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 퇴직연금은?

글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시장이 연공서열에서 직무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직이 잦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 대상 근로자는 약 1,900만 명이고 평균 5~6년마다 직장을 옮깁니다. 그렇다면 이직할 때 납입하던 연금자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어떻게’란 운용 수익률 관점에서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의미합니다. 선택지는 ①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구성, ② 기존 포트폴리오 그대로 IRP로 이전, ③ 어느 정도 현금화하고 나머지는 포트폴리오로 이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401(K) 사례를 볼까요?

2021년 미국 이직자 수 기준으로 52%는 이직 후에도 기존 회사 계좌에 그때까지 적립한 운용자산을 그대로 두었고, 18%는 IRA 계좌나 새로운 직장의 401(K)로 연금자산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가입자의 29%는 현금으로 인출했습니다. 결국 전체 가입자 중 29%만 현금으로 인출하고 나머지 70%는 이직과 관계없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직이 포트폴리오 변경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직에 관계없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지 않는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IRA나 새로운 직장 **401(K)로 이전하지 않고 기존 직장 연금계좌에 남겨두는 경향이 최근 들어 뚜렷해졌습니다. 기존 포트폴리오 성과가 좋거나, 이직하는 직장의 연금 사업자에 대한 평판과 성과 정보가 부족할 경우, 연금자산을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세금 혜택이 있는 개인 은퇴연금 계좌. 

**401(K): 매월 일정액의 퇴직금을 회사가 적립하고 관리와 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는 미국의 퇴직연금.

세대별로 살펴보면 MZ세대는 50~60대보다 연금자산을 기존 계좌에 두는 경향이 높았으며, 현금 인출 비중도 중장년 세대에 비해 높았습니다. MZ세대의 현금화 동기가 소비지출인지 포트폴리오 조정인지가 중요한데, 뱅가드 자료에 따르면 이직할 때 자산의 90% 이상을 은퇴 목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금화하는 목적이 단순 소비가 아닌 *리밸런싱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리밸런싱: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재조정하는 것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미국과 달리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이직하면 원칙적으로 IRP로 이전해야 하며, 기존 직장 계좌에 남아 있거나 새로운 직장 계좌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이전할 때는 자사 IRP로 이전하지 않는 한 펀드를 매각해 현금 형태로 이전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달리 이직할 때마다 연금자산 운용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 특정 펀드에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또 우리나라 가입자들은 이직할 때 IRP를 해지해 현금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해지된 자금이 다시 연금시장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연금은 5년짜리 저축상품이라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이직과 동시에 연금운용과 노후자금 마련의 기회가 단절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제도 개선과 가입자의 연금자산=노후자금이라는 인식 전환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

파이어족 이후의 삶도 계획해 둬야 해요!

신현정

“파이어족이 꿈이에요, 파이어족이 되면 더는 걱정은 없겠죠?”

나도 처음엔 목표금액을 모으면 다 괜찮을 줄 알았다. 행복한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웃음꽃이 피고, 우리 가족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질 거라 믿었다. 혹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지만 파이어족이 된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고 그에 따른 고민은 항상 있더라. 오늘은 이런 고민 중 하나인 현금흐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파이어족이 된 선배로서 목표금액인 FI(Financial Independence)를 모으는 것과 별개로 미리 준비하면 매우 효과적이라 꼭 당부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시간의 자유가 주어지면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가능하다면 SNS를 활용해 조금씩 시작하는 것도 좋다.

둘째, 천천히 하더라도 ‘경제 공부는 평생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뭐, 별거 없다. 경제신문 하나 읽고, 세계경제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마지막으로는, 회사 다닐 때부터 준비할 수 있는 노후의 현금흐름인 연금 준비이다. 연금은 파이어족이 된 이후에 준비하려면 목돈이 든다. 연금의 기본조건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는 국민연금도 회사에서 반이나 내주지만 지역가입자가 되면 100% 내가 내야 한다. 연금저축도 은퇴 이후에는 소득이 없거나 적어서 공제받을 금액이 적다.

퇴직연금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세 가지 기본연금으로 조금이라도 현금흐름을 만들어두면 파이어족의 목표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1년 생활비가 3,000만 원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파이어족 목표금액(FI)은 3,000만 원X25=7억5,000만 원이다. 그런데 현금흐름으로 월 100만 원을 준비해둔 사람이라면 FI는 (3,000만 원-1,200만 원)*25=4억5,000만 원이 된다. 3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파이어족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라진다. 생활비 전체를 현금흐름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연금 준비만으로도 월100만 원 정도는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당신이 관심만 가지고 관리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파이어족은 나에게 한 번뿐인 인생을 내 계획대로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여유 시간이 늘었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게 됐다. 결국 파이어족은 ‘내 삶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게 한다. 이 글을 읽은 <연금술사> 구독자 여러분은 파이어족이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좋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얼마인지'를 한번 계산해보고, 인생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젊은 그대들을 응원한다!!

신현정 '파이어족 대퐈마TV'에서 대퐈마 자매 중 언니이다. 2015년에 한국 최초의 파이어족으로 동생과 함께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타성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며 적당히 평범하게 산다. 책을 읽고, 투자하고, 세상과 삶을 여행하고 기록한다. 근래에는 『파이어족의 재테크』라는 책을 집필하고 방송 출연, 강연, 멘토 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 파이어족을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600호 발간!

시대정신을 담은 문예지 <문학사상>📚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600호를 발간했습니다

1972년 10월 첫 호를 선보인 지 50년 만인데요. <문학사상>은 국내 대표 월간 문예지로서 국내외 문인들의 시와 소설을 소개하며 한때는 매달 5만 부 정도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문예지를 찾는 독자가 크게 줄어 대부분의 문예지가 계간 또는 격월간으로 발행되고 있지만, <문학사상>은 지금도 매달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50년 전 초심을 되새기는 기회입니다

이번에 발간되는 <문학사상> 600호는 창간을 주도하고 초대 주간을 지낸 고(故) 이어령 선생을 추모하는 성격이 큽니다. 또 문화예술계 인사 116명의 축사도 실었다고 합니다.

“상처진 자에게는 붕대와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폐를 앓고 있는 자에게는 신선한 초원의 바람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역사와 생을 배반하는 자들에겐 창끝 같은 도전의 언어, 불의 언어가 될 것이다.”

50년 전 <문학사상> 1호에 실렸던 고(故) 이어령 선생의 창간사 중 한 구절입니다.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죠. 독서의 계절 가을엔 한국 문학의 과거이자 현재, 또 미래인 문예지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연금, 여전히 어렵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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