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9.18 | 1072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생물학계에선 오래전부터 깨지지 않는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몸집이 작고 심장이 빠르게 뛸수록 그 수명이 빨리 다한다’는 대사율·수명 역상관의 법칙입니다. ‘생명 속도 이론’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몸집이 작은 동물은 체중에 비해 체표면적이 넓다보니 체온을 쉽게 뺏깁니다. 신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산소를 태우며 기초대사량을 끌어올리는데 그 결과 심장이 빠르게 뛰게 되죠. 대사율이 높다는건 세포 호흡 과정에서 유전자를 파괴하는 독성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쏟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이 세포노화를 앞당기면서 수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쥐의 수명이 2~3년 정도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몸집이 작은 포유류가 장수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피해 장수하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바로 박쥐입니다.
쥐와 비슷한 크기에 체중이 10g 정도인 작은 갈색박쥐나 윗수염박쥐는 자연에서 40~50년을 삽니다. 사람으로 치면 300~400세를 훌쩍 넘는 것이죠. 더 놀라운 것은 긴 세월 동안 여러 바이러스를 온 몸에 품고 살면서도 암(종양)에는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박쥐는 어떻게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를 누릴 수 있을까요.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 비밀을 풀 연구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늘 미라클레터는 암을 극복하기 위한 박쥐의 극단적 생존전략이 바이오 업계, 더 나아가 우리 삶에는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3줄 요약
1. 박쥐는 손상된 세포를 고치지 않고 과감히 자폭시켜 암과 노화를 극복했습니다.
2. 바이오 업계는 이 원리를 본떠 염증을 일으키는 ‘좀비 세포’를 없애는 신약에 주목합니다.
3. 억지로 붙잡기보다 제때 비워내는 결단이 우리 몸과 조직을 지키는 생존 기술입니다.
쥐와 비슷한 체구지만 인간보다 암에 덜 걸리고 40년 이상 생존하는 박쥐의 비행. 생물학적 모순으로 불리던 긴 수명의 비밀이 최근 유전체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챗GPT]

40도 고열·활성산소 견딘다
박쥐가 터득한 암 극복 기술

박쥐가 암에 걸리지 않는 비결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처한 일상적인 신체 환경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포유류 중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박쥐는 매일 밤 극한의 대사 활동을 견뎌야 합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땅을 박차고 달리는 것보다 최소 3~5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극한 운동입니다. 먹이를 잡기 위해 날아오르는 순간 박쥐의 체온은 40도를 훌쩍 넘어서죠. 심장도 분당 1000회 안팎으로 빠르게 뜁니다. 인간으로 치면 매일 밤 고열을 견디며 전력 질주를 하는 셈이죠.


이 과정에서 박쥐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대량의 독성 활성산소를 만들어냅니다. 정상적인 세포라면 DNA가 부서지고 돌연변이가 누적돼 악성 종양(암)으로 번져야 할 환경이죠.


그런데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미국 버몬트대학교 엘리스 로터버 교수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후안 마누엘 바스케스 교수 공동 연구팀의 (박쥐)유전체 분석 결과는 이런 우리의 상식을 뒤집었습니다. 연구팀은 박쥐가 다른 동물보다 유전자를 ‘더 정교하게 잘 고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박쥐는 손상된 세포를 아예 고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세포 내 DNA가 손상되면 수리 효소를 보내 복구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하게 고쳐진 세포들이 체내에 남아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노화 세포로 변해버리거나 끝내 암세포로 변이하는 결과를 낳죠. 박쥐의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유전자에 조금이라도 치명적인 손상이나 돌연변이 징후가 감지되면 복구 대신 세포 스스로 죽게 만드는 ‘세포사멸’ 스위치를 켜 버린 것입니다.


상처 입은 세포에 미련을 두지 않고 조기에 싹을 잘라버리는 박쥐의 선택이 40년 암에 걸리지 않는 무병장수의 첫 열쇠였습니다.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 분해되어 사라지는 세포사멸(Apoptosis) 과정. 박쥐는 고장 난 세포를 억지로 수리하는 대신 즉각 폐기해 암의 싹을 잘라냅니다. [챗GPT]

고쳐 쓰지 않고 죽인다?
바이오 판 흔드는 세놀리틱스

박쥐의 극단적인 ‘무관용 품질 관리’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항노화 패러다임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학이 망가진 세포를 살리거나 암세포 증식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좀비처럼 끝내 살아남아 염증을 만들어내는 노화세포를 선별해 자폭시키는 기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학계에선 이를 세놀리틱스(Senolytics)라고 부릅니다.


우리 몸속에서 유전자가 손상됐거나 수명을 다한 세포들은 정상적인 사멸 과정을 거쳐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세포는 분열을 멈춘 채 죽지도 않고 체내에 끝까지 버티며 기생합니다. 학계에서 이들을 ‘좀비 세포’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 좀비 세포들은 ‘세포사멸 회피 신호(SCAP)’라는 일종의 보호막을 두르고 체내에 남아, 주변의 건강한 정상 세포들까지 파괴하는 독성 물질(SASP, 노화연관분비표현형)을 끊임없이 뿜어냅니다. 만성 염증, 관절염, 암, 각종 퇴행성 뇌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죠.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박쥐처럼 단호하게 이들을 초기에 도려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들과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해 설립한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대거 영입해 세포 수준의 ‘노화 재프로그래밍과 정화’를 집중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1억 80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투자해 출범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 역시 손상된 세포를 비워내고 세포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입니다. 어설프게 고치는 대신 박쥐처럼 의심이 가는 세포는 초기에 제거한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약물로 구현하려는 시도죠.


이처럼 박쥐가 수천만 년 동안 진화하며 다듬어온 생존 비결은 이제 인류가 암과 노화를 극복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가장 유력한 실마리가 되고 있습니다.

손상된 세포를 비워내고 노화를 되돌리는 차세대 세포 정화 기술 콘셉트. 알토스 랩스,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 등 빅테크 리더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챗GPT]

박쥐의 생존 메커니즘이
우리의 삶에 던지는 질문

박쥐의 ‘무관용 품질 관리’는 비단 바이오 신약 연구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쥐처럼 타고난 세포사멸 유전자를 갖추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노화와 질병에 맞서야 하는지, 일상의 건강 관리에도 구체적인 해법을 알려주죠.


인간의 몸은 손상된 세포를 억지로 고치려다가 좀비 세포를 축적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속의 ‘세포 청소 스위치’를 인위적으로 켜주는 자극이 필요합니다. 의학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이 바로 자가포식(Autophagy)입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일시적인 영양 결핍이나 대사 스트레스를 겪을 때, 체내에 쌓인 불량 단백질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스스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자정 작용입니다. 


12~16시간 동안 위장을 비우는 간헐적 단식이나, 심박수를 한계치까지 밀어붙이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항노화의 핵심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 개입을 통해 대사 스트레스를 유도함으로써, 박쥐처럼 몸속의 낡고 병든 세포를 빠르게 털어내도록 세포 청소 시스템을 가동하는 셈입니다.


이 원리는 우리가 마주하는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분야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많은 리더와 조직은 시장성을 잃어버린 프로젝트나 성과 없는 레거시 사업을 마주했을 때 단호하게 정리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투입한 매몰비용이 아까워 어떻게든 자원을 투입해가며 그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애쓰죠. 하지만 어설프게 살려둔 프로젝트는 결국 조직의 핵심 자원을 갉아먹고, 주변의 건강한 팀원들에게까지 피로감이라는 독성 물질을 퍼뜨리는 ‘좀비 사업’으로 전락하곤 합니다. 실리콘밸리가 빠른 실패(Fast Fail)를 미덕으로 삼는 이유 역시 박쥐의 자폭처럼 조직의 건강한 코어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자정 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박쥐가 수천만 년의 진화를 거쳐 증명해 낸 장수의 비결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덧붙이고 수리하는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오염되고 손상된 것을 적시에 과감하게 비워내는 결단, 그것이야말로 몸도 조직도 병들지 않고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생존 기술인 셈입니다.

※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유럽연합(EU)이 13세 미만 어린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금지하고 13~14세 청소년은 부모의 감독 아래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호주를 시작으로 확산한 아동·청소년 SNS 규제가 인구 4억5000만명인 EU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네요.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공개된 뒤 오히려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8’의 국내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애플 신제품을 기다리며 구매를 미뤄온 대기 수요 일부가 제품 공개 이후 갤럭시로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네요. 


인공지능(AI)에도 사람처럼 감정이나 권리가 있을까요.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하느냐를 놓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안전에 대한 논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AI의 의식과 권리'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이 불붙었다고 합니다.

인사말

우리는 늘 무언가 더 채우고 덧붙이고,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세포, 조직, 일상 모두 마찬가지죠. 손상된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미련을 두다보면 결국 좀비 세포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듯 우리 삶과 일터도 잠식될지 모릅니다.


오랜 세월 날아오르며 암을 이겨낸 박쥐의 지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완벽하게 고칠 수 없다면 미련없이 털어내야 한다는 것을요. 이는 실패나 포기가 아닙니다. 우리 몸이, 조직이 더 건강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만드는 시간인 셈이죠.


때로는 더 많이 붙잡으려 노력하는 것보다 조금은 놓아주는 삶은 어떨까요. 곧 주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늘 하루는 조금 여유있게 보내보시면 좋겠습니다.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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