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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안사와 강아지
새해의 첫 영화를 고를 때는 평소보다 몇 배로 신중해진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어떤 음악을 듣느냐가 그해를 좌우한다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개봉한 영화 리스트를 쭉 살펴보다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눈에 띄었다. 평소 로맨스물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헬싱키+ 빈티지+로맨스’라는 키워드가 조합된 포스터 문구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귀여운 강아지가 출연하니 괜찮을 것 같았다. 강아지가 주요하게 등장하는 영화가 나쁠 리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고양이도 마찬가지). 영화에 대한 상세 정보를 더 이상 찾아보지 않고 극장으로 향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안사(알마 포위스티)는 마트에서 일한다. 일은 생계 수단일 뿐 그에게 즐거움이나 보람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종종 집으로 챙겨 가는데, 이미 먹을 수 없는 상태일 때도 있다. 또 다른 주인공 홀라파(유 시 바타넨)는 공사장에서 일한다. 가끔 동료들과 술집에서 여가시간을 보내지만 대체로 무료하다. 홀라파에게 일상을 버티게 하는 연료는 담배와 술. 심지어 일과 일터(아마도 모두에게 그렇듯)는 안사와 홀라파를 사랑하지 않는다. 안사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몰래 가져갔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동네 술집에 어렵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만, 사장이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되는 바람에 돈도 못 받고 또 일자리를 잃는다. 일터에서 몰래 술 마시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홀라파 역시 해고된다. 좋은 일이라고는 생기지 않는 삶에서 안사와 홀라파는 서로에게 끌린다.
나는 극장이란 현실을 잠깐 잊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보는 동안에는 현실을 잊을 수 없었다. 일의 종류는 다르지만 안사와 홀라파가 처한 상황은 나와 친구, 동료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안사의 라디오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은 극장 바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 이렇게 따뜻하고 안온한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감상하고 있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매일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며 잠시 현실을 잊는다고 해도 우리는 스크린 바깥의 현실과 절대 멀어질 수 없는,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잊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의 몇몇 장면에 뭉클해지다가도 문득 ‘이렇게 편히 영화를 보고 있어도 될까?’ 하는 죄책감이 따라왔다. 영화를 보면서 이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낙관을 품기가 어려웠다.
지난해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일이 드물었다(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난해‘도’). 전쟁이 벌어지고, 자격 없는 사람이 중요한 직책에 앉고, 기후 위기의 신호는 더욱 또렷해지고, 물가는 오르고, 각종 예산은 삭감되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와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비록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는 신호 또한 드물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든 면에서 세상이 더 나빠질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루가 다르게 갱신되는 나쁜 뉴스들을 접하면서 죄책감과 불안함을 느끼지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적고, 그 일들은 너무나 거대하게 느껴졌다. 삶이 고단해서 전쟁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를 꺼버린 안사처럼, 세상과 타인은 물론 나조차 사랑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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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와 홀라파. 둘의 애정전선은 녹록치 않다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왜 계속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무엇을 믿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안사와 홀라파는 겨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함께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안사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는 바람에 날아가버리고 홀라파에게는 사고가 난다. 무엇 하나 제대로 흘러가는 게 없지만 안사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성실히 일하고,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입양해서 가족으로 맞이하고, 의식 없는 홀라파의 곁에서 소리 내 읽는다. 안사를 보면서 낙관이란 거창한 의지나 실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내일 다시 새로운 날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그냥’ 믿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나를, 타인을,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일 테고 말이다.
안사가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을 때, 그 옆에는 회사에 함께 맞서주는 동료들이 있다. 홀라파와 같은 건물에 사는 남자는 데이트를 하러 가는 홀라파에게 선뜻 옷을 내어주고, 홀라파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역시 전남편의 멀쩡한 옷을 홀라파에게 선물한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그때마다 눈물이 났다. 사람들의 사소한 호의와 작은 연대가 우리를 견디고 살게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겼다. 이런 세상에서도 여전히 크고 작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안사 역을 맡은 알마 포위스티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하나의 미래를 향해 다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우리의 관계 속에는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씨네21>) 나는 이 말이 안사와 홀라파, 강아지 채플린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바깥의 우리도 하나의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고, 우리의 관계 속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영화를 새해 첫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역시 강아지와 영화에 관한 내 지론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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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황효진
책부터 팟캐스트까지 세심하고 다정한 시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때때로 실패하며 배우는 기획자이자 작가.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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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살, 진도 믹스입니다_+보이스
마당 개, 시골 개로 불리며 살아가는 진도 믹스의 생애 주기는 짧다. 어느덧 사람 나이로 아흔 살이 된 우리집 소리의 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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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말로 어느날 갑자기, 개가 생겼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한 부모님이 전원주택 생활을 할 것을 선언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아직 집 공사도 마치지 않고 사람이 들어가 살기도 전이었는데, 심지어 우리 가족들은 개를 키워본 적이 없음에도 주변 어디선가 갑자기 개를 데려와 ‘턱’하니 맡겼다. 시골 생활을 하려면 마당개 한마리쯤은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집에 온 것이 코카 스패니얼인 뽕띠, 그리고 백구 소리였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식에 대한 기준이 축적되어 있던 내 눈에 마뜩치 않은 구석들이 있었다. 아빠가 포대째 사오는 사료는 '로얄캐닌'이나 '내추럴 발란스' 같이 내가 알던 브랜드에 비하면 저렴해도 너무 저렴했다. 과연 영양소가 존재는 하는 걸까? 아빠는 자꾸 소리에게 사람 음식을 줬다. 과일만 먹는 뽕띠와 달리 그 음식을 냠냠 맛있게 먹는 소리를 보면 ‘휴, 누가 똥개 아니랄까 봐!’하며 어쩐지 속이 터졌다. 산 밑에 자리한 전원주택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꽁꽁 언 밤이면 두 마리는 각자의 집이 아닌 한 집에 들어가 꼭 붙어 잤다. 부모님은 두 마리가 우애가 좋다며 기특해했지만 나는 뜨뜻한 온돌방에서 노곤노곤하게 늘어진 우리집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러나 대도시 반려동물의 삶, 혹은 전문가와 인터넷에서 이야기하는 상식과 다소 다르다고 해서 이토록 해맑은 얼굴로 반려인을 따르는 뽕띠와 소리의 삶이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매일 개 두 마리를 돌보고 함께하는 것은 부모님 아닌가! 끽해야 한달에 두세 번 얼굴을 비칠 뿐인 내가 한마디를 얹기는 어려웠다.
뽕띠는 2022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12년 동안 짖는 소리 한 번 들었을까 말까 했을 정도로 집 지키는 마당견으로는 형편없었던, 순하디 순한 강아지였다. 소리에게 다른 강아지 친구 따위는 없었지만 다행히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소리에게는 아빠가 있었으니까. 다만 겨울밤 뽕띠와 몸을 꼭 붙이고 집에 웅크려 자던 모습이 떠올라 그해 겨울 소리에게 남색 패딩 재킷을 선물했다. 소리에게는 생애 ‘첫 옷’이었던 셈. 어색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패딩 재킷에 소리는 곧바로 적응했다. 옷을 입은 자태 또한 제법 의젓해서 마침 치아 스케일링을 위해 시내 동물병원에 데려가던 날에도 조끼를 입혔다. 그런데 이럴 수가. 단지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리를 좀 더 상냥하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진도믹스를 비롯한 대형견을 도시에서 키우는 사람들의 ‘이 아이 또한 사랑받는 반려견이라는 것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옷이나 장식에 더 신경 쓴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소리를 만난 뒤, 소리를 닮은 개들을 각별하게 보게 됐다. 덩치와 꼬리가 말린 모양만 조금씩 다른 주로 식당이나 어느 집 앞에 묶여 있는 진도믹스들. 유기견 센터나 보호소, 심지어 개농장의 개들 사진을 봐도 소리를 닮은 개들이 너무 많아서 이 속에 소리가 있다면 나는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좌절도 했다. 가까이에서 본 시골 개들의 삶 또한 내가 알던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명절마다 SNS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이 ‘역시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이 제일 귀엽다'라며 찍어 올리는 사진 속 강아지들과 꼭 닮았던 강아지들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전히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걸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품종견과 소형견도 버려지며, 이왕 태어난 개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도심과 도심이 아닌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개들의 생김새와 종이 이토록 극단적으로 나뉘어지는 현상은 분명히 부자연스럽다.
인간이 아닌 종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은 그 편차가 극심해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과도한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 최저선과 보편적인 기준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결국 제도의 힘일 것이다. 지난 1월 9일 개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최소한 어떤 개들의 삶이 이제 분명히 달라지게 될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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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마루
Illustrator Kay McDona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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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러브 지수 결과 공개
🤫비하인드 더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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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회차에서 진행했던 셀프 러브 지수의 결과를 공개합니다✅
총 6문제 중 '가끔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4항목 이상이라면, 셀프러브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요. 아리님의 경우 평균적으로 2번과 3번 항목에서 대체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고, 마지막 6번 문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어요.
셀프 러브 지수를 체크해봤다면, 오늘만큼은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칭찬하는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당첨자 안내]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뒷자리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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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림 1049, 신*림 6271, 고*주 0130, 김*아 6390, 오*영 6707,
이*미 9536, 신*은 2321, 정*은 3945, 김*숙 0367, 최*새 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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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저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평생 겪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을 느꼈었어요. 저 또한 모유 양이 적어서 우유로 갈아타야 했는데 아이가 젖을 빨며 나와 눈을 마주 볼 때의 경이로움과 연결된 느낌. 그리고 아이를 울릴 용기 또한 없었거든요. 그때는 매일이 혼란과 고민의 연속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육아는 나를 온전히 갈아 넣어도 만족스럽지 않는.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일인 거 같아요. 육아에 힘든 모든 엄마 응원합니다.
- 나를 위해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한 옷을 입는 것, 한소희 님의 인터뷰가 따뜻하네요.
- 한소희 님 너무 좋아해서 기사를 자세히 보았어요! 여배우 중에서도 단연 유니크한 존재인 것 같아요. 사진 하나하나 너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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