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목요일 6기는 2월 4일에 시작하여 오늘 활동이 끝납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글을 쓰고 공유하며 글 쓰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때로는 '사랑’을 주제로, ‘초성 ㅇㅈ에 해당하는 단어’를 주제로, ‘힘들 때 하는 발랄한 상상’을 주제로 글을 쓰며, 비판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행위에 칭찬했습니다. 글목일 6기 클럽원들과 글목일기 구독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더불어 글목일 6기는 끝났지만 <글목일기>는 계속 된다는 점 참고해 주세요.

인터뷰이 간단 소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저는 ‘잘 살아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겪은 후 살아있을 때 죽음을 생각해야 하며, 무거운 게 아니라 당연한 죽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 인터뷰는 죽음을 생각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유서를 쓰면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5. 유서에 어떤 이야기를 적고 싶나요? 김수현님과 인터뷰
박예림: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수현: 안녕하세요. 저는 글목일 클럽원 김수현입니다. 뭐라고 자기소개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웃음)

박예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과 우리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봐요. 먼저 첫 번째 질문을 드릴게요. 전 인터뷰이셨던 다원님께서 ‘지금까지 살면서 해보았던 가장 큰 일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김수현: 가장 생각나는 일탈은 작년 3월에 아무도 모르게 중도휴학 한 사실입니다. 심지어 어머니도 모르게 휴학을 했어요. 어머니한테 말했을 때 엄청나게 당황하셨답니다.

박예림: 휴학을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김수현: 저는 일 년 반이나 휴학을 했어요. 학교가 너무 안 맞았던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며 잘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불명확해 졌어요. 그래서 많이 불안했고요. 그 당시에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바다가 보이는 침대에서 수업을 듣다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학교 수업이 아닌 걸 깨닫고 바로 휴학 신청을 했어요.

박예림: 생각을 실행에 옮긴 용기가 대단해요. 바다가 보이는 침대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 생각했나요?

김수현: 정말 무모하지만 힐링이요. 저는 많이 지쳐있었어요. 그 당시에 우울증이 심하기도 했고, 인간관계에 지쳐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멀리서 바다를 보는데 힐링이 되더라구요. 저는 바다를 보는 일이 흔치 않은 수원에 살아서 가끔 보는 바다가 그렇게 좋아요.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어요. 생각도 많이 정리되고요!

박예림: 저도 답답하면 바다를 찾는데, 그동안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큰 힘과 위로를 받았어요. 요즘 물멍(물보면서 멍때리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니까요. 휴학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나요?

김수현: 휴학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치료만 한 것에 미련이 없지만, 휴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졸업을 했을 텐데.’라는 약간의 후회는 있답니다. 큰 후회나 미련은 없는 것 같아요.

박예림: 수현님은 글목일 6기가 처음이 아니신데, 다시 신청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수현: 저에게 숙제를 내주고 싶었어요. 정해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글이라도 써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네요. 저는 우울할 때 글이 잘 써지는 편이라, 글이 거의 어두운 느낌인데 클럽원들이 보고서 따라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도 있긴해요. 제 속마음을 빗대어 쓰지 않으면 제가 아닌 것 같아서 글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박예림: 저는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꺼내어 글로 표현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행복, 기쁨, 설렘이 감정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슬픔, 우울, 무기력도 보통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글목일 6기 가입 당시, 클럽원들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던 게 '죽음'과 관련된 질문이었는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김수현: 저는 항상 죽음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이기적인 건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요. 빨리 죽는 것을 원하기도 하고요. 진지하게 죽지 못해 사는 느낌은 받을 때가 있어요. 

박예림: 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게 최근이에요. 장례와 관련된 영화 <잔칫날>을 보고 몇 달 뒤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셨어요. 이후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구요.

김수현: 저는 1월 말에 저희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언젠간 겪을 일이었지만 살면서 이렇게 가까운 죽음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박예림: 영화 <잔칫날>을 다시 언급하게 되었는데, <잔칫날>은 투병 중인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프지만 한 편으로 돈 걱정이 사라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간 제목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진정으로 애도할 시간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죽는다면 누가 나를 찾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김수현: 제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내가 죽으면 누가 장례식을 와주고 누가 나의 영정사진을 보며 울어줄까. 저 사람은 어떤 이유로 나의 죽음을 슬퍼할까. 내가 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제 장례식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정말 슬플 것 같아요. 죽음이 나에게 가까워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드니까 유서라도 미리 써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유서를 쓴 적도 있었어요. 제가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거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죽는 게 너무 억울할 것 같았어요.

박예림: 유서에 무엇을 적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저는 유서를 쓴다면 감사한 사람들에게 어떤 점이 고마웠는지 쓸 것 같아요.

김수현: 저랑 굉장히 반대에요. 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부끄러운 저의 잘못을 반성하고, 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한 감정, 그런데도 나에게 행복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정도를 적은 것 같아요.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짜증이 나도, 슬퍼도 항상 속으로 꾹꾹 참는 버릇이 있어서 마음이 매일 답답한데, 죽을 때까지조차 아무 말도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박예림: 저는 속상하거나 짜증 나는 일은 말로 잘 표현하는 편이고, 고맙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해서 손편지나 장문의 카톡으로 제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표현방식이 궁금한 사람에게 '유서에 무엇을 쓰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되겠네요! 

김수현: 저는 속상한 부분을 티 내면 상대방이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이게 마음에 독이 될지는 몰랐지만, 말하지 않고 저 혼자 버텨왔어요. 속상하고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표현하는 친구들이 부럽습니다.

박예림: 저도 남과 틀어지는 게 싫은데, 나의 속상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는 게 결코 정답은 아니지만,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에 의해 형성되니 서로 불편한 점을 무엇인지 말하고 맞춰나갈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김수현: 정말 맞는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가장 필요한건 쿨해지는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관계를 끊어내는 일이 정말 쉽지가 않더라구요. 특히 연인관계일 때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면 더욱. 저만 놓으면 되는 관계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죠. 저도 저 자신을 위해 사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몸과 정신 건강 모두 신경 쓰면서요.

박예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믿어요. 쿨하면서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해 노력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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