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37. (2023. 11. 2.)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

  몇 년 전부터, 전업 작가인 나에게 들어오는 일의 대부분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 쓰기 수업 및 글쓰기에 대한 강연이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싶어 하고, 글 쓰는 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기에 각종 단체와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유치한다. 맨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잠깐의 유행일 거라 여겼던 글쓰기 열풍은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 독서 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껏 나의 주 수입원은 책을 팔아서 발생하는 인세였지만 언제인가부터 책만 써서는 생활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부수입이었던 강의료가 주 수입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주위를 둘러봐도 책을 읽는 사람이 얼마 없다.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대화 주제는 재테크, 부동산, 그리고 유튜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승객들이 뭘 보고 있는지 살펴보면 다들 스마트폰으로 영상물을 볼 뿐,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바로 이 점이 아이러니다.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쓰는 사람은 왜 늘어날까. 과거에 비해 독립출판 등 자가 출판이 쉬워졌기 때문일 것이고, SNS의 발달로 개인의 이야기를 써서 게재하는 일로 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요 몇 달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먼저 ‘나’에 집중하는 추세 때문은 아닐까. 세상과 개인은 상호적인 관계여서, 세상이 개인에게 관심을 보일 때, 개인 역시 세상에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요즘 사회가 과연 개인에게 관심이 있는가. 그 결과 개인은 점점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모두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챙겨야 한다는 믿음은 점점 강해진다. 몇 년 전부터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에세이 열풍, 특히 나답게 살기를 주장하는 책들의 유행이 이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세상이 내 편이 아님을 실감할수록 사람들은 세상과 밖, 또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나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쓰는 일은 읽는 일보다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흥분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일컫는 ‘도파민’은 요즘 시대에 더없이 매력적인 가치(!)가 되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물, 짧지만 강렬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자극을 접할수록 더 큰 자극을 추구하며 시쳇말로 ‘도파민 중독’이 되어간다. 반면에 읽는 일은 느리다. 읽는 행위를 통해 자극을 얻기까지는 긴 에너지와 노력, 시간이 든다. 그에 비해 쓰는 일은 창작의 재미와 성취감을 즉각적으로 선사한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즐기고, 보는 것보다 참여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쓰기’는 ‘읽기’보다 더 큰 ‘도파민’을 안겨준다. 이러한 이유로 읽기보다 쓰기가 관심받는 시대가 온 게 아닐까.

  하지만 나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쓰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읽기다. 읽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꾸준히 쓸 수 있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결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살면서 읽고 들어온 이야기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힘이 된다. 요즘 “저는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아요. 그냥 책을 쓰죠”라고 말하는 작가들을 종종 본다. 하지만 그의 ‘쓰기’가 언젠가 벽에 부딪힐 때 도움이 돼 줄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남의 책 혹은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인 나조차 요새는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섭렵하느라 예전만큼 책을 읽지 못한다. 그 결과 글을 예전만큼 쓰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뒤늦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몇 장을 넘기다가도 금세 스마트폰의 유혹에 넘어가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거라 믿는다.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인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울림을 준 책 두 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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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3

  요즘 사회에는 이야기가 있을 뿐 서사는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야기, 즉 정보는 생산된 순간 낡은 것이 되어,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수록 갈증을 느끼고, 그 끝에는 공허함만 남는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아닌 서사에 집중해야 한다. 저자는, 정보가 아닌 서사가 있어야 내 생각과 감정, 느낌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썼다. 읽기보다 쓰기를 원하는, 듣기보다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빠르게 변하는 삶 속에서 영리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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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지음, 김정아 옮김 | 카라칼 | 2023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치는 책. 난해한 내용이 많아 빠르게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는 않지만, 꼼꼼히 공부하듯 읽기에 좋다. 특히 에세이에 관심 있는, 언젠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연 좋은 에세이란 무엇인지. 에세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세상의 유명한 작가들은 어떤 에세이들을 써왔고, 에세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에세이스트로서 평생 책장에 꽂아두고, 교재처럼 펼쳐보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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