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어도 돼.
물기를 머금은 그 순간을.
흘려보낼 수 있을 때, 보내면 되니까.
우리의 서른한 번째 이야기, 슬픔
 
슬픔 [슬픔]

1 슬픈 마음이나 느낌.

2 정신적 고통이 지속되는 일.

📬이영  
슬픈 감정은 단 것을 끌어당긴다는데 맞는 걸까? 수긍이 될 만큼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글을 본 뒤로 단 게 먹고 싶을 때마다 슬픔이 떠올랐다. 난 지금 무엇에 슬퍼하고 있을까. 왜 아직도 이런 표정을 짓고 물 먹은 솜처럼 있을까. 감정에만 허우적거리지 말고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려 한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들. 거창할 필요 없이 내 마음에 하루하루 집중해 보는 일이다.
📬유하  

언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쁨, 행복 이런 건 표현하는 방법이 비슷해서 웃기만 해도 받아들여지지만 슬픔은 저마다 생각하는 깊이가 달라서 표현하기 어렵다고. 누군가는 울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누군가는 그것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그 글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에겐 뭐가 슬픔일까. 나는 어떤 순간 슬픔을 느꼈을까. 그때 그 마음을 표현했을까. 지금은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어떤 순간은 ‘그때 슬펐지’하면서도 뭐 때문에, 얼마나 슬펐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어떤 순간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선명해서,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저려 왔다.

 

그럼에도 그 모든 순간에 분명 비슷한 마음이 있었다.

살고 있던 방을 갑자기 빼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뜻하지 않은 순간 뭔가를 ‘비워내야’ 했다는 것.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상실감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익숙한 것이 더는 익숙한 것으로 남을 수 없을 때 오는 공허함.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느꼈던 무기력함. 한계를 느끼고 무너졌던 좌절감.

 

담담한 지금과 달리, 여전히 아린 기억에도 잊히지 않는 그날의 마음이. ‘비워내다’ 고작 네 글자, 그 한 단어 뒤에 전혀 가볍지 않은 감정이.

 

슬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엔 너무 무거운, 그래서 오래도록 그 순간의 감정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이름이었다.

photo, pexels
영원히빙그레
letter.smileforever@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