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믿기 어려우나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는 프랑스 혁명 시기의 작가 앙투안 드 리바롤의 말로 문을 엽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소중히 관리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기에, 이곳에 불이 났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가 힘든 것이었을 것입니다. 영화엔 그와 관련한 장면들이 몇 등장합니다. 그중 한 사람은 노트르담 주변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새 교황이라도 뽑은 거야? 왜 지붕에서 연기가 나?” 교황 선출 방식에 대해 친숙한 유럽인들 사이에서 꽤 성공할 확률이 높은 조크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현상이 그만큼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사람들이 연기를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숭례문과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정말 소중히 보호받아야 하는 문화재들이 실제로 불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그것들이 안전한 것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맙니다. 그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명확한 사인이 눈에 보이는 데도, 이를 부정하기 바쁩니다. 숭례문은 불에 탄 지 5년 만에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되었고(부실 공사 논란이 꽤 있었기는 합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2024년 12월을 목표로 재건 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사고가 일으킨 경각심으로 인해,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지극히 낮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만들어졌지만, <숭례 온 파이어>는 없습니다. 대신 존재하는 것은 부실 공사 논란이라는 현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믿기 어려운 현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다시 한번, 꼭 숭례문만이 아니라, 각자의 소중한 무언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