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말씀처럼 버스는 한참 돌아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향해 달렸어요. 너무 캄캄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저 멀리 교도소가 보였어요.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평생 보지 못했을 곳이겠죠.
설악산책에서 숙소 근처의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다면 15분 정도 걸렸겠지만 버스는 그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기사님이 처음 버스에 탈 때와 같은 미소로 말씀하셨습니다.
"지루하셨죠?"
버스는 그저 노선대로 운영했을 뿐인데. 서울에서 온 승객을 대하는 기사님의 다정함과 친절함에 저는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모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만나는 것. 이게 바로 제가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온 이유라는 걸.
서울살이에 지쳐 도망치듯 속초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바다라도 보면 마음의 오물이 씻겨 내려갈까 싶었죠. 하지만 바다를 보아도, 그 유명하다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도 신이 나지 않았어요. 바다는 늘 그렇듯 크고 거칠었으며, 케이블카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서울의 지옥철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대신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건, 하루에 딱 2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곳을 향해 캄캄한 도로를 달린 시간이었어요.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게 아닐까 착각이 될 정도로 모든 게 완벽했죠. 정신없이 버스에서 내리느라 마을 버스 기사님께 인사드리지 못했지만, 꼭 이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지루함을 위해 여행을 떠나왔다고. 덕분에 다시 서울에 올라갈 힘을 얻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