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의료현장 실화 바탕 영화 <중국의사>, 중국식 뮤지컬 영화 <연야>, 2021년 상반기 웹영화 결산 중영본색 7호 2021-07-22 대서 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중국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중영본색 7호에서는 코로나19 발생 무렵 우한의 치열한 의료현장을 그린 실화 영화 <중국의사
中国医生>, 장일백 감독의 청춘 뮤지컬 영화 <연야소년적천공 燃野少年的天空> 그리고 2021년 상반기 중국 웹영화 현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우한 의료현장을 그린 실화 영화 <중국의사> 코로나19 발생 당시 방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우한 병동의 의료 현장 실화를 각색한 영화 <중국의사 中国医生>가 2021년 7월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올랐습니다. 7월 둘째 주 금요일 개봉한
<중국의사>는 개봉 당일 일일점유율 40%를 시작으로 주말간 3.5억위안을 넘겼으며, 개봉 12일 차인 7월
21일에는 흥행 수익 10억 위안을 기록하며 2021년 중국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습니다. (6위 <척살소설가刺杀小说家>, 8위 <우리누나我的姐姐>) 유위강(刘伟强)감독을 포함한 2019년 국경절 작품 <중국기장 中国机长>의 제작진이 팬데믹을 계기로 다시 뭉쳐 <중국의사>을 제작했습니다. <중국기장>은 2018년
사천(四川)항공의 회항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한 실화 영화로 흥행수익 29억 위안을 달성하며 2019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중국의사> 또한 화제성과 높은 완성도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으며 최종 흥행성적은 14억 위안으로 예상됩니다. 왼쪽부터 금은담병원 장정우(张定宇) 원장과 장함여(张涵予) 배우 <중국의사>를 본 관객들이
남긴 후기에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진실(真实)” 입니다. 유위강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중국의사 대본을 위해 천여 개의 실제 에피소드를 모았고 인물과 사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영화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중국의사>은 인물 재현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의사>는 우한에 있는 금은담병원(金银潭医院)을 배경으로 미디어에 알려진 실제 의료 인력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장함여(张涵予)배우가 연기한 사명감 있고 난폭한 의사 장정우(张定宇)는 실제 금은담병원의 원장이며 코로나 최전선에서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9월 8일 전국 코로나19
퇴치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인민영웅”이라는
호칭을 받은 인물입니다. 중국의 국민 배우라고 불리는 장함여는 장정우 원장이 루게릭병으로 마비된 다리를
끌며 잠도 안 자고 환자들을 돌보는 한편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된 아내 걱정에 몰래 눈물 흘리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세심하게 재연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코로나 최초 보고자 장계선(张继先), 광동성 의사로서
코로나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금은담병원으로 달려가 80여 일간 의료 기술을 지원한 상령(桑岭) 등 중국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실제 의료계 인물들을 다루며 영화에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중국의사>는 7월 30일 북미, 호주, 뉴질랜드에서 개봉 예정입니다. 중국에서는 애국주의와 영웅주의를 내세우며
흥행하고 있지만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미지수입니다. 전 세계에 코로나가 여전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되며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 극복을 기념하는 영화를 수출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느껴집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발상지를 “중국 우한”이라고
규정하고 세계적 팬데믹의 분노를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국제 정서가 만연한 지금 <중국의사>의 북미 시장 진출은 반응을 일으킬지
몰라 조심스럽습니다. 2. 중국식 뮤지컬 영화 <연야소년적천공> 중국의 고등학생들이 대입 시험을
끝낸 무더운 여름에 딱 알맞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총총나년(匆匆那年), 풍견소년적천공(风犬少年的天空)등 중국을 대표하는 청춘물 감독 장일백(张一白)의 청춘 뮤지컬 영화 <연야소년적천공 燃野少年的天空>(이하 연야)가 7월 17일 개봉하여 <중국의사>와
함께 중국 극장가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주연배우 팽욱창(彭昱畅)을 제외한 대부분이 신인배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중국 영화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를 시도했습니다. 음악 감독은 중국의 대중음악
작곡가 장아동(张亚东)이 맡았고 안무는 일본 복고
디스코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안무가 Akane가 맡았습니다. 한국에서
안무가 Akane는 한국의 걸그룹 셀럽파이브가 패러디한 일본 토미오카 고교 TDC 댄스부의 코치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Akane가 안무 지도를
맡은 만큼 <연야>는 일반 뮤지컬 영화와 다르게
“군무” 장면이 돋보입니다. 영화 <연야소년적천공> 중 캡쳐 <헤어스프레이>,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 할리우드 작품 중에서는 성공한
뮤지컬 영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가깝고 영화계 교류가 많은 인도의
발리우드에서는 영화마다 여러명이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보기 드문 장르입니다. 장일백 감독은 제작 후기 영상에서 “중국
영화계에서 뮤지컬 영화는 암묵적으로 금지다. 배우에 대한 요구, 관중의
수용성, 자원, 경험, 제작비
투자 등 모든 것이 고난도 시험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연야> 이전에도 중국 영화계에서는 가끔 뮤지컬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2000년대 작품으로는 진가신(陈可辛) 감독의 2005년 작품 <여과·애
如果·爱>, 주걸륜(周杰伦)이 감독 겸 주연을 맡은 2013년 작품 <천태애정 天台爱情>, 두기봉(杜琪峰) 감독의 2015년 작품 <화려상반족
华丽上班族> 등이 있습니다. 금성무(金城武), 장학우(张学友), 조신(周迅), 지진희 배우가 출연한 영화 <여과애>는
“50년만에 제대로 만든 중국식 뮤지컬 영화”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제작비 8,000만 위안에 한참 못 미치는 3,000만
위안 수익에 그쳤습니다. 주걸륜의 <천태애정>은 1.3억 위안이라는 뮤지컬 영화로서는 극적인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중화권 최고의 스타 주걸륜의 인기가 만든 성적일 뿐 영화에 대한 평은 높지 않습니다. 두기봉 감독의 <화려상반족>은 주윤발(周润发), 진혁신(陈奕迅), 탕웨이(汤唯) 등 화려한 배우들이 참여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주연배우들의 인기가
무색할 만큼 저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이처럼 중화권의 유명 감독들이 뮤지컬 영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중국 영화계에서 뮤지컬 영화는 점점 더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가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여과애>, <천태애정>, <화려상반족> 뮤지컬 영화는 스토리-연출-노래-춤-연기 모든 것이 과장과 절제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연야>는 모든 것이 과합니다. 영화 초반 “개학을 축하하는 여고생들의 군무” 장면은 한국의 프로듀스 101 무대를 연상케 하지만 인원수는 3배 많습니다. 하늘과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카메라는 안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무수한 다리와
허공만 보여줍니다. 중국 최남단 섬이자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하이난(海南岛)을 배경으로 했지만 CG로 만든 조잡한 구조물들이 화면에 가득 차 하이난의 멋진 배경을 가립니다.
공부도 못하고 춤도 못 추지만 여주인공을 위로하기 위해 춤을 시작한 팽욱창과 친구들이 지나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력을 뽐내는 장면에서
영화관은 관객들이 낯뜨거움에 탄식하는 목소리로 가득 찹니다. 뮤지컬 영화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빗속에서
춤추는 장면은 물만 요란하게 튀기다가 끝납니다. 배우들의 춤은 어설픈데 노래는 지나치게 웅장해서 춤추는
장면마다 우스운 꼴이 됩니다. 화려한 엔딩이 필요한 마지막 장면에는 춤추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 주인공들의 춤 실력은 발전이 없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강약조절을 못 하고 스토리-연출-노래-춤-연기 모든 부분에서 방황하다가 끝납니다. 개봉 전 걱정과는 달리 관객들의
무관심은 피했지만, 관객들의 처참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우반(豆瓣)은 왜 마이너스 점수를 못 주지?”, “끔찍하다. 이상한 광고를 아주 오래 본 것 같다”, “이런 건 다음부터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말아라”, “장일백 감독은
돈 물어내라”, “장일백, 네가 진가신 감독인 줄 알아?”, “연기자들은 훌륭한데 장일백이 청춘이 뭔지 모른다” 등등 감독을
비판하는 댓글이 가득하며 평점은 10점 기준 4점 이하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장일백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낯선 중국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걱정된다, 그런데 우리가 안 하면 이런 장르가 될지 안 될지 영영 모른다, 시도해봐야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베테랑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배짱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의미가 있습니다. <연야>
중 팽욱창은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하는 친구에게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즐겁게 지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이번 작품은 즐겁게 지고 더 나은 작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봅니다. 3. 웹영화* 발전을 위한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 *웹영화(网络电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유통을 목적으로 상업영화에 비해 작은 규모로 제작한 장편영화 2021년 상반기 중국 웹영화 리포트가 공개되었습니다. 2021년 상반기 아이치이(爱奇艺), 텐센트(腾讯视频), 유쿠(优酷) 등 중국의 영상 플랫폼이 공개한 웹영화는 총 295작품이고, 그중 분장수익** 1,000만 위안을 넘긴 작품은 33작품으로 전체 개봉작의 11%입니다. 예년에 비해 작품 수는 줄었고 평균 흥행 성적은 올랐습니다. 2021년 상반기 웹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작품은 텐센트의 판타지 모험
영화 <흥안령엽인전설 兴安岭猎人传说>으로 4,378위안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상반기에 천만 위안 이상을 기록한 33작품 중 아이치이의
작품이 15작품으로 가장 많고 텐센트는 11작품, 요우쿠는 7작품입니다. 플랫폼간의
경쟁 과열로 대량의 작품을 공급하던 예년과 달리 작품의 수를 조절하고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웹영화의 작품 수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분장수익: 영화 수익 중
플랫폼 발행 대행비와 저작권료 등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 평균적으로
전체 흥액 수익의 40% 2021 상반기 흥행 1위 웹영화 <
흥안령엽인전설> 웹영화는 30분 이내의 광고용 단편 영화인 “마이크로필름(微电影)”에서 발전했습니다. 아이치이, 텐센트, 유쿠 등 지금의 중국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은 광고용으로 제작한 마이크로필름을 이용자들에게 무료 공개하며 성장했습니다. 유료 수익 모델을 찾던 아이치이는 2013년 마이크로필름을 모델로 제작 투자 규모와 러닝타임을 늘려 제작한 영상을 “웹영화”라고 규정하고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치이가 선두로 시작한 웹영화는 2015년 <도사하산 道士下山>의 흥행 대박으로 경쟁사들을 자극했고 중국의 웹영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2016년 한 해에만 2,300여 편의 웹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웹영화는 기존의 상업영화와 달리 제작과 배급 방면에서 심사가 엄격하지 않아 2018년 무렵 동영상 플랫폼에는 조악한 웹영화들이 넘쳐났습니다. 웹영화 시장의 무분별한 제작과 배급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2019년 웹영화 관련 규제를 실시했고 2019년 웹영화 개봉작 수는 670편으로 감소했습니다. 웹영화 돌풍을 일으킨 아이치이 작품 <도사하산> 2019년 웹영화 규제 실시 이후 중국의 영상 플랫폼들은 웹영화의 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플랫폼들의 경쟁 속에 자본 경쟁이
치열해진 웹영화의 제작비는 2020년 기준 800-1,000위안에
달합니다. 최근 공개된 웹영화는 출연 배우의 인지도와 촬영환경, 특수효과, 색 보정, 음향 등 많은 방면에서 발전한 모습이 보이지만 여전히
허술한 스토리가 영화 몰입을 방해합니다. 괴수 모험물 장르가 많은 웹영화 시장은 영화의 근본적인 핵심이자
작품성의 주요 요소인 스토리의 발전 없이 특수효과만 덧칠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 최근에는
유명한 웹소설, 만화, 게임의 IP를 활용하여 영상화하고 있지만 웹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인식은 여전히 "질낮은 작품"에 그칩니다. 중국의 3대 동영상 플랫폼 기준
평균 한 주에 두 작품이 개봉하는 웹영화는 공개 후 일주일만 지나도 조회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영화의 스토리나 캐릭터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해 수명이 아주 짧습니다. 이처럼 허점투성이인 웹영화 시장에
많은 투자금이 모이는 이유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2021 중국 온라인 시청각 발전 연구 보고>에 따르면
중국 영상 플랫폼의 유료가입자를 유입하는 요인 1위가 웹영화입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비디오 등 세계적인 OTT 업체들이 유료 가입자 유입을 위해 자체 제작 콘텐츠에 힘쓰는 것과 같습니다. 2020년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중국의 웹영화 이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했고 2021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웹영화는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에 비해 프로젝트가 다양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영화
관련 학과를 졸업한 신인 감독들과 배우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상업 영화의 등용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화려한 특수효과를 많이 활용하는 웹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중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중국 영상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이 웹영화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기대됩니다. 중영본색 7호 대서 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서는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한 때로 “염소 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무더운 날이 계속됩니다. 최근 북경은 단발성 폭우가 반복되어 땅이 마를 겨를이 없습니다. 7호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7월 21일에는
중국 허난성의 정저우에 폭우가 내려 지하철이 침수되어 시민 12명이 사망했습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지역에서도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합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 기후까지 발생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가을의
시작, 입추에 돌아오겠습니다. 발행인 이하오 이메일 주소 lihao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