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광주 버스기사 관련 발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송영길 대표도 '살아남은 자'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물론 나는 알고 있다./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나, 생존자’(Ich, Der Überlebende)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수록돼 있습니다. 이 시가 쓰인 1944년에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었습니다. 독일인인 그는 1930년대에 나치에 저항하는 사상범으로 유럽을 떠돌다 시베리아를 거쳐 미국에까지 갔습니다(1948년에 동독으로 돌아갔습니다). 시에 언급된 ‘많은 친구’는 자신과 함께 반(反)파시스트 운동을 하다가 강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거나 도망자의 삶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들을 말합니다.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겪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들, 사고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이들이 증언합니다. 끝까지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사람마저 평생 죄의식에 시달립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20명의 목숨을 구한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는 지난 7년간 여러 차례 자해를 했습니다. 그날의 아비규환이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더 살려냈어야 했다는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54번 시내버스 승객 참사 현장에 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존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다녀왔는데 생명이 위독하지는 않았고 치료를 잘 받으면 장애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버스기사의 트라우마가 심해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음 날 문화일보는 그 버스기사 이모씨와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는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지금도 들린다. 내려앉은 천장과 운전대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게 너무나 한탄스럽다. (옆에서 건물이 덮치는 순간에) 엑셀을 밟으려고 했는데 버스 앞에 사람이 서 있었고, 옆으로 피하려고 보니 버스가 나란히 있어 피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골절상(상체 여러 곳)과 뇌출혈로 입원 중입니다. 문화일보는 부친이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고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라 괴로워한다는 그의 아들 말도 전했습니다.  

 어제 송영길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한 회의 모두 발언에서 “운전사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엑셀만 조금 밟았어도 살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발언 전체를 보면 운전기사에게 참사의 책임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니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려다 말 실수를 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언론의 침소봉대라고 화낼 일이 아닙니다. 운전기사 이씨에게 사죄하고 경솔한 발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여당 대표의 올바른 태도인 것 같습니다.  

 송 대표는 지난 달에 친구의 묘소에 다녀왔다고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라고 했습니다. 고교 3학년생으로 그 시절을 광주에서 보내고 이후 서울에 상경해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송 대표. 브레히트처럼 친구들을 먼저 보낸 시대적 '생존자'입니다. 그 누구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고통을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송 대표 발언이 빚은 논란과 그의 해명이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30대 동년배가 보는 ‘이준석 현상’ 
 고정애 논설위원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세 명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세대교체’까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의 교체’는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030세대가 ‘공정’ 이슈에 민감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현실 앞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2. '대면' 총대 멘 서울대 총장의 호소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다음 학기부터 전면적 대면 수업을 실시키로 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학생과 교수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오 총장은 마크 저커버그도 온라인으로만 사람을 만났다면 페이스북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을 이대로 세상에 내보낼 수 없다." 대학 총장이 이처럼 비장한 태도를 보여야만 하도록 만든 '백신 무능'이 한탄스럽습니다. 😯
3. 문 닫는 휴게소도 생겼다
경기도 이천의 마장휴게소가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인건비가 계속 오른 데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나 임대표가 감당이 안 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국내에서 고속도로 휴게소가 영업난 때문에 문을 닫은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상재 기자가 마장휴게소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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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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