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미리보기
#작은도시이야기 소식
#이마리아 이야기
#일괄 거래 담청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이너피스 캄
#6월 예술 소식

안녕하세요!👋

청두입니다.🎍

시인들 모두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이번달에도 마지막 주 금요일에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낮이 길어지고, 점점 더워집니다. 내리는 빗줄기는 굵어집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뒷뜰엔 작년에 다듬었던 대나무가 있습니다. 긴 대나무의 낙엽이 날려 자꾸 옆 건물 주차장으로 넘어갔던 터라 높이를 맞춰 잘랐습니다. 어느 날 비가 오고 난 후 높이를 맞춰 선 대나무들이 무색하게 새로운 죽순은 창공을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갔습니다.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 작년에 자란 대나무의 높이를 훌쩍 넘어섭니다. 마치 죽순은 파일럿 같이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따라 솟아올랐습니다. 


판다는 육식을 위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채식을 하는 신기한 동물입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대나무가 판다들에게 육식을 대체할 정도의 끊임없는 영양분을 제공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대나무가 끊임없이, 빼곡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충분히 넓게 자리 잡은 뿌리 덕분입니다.  뿌리가 자리 잡는데 약 3년의 시간을 소요한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충분히 가졌을 때 비가 오면 쉼 없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경로로 솟아오를지 죽순은 서로 알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충돌 사고 없이 서로의 위치에서 가지를 뻗어냅니다. 뿌리가 자리를 잡는 동안 만들어진 원형의 경로는 우리가 눈엔 보이지 않지만, 비가 온 후 비로소 볼 수 있게 됩니다. 길게 뻗은 줄기 중간중간에 위치해 있는 마디가 경로의 흔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을 향해 뻗어가던 죽순은 마디를 만나면 잠시 느려집니다. 지긋하게 그 구간을 통과합니다. 마디는 성장의 일단락이 되어줌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기원이 되어줍니다. 마무리와 시작을 반복하는 죽순은 묵직하게 마디를 견딥니다. 견딘 시간은 후에 유연한 줄기로 보상받습니다. 강한 힘에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게 됩니다. 

 

죽순은 3년의 시간 동안 땅속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며 때를 기다리고, 뻗어 나아가는 경로에 위치한 마디를 묵직하게 견디고 뚫어냅니다. 그렇게 정성을 쌓아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위치에 서게 되며 이전과 전혀 다른 푸름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 시인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궁금해집니다. 푸르게 피어 바람 사이를 유영하며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을지, 아니면 어떤 마디를 넘어가고 있을지, 아니면 땅 속에서 때를 마주할 때까지 내실을 다지고 있을지. 어떤 상황이라도 좋아 보입니다. 이전보다 단단한 마디를 만났다면 애정하는 것들과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롭게 솟아 오른 대나무에 위로를 받으며, 떠나는 계절의 여왕을 배웅하며 작은도시이야기 5월 호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립건축.自立建築 _ 주체적 건축 이야기 소식

ACoop x 연세건축(Studio-X + Unit J1) x 작은도시이야기 x Space Unit4

소식 하나,

지난 3월 ACoop(에이쿱)작은 도시이야기는 을지로의 문화 예술 공간을 ‘자립건축'이라는 시각으로 재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연세건축(Studio-X + Unit J1)을 통해 각 공간 인터뷰, 드로잉이 정리된 1차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후 건축가와 예술가의 시선에서 해석한 내용을 더해 가독 가능한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자료는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온라은으로 열람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소식 둘,

'자립건축'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오는 11월 Space Unit4와  공동 기획한 전시를 열예정입니다. 아카이빙, 설치 미술, 사운드 아트 등 다원화된 매체가 전시 될 예정이며, Space Unit4 공간이 거점이 되어 '자립건축'에 참여한 9곳을 연결하고 그 안에 담긴 공간과 예술의 이야기를 열람하는 매개가 될 예정입니다.


ACOOP 소개

  • '건축 도시기반의 지식 생산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건축 도시와 관련된 창작물 생산을 위한 공통의 장을 만들고자 설립하였다. 건축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생, 대중들이 모여 건축과 도시를 기반으로 대중의 욕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Space Unit4 소개
  • 네명의 평론가, 예술가가 함께 만든 대안공간이다. 작가들에게 한달 간 공간을 내어주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참여 공간

그림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 《이마리아》


어느 더위가 시작된 날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익숙한 공간 들어서니, 이젠 독립된 공간에서 그림이 그려진 다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작업실 곳곳에 있는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곧 알게 되었습니다.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 결과는 내 안에 나를 이해하는 힘으로 내 밖에 있는 이들을 애정 어리게 볼 수 있게 된 한 예술가의 노력의 성과였다는 것을. 차곡히 쌓인 정성으로 작품엔 작가가 애정하는 것들이 담기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애정을 전이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그 애정으로 잠시나마 행복한 그리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림이라는 언어로 애정의 다양한 형태를 나누는 '이마리아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풍경 #사람 #동행 #와인

일괄 거래 담청 / Pakege Deal Light Blue


평평한 판 위로 사람들이 둘러앉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된 나는 주변을 살핍니다. 분명 내 맘대로 투정을 부리던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장소로 바뀌어있습니다. 내가 규칙을 만들었던 어린 시절에서 다른 이들이 함께 만들어 놓은 규칙 안으로 들어갑니다. 일방적인 거래의 틀에 나를 맞춥니다.

나 자신과 타인을 살피며 열심히 둘러보아도 판 아래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발이 어디를 향하고 손이 무엇을 전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보고 살피는 것과 보이지 않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공존하니 그냥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집중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알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역설적인 경계 속 긴장이 감도는 '일괄거래담청'을 소개합니다.
#조완준 #그블루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전진희

우리는 서로의 존재 덕분에 살아갑니다. 인간은 나약한 개체로 태어납니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미처 알지 못합니다. 9시간이 넘는 산고로 인해 어미도 약해집니다. 두 개체는 무방비한 상태로 누군가 옆에서 살펴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인류는 수 만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시간은 우리가 약하고 힘들 때 누군가가 옆에 있었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서로 덕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며 '전진희'의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를 소개합니다.
  "알고 있지 내 마음 보이지 않아도 서로 닮은 그림자를 마주하고 있어 알 것 같아 고요한 호흡을 느낄 때면 깊은 강을 헤엄쳐 왔을 지친 너를 생각해."

이너피스캄

상선 주조


오늘도 바쁜 하루였습니다. 하루 동안 차올랐던 숨을 고르고 둥근 잔에 탁주를 따라봅니다. 보름달처럼 뽀얀 술이 차오르면 잔 안엔 향이 피어납니다. 은은한 향을 따라 밤산행을 떠납니다. 야트막한 산에 오르니 보름달이 반겨줍니다. 달빛이 은근하게 비추는 풍경을 바라보니 바람에 잎새가 흔들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온화한 달빛에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향을 따라 나를 보게 됩니다.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밤산행으로 초대하는 '이너피스캄'을 소개합니다.

이너피스캄

작은도시에서 열리는 전시, 공연, 프로젝트 소식을 전합니다.

본문 중 담청 빛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4년6월 작은도시 전시 소식

📢2024년 6월 작은도시 공연 소식

📢2024년 6월 작은도시 교육 소식

이상으로 5월 작은도시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한껏 자신의 높이를 채운 대나무는 서로가 의지하여 울창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그 풍성함과 시원함에 땀이 씻깁니다. 사이를 흐르는 바람에 귀가 개운해집니다.


대숲을 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마주하는 것이 가진 가치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내가 겪고 있고, 겪어온 마디를 이해하고, 다른 이들이 넘고 있는 마디를 마주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나의 마디가 애정이 되고 그것이 전이될 수 있는 시점이 오길 바래봅니다. 조급할 것 없이 시간 필요하다면 허브의 향기로움 속에 잠시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인들께서 조금 더 울창하게 자신의 방향으로 뻗어 나가길 바랍니다. 조금 더 뜨거워질 6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작은도시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