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고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 초록취향 vol 6.

1.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고

2. 초록생활자 - 자연을 뜯어 먹고 살아요, 박선정

3. 자연을 담고, 닮은 공간 &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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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고

푸르른 오월. 눈길 닿는 곳마다 녹음이 우거지고, 일렁이는 그림자마저 생기를 품은 듯 반짝이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초록초록한 것들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우연히 식물 패턴의 패브릭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손이나 디지털로 그린 그림도 아니고, 감물 들이기 같은 천연염색도 아닌 그것은 바로 ‘보테니컬 에코프린팅(botanical eco printing)’이었는데요. 식물이나 꽃의 잎을 찌거나 끓이거나, 발효시켜서 식물의 색소를 물들이는 천연염색 기법이라더군요. 시간이라는 마법을 걸어 식물의 그림자들을 박제시키는 것만 같은 신비로운 작업을 수소문해서 직접 체험해 보았답니다.

처음에는 그저 동글동글 귀여운 유칼립투스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어요. 유칼립투스를 천에 올려 배치하는데, 어떻게든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보려고 나뭇가지를 구부리고, 잎을 떼어 내고 잘하려 애쓰다 보니 슬그머니 스트레스가 올라오더라고요. 처음 해보는 건데, 즐기려고 배우는 건데, 잘하지 못하면 뭐 어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마무리했지요. 40여 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천을 펼쳐보는데 무척이나 설레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새겨진 자연과 시간의 흔적을 더듬으며 깨달았답니다. ‘아.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됐었어. 의도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자연을 담아내는 시간만큼이나 자연을 닮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즐거웠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모여든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초록이 취향이란 공통의 분모로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자연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체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자연스레 다음 만남도 기약하게 되었답니다.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다름과 개성을 인정하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게 되지요. 자연의 섭리에 맞춰 천천히 흘러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게 되고요. 자연인처럼 살아갈 수는 없지만,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아가려는 작은 시도와 시간을 스스로 선물할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속에서 결핍된 자연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당신만의 초록취향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 초록생활자 - 자연을 뜯어 먹고 살아요, 박선정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늘 다르게 대답하게 되는데요. 지금의 저는 제주의 자연을 뜯어 먹고 사는, 아주 복 많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자연을 뜯어 먹고 사신다고요?

A. 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은 한라산이 보이나, 안 보이나’부터 확인하고요. 또, ‘오늘 하늘은 어떻나, 구름이 있나?’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서 바람의 세기도 확인해요. 원하면 언제든 오름에 오르고, 그렇게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플 정도로 행복하거든요. 자연을 뜯어 먹고 사는 거죠.

Q. 자연을 뜯어 먹다보니 식물책방까지 열게 되셨군요. 커피동굴_플랜트 책방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A. 5년 전, 책방 건물 지하에 있는 커피동굴 카페에 처음 갔었어요. 그때 커피도 처음 마셨는데 신세계였죠.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 공부도 하고 즐겨 마셨지만, 커피는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와인보다 더 묘한 커피 맛에 빠져서 매일 카페를 드나들었어요. 커피 마시면서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1년 넘게 아지트 삼아 다니다, 카페 사장님에게 부탁해 커피를 배우게 됐죠. 그때부터 사장님은 저의 사부님이 되어주셨고요. 매주 일요일 함덕에서 열리는 맨도롱장 플리마켓에 따라가 커피드립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부님 쉬시는 월요일 휴일에 혼자 카페도 열어보고 하는데 재밌고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나도 작업실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꿈을 가지게 됐죠. 그러다 2층 게스트하우스 자리가 나서 바로 올라와봤는데, 아늑하고 포근하고 딱 제가 원하던 공간이라 바로 계약을 하게 됐어요.

커피동굴_플랜트란 이름의 책방을 열게 된 건 이런 이유였어요. 지하 커피동굴에서 꿈을 꿨던 씨앗이 이렇게 2층으로 올라와 싹이 나고 플랜트가 된 거죠. 플랜트는 '식물'이라는 뜻 말고도 '심다'라는 뜻도 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중심으로, 또 식물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식물책방을 열게 됐어요.

Q. 이야기를 듣고 나니 커피동굴_플랜트라는 이름이 쉽게 이해가 되네요. 꺼내 보여주신 스케치북은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라 거의 사업계획서인데요?

A. 2019년 책방을 오픈할 당시, 이름과 콘셉트를 정하고, 구매할 책들과 책상 배치를 어떻게 할지 공간 구성을 스케치한 건데요. 작은 공간이지만 들어왔을 때 답답하지 않고 쾌적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그러려면 정확히 길이를 재고 잘 구성해야, 원하는 만큼의 가구와 식물을 들여올 수 있겠더라고요. 효율적으로 책을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벽에 타공판도 붙이게 된 거고요. 덕분에 작은 책방이지만 꽤 많은 책을 보유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와 책방에게 상징적인 식물이 있는데, 바로 저 가운데 있는 커피나무에요. 커피나무를 찾다찾다 수소문 끝에 모슬포에 있는 제주커피수목원에 갔는데, 사장님이 안 파신다는 걸 사정사정을 했어요. 결국은 저에게 설득 당하셔서 직접 여기까지 가져다 주셨죠.

Q. 식물책방 답게 식물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오시겠죠?

A. 맞아요. 왜, 자연 앞에서는 ‘예쁘다’고 절로 감탄하게 되잖아요. 제 바램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식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주로 찾아오시는데, 대부분의 분들이 책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제일 먼저 하는 말씀이 ‘너무 예쁘다’에요. 플랜트의 식물도 예뻐해 주시고, 식물책도 좋아해 주셔서, 한 번 오면 계속 또 찾아오세요.

Q. 책방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라던가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면요?

A. 솔직히 모든 손님들이 다 잊혀지지 않아요. 왜 그런 게임 있잖아요. ‘한 명 왔어요. 두 명 왔어요. 세 명 왔어요’ 하는 것처럼 한번 오신 분들이 다른 분을 데리고 또 오세요. 인연에 인연의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분들의 이름은 전부 기억나지 않지만, 한분 한분 다 잊혀지지 않을 만큼 제겐 특별해요.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떨리는 순간, ‘책방하길 잘했어’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이병률 작가님이 저에겐 특급 연예인이었는데, 어느 날 책방에 딱! 나타나신거예요. 커피를 가져다 드리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손을 덜덜 떨어보긴 처음이었어요. 그 후에도 한번 더 오셨었는데, 책방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가좋아하는식물책방 하고 올려주셨어요. 한동안 작가님 팬들이 엄청 많이 오셨었죠.

Q.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거군요.

A. 맞아요. 식물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취향의 책들을 채워넣으니 그에 맞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찾아 오시는게 참 신기해요.

Q. 책방 운영이 잘 맞고 즐거우신 것 같아요. 이전에도 공간을 운영해 보신 적 있나요?

A. 줄곧 직장만 다녔지 공간 운영은 책방이 처음이에요. 책방 컨셉도, 공간 구성도, 영업일과 오픈 시간도 스스로 계획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니까 재밌을 수 밖에 없어요.

Q. 요즘 작은 책방이 붐인 것 마냥 많아지고 있잖아요.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일거리도 많아 보이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어떤가요?

A. 책방 운영을 하면서 우선, 책을 찾고 구입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1~2회씩 책을 주문하려면 끊임없이 책을 찾아내야 하니까요. 매주 신간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발빠르게 식물 테마 신간을 데려와야 하고요. 옛날에 출간되었던 책 중에서도 좋은 책들을 발견해내야 하거든요. 서울이었으면 대형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골라올 수 있겠지만, 제주에서는 온라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요. 때문에 책 서평부터 줄거리까지 꼼꼼하게 보며 선택하는데, 그럼에도 가끔은 실패하기도 해요.

그리고 ‘책방에 새로운 책이 와 있어요’ 라고 손님들에게 홍보도 해야하잖아요. sns에 소개글을 써서 책을 알리는 일도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어요. 열심히 홍보해서 재고가 남지 않게 해야하고, 또 매월 정산도 하고요. 이 달에는 어떤 책이 얼마만큼 나갔고, 손익이 얼마만큼 되고 이런 것들을 알아야만 다음 달을 또 준비할 수 있어요.

Q. 책방에 식물이 참 많은데 하나하나 다 반짝이는 모습이 애정을 쏟으신 게 보여요. 관리하는 것도 일이시죠?

A. 식물책방이다보니 식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오시는 분들도 계신데 식물이 시들시들하면 안 되잖아요. 또 식물들이 저에겐 우리 강아지들, 고양이들이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시간과 정성을 쏟게 돼요. 아이들 마다 적당한 때를 맞춰 물을 주고요. 요즘은 응애 같은 벌레가 낄 수 있으니까 이파리도 수시로 뒤집어 봐요. 몸집이 커져서 뿌리가 바깥으로 나온 애들은 분갈이도 해주고요.

Q. 책을 데리고 오는 기준은 무엇이죠?

A. 내가 좋아하는 책, 내가 읽고 싶은 책,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좋아할만한 책들이요.

Q. 요즘 읽은 책 중에서 소개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

A. 좋은 책들이 많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은 있어요. 칼 푀르스터의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이라는책인데요. 이 분은 계절을 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 이렇게 세분화해서, 결국은 1년 내내 늘 피고 늘 변화하는 정원을 추구하세요. 꽃뿐만 아니라 억새나 수크렁 같은 벼과 식물부터 고사리류와 모든 수목들을 조합하는 거죠. 서귀포에 베케라는 정원카페가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가서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1년 내내 꽃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꽃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이고, 모든 사람들이 꽃처럼 되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작가의 세계관이 좋았어요. 또, 칼 푀르스터라는 사람을 통해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자식을 키워낸 부모의 역할도 엿볼 수 있고요.

Q. 작가님도 책을 여러 권 쓰셨잖아요. <오름오름>을 읽으면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었어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오름오름 책 이전에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라는 책을 먼저 출간했었어요. 그 책을 쓰기 전에는 ‘1년 반 정도 제주에서 살다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원고를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책 출간 후에 하는 일도 굉장히 많아서 2년, 3년이 또 훌쩍 가더라고요. 그러면서 제주에 더 심취하게 됐고, 그 중에서도 오름에 빠지게 되었어요. 이렇게 예쁜 오름들을 혼자만 알고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오름오름 책과 오름오름 트레킹 맵을 만들게 됐죠.

Q. 제주에 오름이 365개도 넘게 있다는데, 작가님도 다 가보신 건 아니죠?

A. 그럼요. 360여개 오름 중에 45% 이상이 사유지이고, 국립공원 안에 있는 오름들은 개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보니 못 가본 오름이 많아요. <오름오름> 책에는 제가 좋아하는 곳, 제 취향의 오름들을 소개했어요. 일단 들어갔을 때 무섭지 않은 오름, 어느 정도 탐방로가 정비가 된 오름, 예쁜 꽃과 나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오름, 분화구나 아름다운 뷰가 있는 오름들이죠.

Q. 5월, 이맘때 추천하는 오름은 어딘가요?

A. 이제 5월 중순쯤 되면 들어갈 오름들이 별로 없어요. 풀이 엄청 무성해지고 뱀도 많거든요. 그래도 이맘때 가면 좋은 곳이 대정에 익룡을 닮은, 바위로 된 오름이 있어요. 단산, 그리고 바굼지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정상에 올라가면 아래 사계리 들판이 펼쳐지는데 정말 예뻐요. 또 하얀 꽃길도 깔려 있는데, 눈송이 결정체처럼 하얀 전호꽃이 한창이에요.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에는 상동나무 열매가 벌써 열려서 따 먹을 수도 있고요. 오름 no.5 중에 최애 오름이에요.

Q. 다른 no.5 오름들도 궁금해요!

A. 아끈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동거문이 오름, 노꼬메 오름이랍니다.

Q. 일전에 제가 작가님이랑 오름에 같이 가봤잖아요. 그때 온갖 풀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예쁘다’ 감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식물이 작가님에게 주는 위로와 기쁨은 무엇이죠?

A. 제가 전라도 섬마을 시골에서 자랐거든요. 학교가 중학교까지 밖에 없을 정도로 작은 섬이었어요. 버스도 없어서 매일 아침 4km 걸어갔다 다시 4km를 걸어오는데, 산딸기 같은 것도 따 먹고 그랬었죠. 어렸을 땐 식물이 기쁨을 주는 존재고, 고마운 존재고 이런 건 생각 못했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육지로 하고, 대학은 서울로 와서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20년 정도를 서울에서 살았는데, 도시에서는 식물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었죠.

여기 제주에 내려오면서 자연에 대한 사랑에 더 깊이 빠지게 됐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냥 이유 없이, 그 사람의 눈, 코, 입이 다 좋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도 다 좋고, 볼 때마다 미치겠고 그러잖아요. 작은 들꽃부터 나무들까지 그냥 이쁜 거예요. 이유 없이 자꾸만 눈길이 가고 괜히 다정하게 인사해주고 싶고, 이름 한번 불러주고 싶고요. 계속 보고 싶으니까 계속 찾아가게 돼요.

Q. 제주 오시기 전에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여쭤볼게요.

A. 서울에서 아이들 교재나 학습지를 만드는 대형 출판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었어요. 그땐 회사에서 인정 받아 연봉도 많이 받고 임원이 되고, 피라미드의 탑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항상 야근하고, 휴일에도 나가서 일했거든요. 회사에서 많은 일을 겪었는데, 결정적으로 직원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됐었어요. 또, 목표를 이뤄 50대 초중반까지 일하고 난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니 답답한 거예요.

그때 사수가 선물해준 타샤 튜더의 <나는 지금 행복해요>를 읽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게 됐어요. 이 책 마지막 장에 무슨 말이 나오냐면요. “여든 아홉 살이 되었지만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이 아직 많습니다. 오래도록 이렇게 사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요. 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요.” 여든 아홉 살이라는 그려지지 않는 연세를 드신 분이, 그때까지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고, 산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타샤 튜더처럼 사회 통념에 따르는 대신 나의 가치관에 따라 사는 삶을 선택해보자, 할머니가 돼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기쁜 일을 해보자 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평소에 관심 있던 그림을 배우게 됐어요. 그림을 배우니 책을 만들고 싶어서 북아트도 1년 간 배웠죠. 점점 서울에서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주 여행 오던 제주를 선택해 살게 됐어요.

Q, 제주에 9년 넘게 사시면서 처음과는 달라진 마음가짐이나 모습이 있다면요?

A. 예전에 전 굉장히 차갑고 매몰찬 사람이었어요. 늘 24시간 계획을 짜서 움직이고, 한 치의 오차도 빈틈도 없는 사람, 실수하면 용서를 못하는 사람이었죠. 그림 배울 때 선생님도 저한테 ‘너무 날카롭고 날이 서서 다듬어야지 사람이 된다’고 하셨었어요. 그랬던 제가 제주에서 살며 많이 바뀌게 됐죠. 예전엔 각이 딱 서 있는 네모였다면 지금은 동글동글해졌고, 현무암처럼 여기저기 구멍 뚫린 사람이 됐어요. 실수는 늘 하는 일이고요, 계획도 세우지 않아요. 빈틈 없는 플랜맨으로 살다 완전히 벗어난거죠.

Q. 작가님의 지금 모습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들이라 상상이 되질 않네요. 그게 다 자연의 영향이었을까요?

A. 네. 서울에서 일할 때는 새벽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니까, 오늘 하늘이 무슨 색이었는지 보지도 못하고 살았으니까요. ‘이쁘다’라는 단어도 거의 쓰지 않고 살았었는데, 제주에 와서는 ‘이쁘다’, ‘좋다’라는 단어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채우고 있어요. 예전엔 모난 구석이 많고 미운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들꽃처럼 좀 이쁜 구석도 있고 정다운 사람으로 많이 변했구나 생각해요. 제주의 자연을 뜯어 먹고 사는 복 많은 사람이라고 했던 것도, 제주의 자연이 저에게 준 게 너무너무 많거든요.

Q. 계획 없이 사신다고 했지만, 책 작업도 하시고 쉬는 날이 거의 없으시죠?

A. 우선 책방 일은 늘 하는 일이고요. <오름오름 트레킹 맵> 개정을 위해 쉬는 날 마다 오름을 찾으며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책에 소개된 오름들을 다 돌아보면서 그새 바뀐 버스노선이나 탐방로는 없는지 확인하는 거죠. 책을 보고 오름에 찾아갔는데 탐방로가 폐쇄되어 있으면 낭패잖아요. 누군가한테는 첫 오름일 수도 있고, 오름을 오르는 일이 기분 좋고 행복한 시간이어야 되는데, 제 가이드가 잘못되면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2공항과 관련해 원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말하기가 참 아프고 힘드네요.

자신이 애지중지 아끼는 무언가가 파괴되고 없어진다면 다들 마음이 아플거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용눈이오름이나 새별오름, 성산일출봉 같은 곳을 깎아서 공항을 세운다고 하면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2공항이 들어설 성산 지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공항이 들어서면서 없어지거나 영향을 받게 될 10개의 오름들에 대해 취재를 해왔는데, 작년에 도민 찬반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마음을 놓았었거든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에요. 다시 불을 붙여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준비중이에요.

또, 출판사 의뢰를 받아 제주의 산록도로에 대한 취재도 하고 있어요. 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제주의 옛모습들에서부터 도로가 놓이면서 변화해가는 중간산의 모습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작년에 오름 다큐멘터리도 찍으셨죠?

A. 미니멈 출판사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영상 제작지원 공모에 <오름오름> 책으로 영화로 찍겠다는 기획안을 냈었는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거든요. 오름의 현주소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촬영과 영상 편집은 다 끝났고 음향 디자인 중이에요. 최근 개봉한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만든 정재은 감독님이 만드셨어요.

Q. 오름, 자연, 제주도. 좋아하는 것들을 닮아가고 지키려 애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A.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제가 여기서 그런 것들을 뜯어먹고 살았는데, 내가 뜯어 먹고 살았던 게 없어지면 살 수가 없잖아요. 자연이 나를 먹여 살렸으니 나도 자연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하니까요.

Q. 책방 운영과 더불어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계신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A. 사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순간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거든요. 초봄에 만난 제비꽃, 어느 오름에 올랐을 때 만났던 바람, 그 순간 순간의 만남들에 다정하게 ‘안녕’하고 인사하고 싶어요. 누군가 만났을 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존재, 다정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Q. 끝으로 초록취향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연초에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하고, 용기가 없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일들도 많은데요. 5월은 초록이 취향인 사람들을 위한 계절인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초록초록한, 모든 에너지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이 계절에 무언가 망설이고 있다면 새롭게 한 발을 내딛어 보면 좋겠어요. 초록취향 뉴스레터도 나무처럼 씩씩하고 튼튼하게 잘 자랐으면 해요.

💚 박선정 / 커피동굴_플랜트

🌿 자연을 담고, 닮은 공간 & 사물들

서울식물원 © ㅊㄹㅊㅎ

🌴식물원 / 생태공원

보롬왓 © ㅊㄹㅊㅎ

❇️초록초록한 이색공간

(서울) 틸테이블 : 식물을 디자인하는 이색 원예공간, 가드닝스튜디오
(서울) 식물관PH :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쉬는 고유한 경험의 공간
(서울) 식물성 도산 : 국내 최초의 스마트팜 쇼룸 겸 카페
(서울) 청운문학도서관 : 한옥 공모전 대상 수상, 고즈넉한 공공도서관
(서울) 식물리에 뜰 : 식물로 가득한 공간에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
(서울) 사사막 : 야생초목으로 가득한 식물가게
(남양주) 키스톤스피시즈 : 드넓은 잔디밭에 펼쳐진 정원 카페
(과천) 마이알레 : 정원, 온실식물원, 샵, 카페가 있는 자연 농장
(고창) 상하농원 : 텃밭 정원과 동물농장, 레스토랑, 체험시설, 숙박시설
(군위) 사유원 : 유명 건축가들의 작은 건축물이 숨겨져 있는 30만평 규모의 수목원
(창원) 진해보타닉뮤지엄 : 장복산 중턱, 희귀식물이 사는 사립 수목원
(제주) 보롬왓 : 4계절 꽃이 피어나는 바람부는 밭, 베이커리 카페

제주기와 © ㅊㄹㅊㅎ

❇️초록초록한 카페

(서울) 평창동더피아노 : 평창계곡 끄트머리, 자연을 품은 전망 좋은 카페
(서울) 청수당 본점 : 대나무숲과 수로가 반겨주는 이국적인 한옥카페
(서울) 두채 : 식물과 마주하는 두 채의 베이커리 카페
(서울) 헤이더그린 : 푸른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카페
(성남) 새소리물소리 : 자연의 소리로 가득한 고풍스러운 한옥 카페
(남양주) 라온숨 : 통창으로 보이는 대형 북한강 뷰 카페
(남양주) 비루개 : 산 속 허브 식물원을 개조한 카페
(김포) 글린공원 : 공원 콘셉트의 피크닉 테마 카페
(용인) 묵리459 : 자연을 작품으로 품은 고요한 카페
(가평) 골든트리 : 리버뷰 카페
(양평) 수수카페 : 야전병원을 활용한 양수리 북한강 뷰 카페
(파주) 문지리535 : 초대형 식물 브런치 카페
(양주) 오랑주리 : 이끼 바위와 작은 폭포, 계곡이 있는 카페
(춘천) 어스17 : 소양댐 길목, 북한강 뷰 야외 정원 카페
(속초) 시드누아 : 커다란 창문으로 보이는 설악산뷰 카페
(대전) 모습 : 깔끔하고 편안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
(경산) 마고포레스트 : 창고형 정원 콘셉트의 초대형 베이커리카페
(김해) 파우제앤숨 : 여유로운 식물원 카페
(부산) 보타닉아덴 : 도심 속 실내 정원 카페
(순창) 베르자르당 : 자연을 품은 온실카페, 갤러리, 베이커리 등 복합문화
(여수) 모이핀 :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6천 평의 규모의 대형 카페
(여수) 라피끄 : 돌산도 여수예술랜드 내 대형 오션뷰 카페
(제주) 베케 : 자연주의 정원으로 손꼽히는 서귀포 카페
(제주) 감따남 : 초록초록한 감귤밭과 정원, 디테일과 정성이 담긴 카페
(제주) 식물집 : 작은 온실과 야외/실내 정원, 식물과 휴식이 있는 카페
(제주) 카페록록 : 초록초록하고 엔틱한 분위기의 바닷가 카페
(제주) 피커스 : 식물원 콘셉트의 롤러스케이트장,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제주) 오드씽 : 초록초록하면서도 힙한 분위기의 카페 & 펍
(제주) 하라케케 : 범섬과 속골을 내려다보는 이국적인 선셋라운지 카페
(제주) 제주기와 : 가족이 가기 좋은 한옥 브런치 카페
(제주) 제대가는길 : 제주대 벚꽃길 옆 정원이 있는 브런치 카페
(제주) 그초록 : 아보카도 커피와 샌드위치를 맛보는 초록초록한 카페
(제주) 꼬스뗀뇨 : 야자수가 선 제주 바다뷰 카페
(제주) 허니문하우스 : 서귀포 올레길, 오래된 호텔을 개조한 뷰맛집 카페

땡스네이쳐 아뜰리에 © ㅊㄹㅊㅎ

🐸초록초록한 사물들

아이보리앤그레이 : 패션디자이너와 건축디자이너의 leave's drawing 작업실
케네스코본푸 : 등나무, 대나무 등 자연소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드는 가구와 소품들
뚜까따 : 자연을 닮은 인형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할로발리 : 인도네시아 핸드메이드 바틱 패브릭, 의류, 가방, 잡화
바이스텔라 : 손 안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상, 특별한 팝업카드
일루트립 : 자연을 닮은 옷, 핸드 우븐 패브릭, 자연 염색 햄프실
온마르스 : 감각적인 컬러와 아트웍의 그릇들
모브 : 자연을 닮은 세라믹 소품샵 및 공방
땡스네이쳐 아뜰리에 :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은 자수 작품, 자수 레슨
진심디자인 : 유럽풍 감성 인테리어 소품 리빙샵
바스큘럼 : 식물 본래의 모습을 관찰하고 자연과 사람의 이야기를 담는 식물패턴제작소
빛과물질 : 유리를 투과하는 빛나는 날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및 체험 클래스
동반사물늬은 : 곁에 두고 함께 하고 싶어지는 사물들로 전하는 온기
토도비엔 : 평온한 마음, 고요한 기쁨을 담은 그림, 아트상품, 휴대폰케이스
일상의도구점 : 매일이 만드는 아름다움, 자연을 닮은 일상의 도구들
엠드엠 : 손으로 그린 자연 패턴 원단, 엽서, 포토북 등
홍가 : 제주를 담은 핸드메이드 앞치마, 패브릭 소품
타밈스튜디오 : 비건 핸드메이드 패브릭 가방, 소품
드롭드롭드롭 : 재미있고 개성 강한 디자인 패턴의 소품들
메이가든 : 페브릭 앞치마, 소품 맞춤제작
슬로우파마씨 : 식물로 제안하는 느리고 침착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뮷즈 : 누구나 일상에서 즐기는 국립박물관 문화재 상품, '나에게 온 보물, 뮷즈'

🌿 ㅊㄹㅊㅎ view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프로젝트 '아트스케이프×공공' (~6/30)

@ 강남대로 ‘G-LIGHT’(지-라이트)

(서울) 우리는 초록 분위기를 사랑해(~6/5)

@KT&G 상상마당 홍대 갤러리

(서울) HI FIVE _하이파이브 (~5/17)

@식물관PH

(서울) 뚜까따 온실 팝업스토어 (~6/5)

LCDC SEOUL, 3층 A301 DOORS

(진천) 2022 코리아 하우스 비전

: 농農 Agriculture (~6/18)

@뤁스퀘어

(여수) 이번 생은 지구니까 (~6/26)

@GS칼텍스 예울마루

🌿 ㅊㄹㅊㅎ read

📗섬진강 가에서 보낸 사계절 마음의 기록 (한겨레)

"작가는 시금치를 솎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생각하고, 못줄에 맞춰 모내기하며 논바닥에 글을 쓰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문장을 돌아본다. 섬진강 들녘에서 자연의 순환에 맞춰 마음먹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작가는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라고 속삭인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귀하고, 그 질문을 오래 곱씹으며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이는 더 귀하다. 인생의 문제들을 죄다 펼쳐놓고 이야기하다가 걷다가 먹다가 잠시 졸아도 좋으리. 단꿈 한 줌 잦아들 때까지.”"

📗[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만리장성 뒤덮은 ‘보테가 그린’…애플도 니오도 초록에 빠졌다 (조선비즈)

“코로나를 겪으며 건강, 자연, 환경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면서 녹색이 부상했다”고 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같은 무채색과 이별하고, 활기차고 희망찬 초록색에 끌린다는 것이다. ... “상상치도 않았던 세상을 뒤로 하고, 우리 모두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미래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세상의 ‘잇(it)’ 컬러는 그린”이라고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선생님과 33명의 제주 어린이가 그린 그림 속에는… (경향신문)

"우리는 ‘당연하게’ 말한다. 자연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고. 그런데 자연이라는 심상은 거대하고 추상적이다.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연과의 심리적 거리감은 ‘자연 보호’라는 시혜자적 입장의 구호를 외치게 한다. 그림책 프로젝트가 끝난 뒤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자연을 초록색으로만 연상했는데 주황색도 자연”이라고. 자연은 발밑에 구르는 돌에도, 밥상에 오르는 물고기에도 있다는 것을, 먼 곳의 보호할 대상이 아닌 바로 곁에서 공존할 이웃이라는 것을 권 작가와 제주의 아이들은 전한다."

📗색다른 사진 명소 따라 충남 당진 여행 (국민일보)

"등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등(藤)이다. 사람들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혹은 충돌할 때 사용되는 갈등(葛藤)이란 단어에 쓰인다. 갈(葛)은 칡을 나타내는 한자어다. 칡은 왼쪽으로만 기어오르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만 자라 오르는데, 둘이 만나면 서로 심하게 엉켜서 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계절의 부름 따라 고창 자연 여행 (아웃도어)

"고창에서 가장 큰 습지인 동림저수지는 대규모 인공 호수이지만 호소 습지(물이 가두어져 만들어진 습지)와 하도 습지(강이나 하천 물길에 생성된 습지)가 함께 조성돼 독특한 습지 경관을 자랑한다. ... 덕분에 운곡람사르습지와 함께 야생동식물 보호구역 및 유네스코 고창 생물권 보전지역의 핵심구역으로 꼽힌다. "

📗초록이 동색이라 구분이 쉽지 않네 (어업인수산)

"매생이는 순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산태’로 소개돼 있으며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다’고 설명했다. .... 감태는 실제 표준명이 가시파래다. 파래와 같이 갈파래과에 속한다. 표준명 감태는 따로 있다. 감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먹으면 달콤한 맛이 나는데 진한 초록색을 띠고 있어 달콤한 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ㅊㄹㅊㅎ 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