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 #

<Interior With A Lady At A Harpsichord>, Francesco Fieravino ©️Fine Art America

중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화음. 혹시 기억하시나요? 음악의 기초라 불리는 이들을 배우며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든 거야?!😠”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여기서 ‘누구’를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오늘의 작곡가, 장 필립 라모입니다👋🏻 

관습처럼 전해지던 음악의 규칙을 이론으로 정립한 라모! 라모와 그의 프랑스 춤곡, 가보트를 만나볼까요? 

⌲ 장 필립 라모 (Jean Philipe Rameau)

1683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라모는 디종 대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여러 음악을 접할 수 있었어요. 법조인이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률 대학에 진학하지만,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던 라모는 결국 퇴학을 당하게 됩니다😥 퇴학 이후 라모는 1702년, 그러니까 19세부터 여러 도시에서 전문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특히 클라브생 곡집을 1706년과 1728년 두 번에 걸쳐 출판했을 만큼 클라브생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오늘의 곡인 <Gavotte avec six doubles> 역시 클라브생 곡집에 수록된 곡 중 하나랍니다. 

생전에 오르간 연주자, 클라브생 작곡가보다는 음악이론가로 더 잘 알려져 있었던 라모. 그러던 그가 명성 높은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는 1731년, 프랑스의 대부호 라 포플리니에르(La Poplinière)와의 만남입니다. 포플리니에르의 저택에서 열리는 음악회와 파티는 인적 교류와 예술 교류의 장으로, 라모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어요👀 실제로 그의 작품 중 잘 알려진 곡은 대부분이 40대 이후에 작곡된 곡이랍니다.
HARMONY 🎼

장 필립 라모를 이야기할 때 <화성론>을 빼면 서운하죠! 국악을 비롯한 다른 문화권의 음악에는 존재하지 않는 화성이라는 개념은 서양예술 음악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이 화성의 체계를 잡은 것이 바로 라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화음이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핵심이라는 이론 또한 라모의 것이구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수많은 음악 지식이 라모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 하프시코드➿쳄발로➿클라브생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종종 피아노 같은데 피아노는 아닌 악기가 등장합니다. 소리도 약간 다른데요, 뚝뚝 끊어지고 강약이 없죠. 종류도 다양한 데다가 영어로는 하프시코드, 이탈리아어로는 쳄발로, 프랑스어로는 클라브생으로 국가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서 혼란을 빚기도 하는🤯 이 악기는 음색만으로도 “옛날 음악, 고음악”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 클라브생이 현재 많이 보이지 않게 된 이유는 바로 후배 악기인 피아노의 등장이에요.

18세기 후반에 들어 쇠퇴하기 시작한 클라브생은 비싼 가격과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귀족이나 왕족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악기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피아노🎹가 등장했고, 강약 조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탑재하여 상류층에게도 사랑받게 되었죠. 그런 클라브생이 흥했던 마지막 시대 즈음에 라모가 살았으니 이 둘은 충분히 의미 있는 관계인 것 같네요👭

⌲ <Gavotte avec six doubles>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그 18세기의 프랑스 음악이 송조(宋朝)의 청자나 정교한 칠기, 그 너머에 있는 연못 등의 우아함과 마치 손이라도 잡듯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티베트의 설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중

<가보트와 6개의 변주>는 말 그대로 가보트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곡은 18세기 클라브생 음악의 전형인데요, 많은 장식음, 그리고 음악이 끝나가는 부분에 화음을 펼쳐 연주하는 아르페지오 기법이 등장하는 것에서 시대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총 6번의 변주를 거치는 동안 같은 주제와 박자를 고수하는 것은 당시 변주곡의 특징이에요.

하나 더! 클라브생 악보를 보면 멜로디만 있고 반주 부분은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는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즉흥으로 반주를 추가하도록 한 것이에요. 클라브생이 성행했던 바로크 시대의 연주자는 필수적으로 즉흥연주가 가능해야 했답니다😩

🧚‍♀️GAVOTTE🧚🏻

바이올린을 배워본 분들이라면 가보트가 굉장히 익숙하실 것 같아요. 특히 고셰크의 가보트는 스즈키 바이올린 곡집 1권에 수록되어 대표적인 연습곡으로 자리하고 있죠🧒🏻 가보트는 프랑스의 우아한 무곡으로, 16세기 말부터 18세기 말까지 유럽 전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꼭 무곡이 아니라도 가보트 풍으로 작곡했다는 뜻에서 교향곡이나 실내악, 심지어는 발레 음악에도 “가보트”라는 악장을 찾아볼 수 있어요. 가보트에는 주로 빠른 2박자 계열의 쾌활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 많지만, 라모의 곡은 박자가 느려 슬픈 느낌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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