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공현 투명가방끈 활동가
기업에서 누군가를 채용할 때 학력(學歷), 즉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는지에 따라 차등을 두어도 될까? 사실 현행법에도 고용 시 “학력,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다.(「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이런 법률이 이미 있는데도 어째서 채용 과정에서 학력 차별이 공공연히 일어날까? 「고용정책기본법」의 법조문은 원칙일 뿐, 구체적인 제재나 집행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현재 시행 중인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직무상 필요하지 않으면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여기에 “학력·출신학교”를 추가하자는 개정안(2025년 9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 대표 발의)이다. 요컨대 ‘차별해선 안 된다’라는 「고용정책기본법」상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정보 기재를 막는 조항을 두려는 것이다. 이를 어길 때는 기업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이라고 부른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는 다른 법이다. 열거된 차별 사유만의 차이는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고용·노동에 관해 채용만이 아니라 직무 배치, 노동 조건, 승진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차별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바로잡을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반면 지금 발의된 ‘출신 학교 차별 방지법’은 단지 채용 시 학력 정보의 요구만 금지하여, 말하자면 채용 과정에서 학력 블라인드 방식을 취하라는 셈이다. 차별 행위 자체를 시정할 수 있는 법은 아니므로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도 이 법을 통해 기업 채용 절차에서 학력 블라인드 채용이 원칙으로 자리 잡게 만든다면 고용·노동에서의 학력 차별, 그리고 학력이 곧 취업에서의 유불리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인식을 상당 부분 약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지난 1월 20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교육의봄’을 비롯한 교육운동단체들의 주최로 이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추진 국민대회’가 열렸다. 300여 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행사였고, 투명가방끈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이 법안에 대한 지지세를 가시적으로 보여 준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연단에 선 여러 정치인들의 발언에는, 학력 차별을 반대한다면서 답습하기 쉬운 능력주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레퍼토리가 담겨 있었다. ‘학력이 아닌 진정한 능력을 봐야 한다’, ‘진정한 능력주의를 추구하기 위한 법’과 같은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으며, ‘아이들이 무의미한 학력 경쟁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이 법이 제정되면 명문대 간 뒤에 안주하고 자기 계발에 소홀하던 학생들이 더 노력해서 뛰어난 인재가 되게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차별을 완화하려는 법 제도를 개인을 더욱더 경쟁으로 내몰고 채찍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가 학력 차별에 반대하는 이유가 ‘학교 졸업장이 아닌 다른 능력/재능’을 개발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이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이 법은 학력에 따라 채용 기회든 노동 조건이든 차등 대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법은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대학)과 노동까지 연결되는 경쟁 그리고 그로 인한 서열화·등급화의 코스를 깨기 위한 시도이다. 이 법은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 입시 경쟁과 학력·학벌 차별이라는 사회적 폐해를 조장하는 것을 중단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협조하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능력주의적 편견에 기대어 노동자를 손쉽게 평가하고 구분 짓던 것을 멈추고, 정말 자기 조직이나 직무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려 노력하며, 노동자들을 학습·훈련시키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이런 법을 만들려는 이유는 더 많은 경쟁과 자기 계발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 1월 20일 추진대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법 통과를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지금도 아직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그리 쉽게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된 논쟁도 되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든 국회든 학력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로만 그칠 뿐, 정말로 유의미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를 이야기해야겠다. 진정한 능력주의를 바라는 분들이 알아서 학력 차별을 없애 줄 것 같지 않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