 함께해 온 '첫 번째 작업복'입니다.
무엇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작업복, 오버롤 팬츠를 입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여성들의 첫 '도전'을 응원하며 리바이스와 함께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MyFirstOverall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엘르보이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스페셜 뉴스레터를 통해 나의 '첫 번째 도전'을 응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총 38명의 참여자가 선정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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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 ✨이번 #MyFirstOveralls 캠페인의 일환으로, 엘르보이스 작가들과 함께 오버롤 화보 촬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글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던 작가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어떤 감정이 스칠까요? 설렘과 긴장 속에서 맞이한 첫 도전의 순간, 그리고 이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나 자신. 3월 8일 엘르보이스 인스타그램과 엘르 웹 기사로 인터뷰와 화보가 공개됩니다. 엘르보이스 작가들이 들려주는 ‘첫 도전’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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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노라 각종 아카이빙이 취미인 소비요정 마케터이자 엘르보이스 고인물. 일이 힘들 때마다 구독자 후기를 읽으며 힐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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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게을러서 후기를 잘 남기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바리스타 편은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아서 후기를 남기지 않을수가 없네요. 울림도 크고 마지막에 영화제목들 원제 그대로 번역없이 수입한 배급사에 대한 일갈도 제가 평소 생각한 부분 그대로라 너무 좋았습니다.
❷ 바리스타라는 어머니의 새로운 꿈,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부러웠어요. 저는 엄마의 우주에 여전히 제가 있기를 바라고 다른 것과 공유하는 게 어려운데, 제가 엄마의 우주가 넓어지고 새로운 꿈과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❸ 호방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득해서 좋았어요!
❹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주셔서 매번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알지 못했던 숨은 브랜드, 예술가들을 찾아 전달해 주셔서 덕분에 재밌게 시각을 넓힐 수 있어요.
❺ 직접 경험하는 취향 커뮤니티&워크숍을 더 소개해 주세요.
❻ 책방 소개 글을 읽으니 모니터로나마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담당자님이 고르신 은 저도 읽은 책이라 반갑더라고요. 책방 주인장 분들이 글을 쓰고, 출판사 대표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라 내용이 풍성하니까 메아리 분들도 꼭 읽어보시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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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트중앙 유한회사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156 HLL 빌딩 02-3017-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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