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보이스를 쓰는 마음도 조금 달라집니다 이번 레터는 가을이 전합니다💌
🍁 가을ㅣ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보다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오래 움직여왔어요. 모두의 목소리가 만나는 소란스러운 평화를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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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무르익은 열매를 거두며 그동안의 수고를 돌아보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올해는 열매를 거두는 기쁨만큼이나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에 마음이 갑니다. 저는 요즘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움을 주고받는 평화교육의 공간을 꾸리고 있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마음이 조급해져요. 한 번의 만남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면 이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면 그 안에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분명 있어요. 당장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알 수 없어도 그 시간을 함께 가꾸는 동안 이미 많은 것을 주고받고 있는 셈이지요.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모보이스를 쓰는 마음도 조금 달라집니다. 레터를 쓸 때마다 '이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 데 보탬이 될까?' 하고 묻는 마음속의 경찰이 등장하곤 하거든요. 그래도 이 편지가 가닿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는 일이 좋습니다. 다음 달에도 세상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할 제 마음을 믿어보고 싶고요. 꼭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계속 읽고, 쓰고, 보내는 일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걸 새삼 배웁니다. 수확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요? 올가을에는 거둔 열매뿐 아니라, 그동안 심고 돌보며 지나온 시간에도 다정한 눈길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 2026년 10월, 가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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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진도입 #임신중지권 #여성인권
💊 미프진이 드디어 한국에 와요
지난 9월 16일,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지미소(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2019년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지를 처벌하던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에요. 2021년부터 처벌 조항의 효력은 사라졌지만,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병원을 찾기 어렵고 높은 의료비를 감당해야 했어요. 정식으로 허가된 약물도 없었고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신중지 약물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여러 나라에서 사용해 온 것과는 다른 현실이었지요.
2027년 1분기 시작을 목표로 한 미프진 도입 소식을 환영하며, 아직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가 있어요. 임신 9주 이내에 약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도록 관리할 계획이에요. 한편, 이런 제한이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는 사람,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운 노동자, 보호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까지 비싸다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의 기회도 달라지겠지요.
이에 여성·인권단체들은 건강보험 적용과 불필요한 처방 제한 완화, 안전한 의료정보 제공을 함께 요구하고 있어요.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이 경제적 여건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제약받지 않도록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안전하게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요.
- 🎤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 의사) : 어제 정부가 발표한 것은 도입이지 해결이 아닙니다. 허가 발표로 문제가 일단락되었다는 인상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그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지금까지 짚은 원칙과 요구사항- 비례성 있는 안전관리, 정부가 책임지는 응급연계, 위험에 비례한 처방·이용 절차, 허가 상한에 갇히지 않는 진료, 감당 가능한 급여-는 이 유산유도제 도입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 🎤서은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의약품정책부, 약사) :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왜 원내조제가 필요한지, 왜 2년인지, 무엇이 확인되면 원외조제로 전환할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판단의 이유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구적 조치로 되려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약국조제와 자택복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왜 기존 의약분업체계 안의 약사 조제로 안전성을 관리할 수 없는지도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비급여 상태에서 생길 경제적 장벽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함께 밝혀야 합니다.
- 🎤김주희 (간호사 페미니스트 '널싱 페미', 전 신생아실 간호사) : 신생아실에서 가장 작고 취약한 생명들을 품에 안았던 간호사로서, 저는 단언합니다.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하고 처벌하려 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임신중지는 도덕적 비난이나 행정적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임신중지가 필요한 당사자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적인 보건의료적 권리입니다.
#이주여성 #체류권 #이주민인권
🏠 이주여성에게 허락된 시간
지난 9월, 대구에서 이주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어요.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한국인 자녀의 19살 생일날은 국적 못 딴 엄마가 추방되는 날.'
2006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출신 A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이혼했어요. 양육권은 갖지 못했지만, 15년 동안 매달 아들을 만나고 용돈과 생필품을 보내며 관계를 이어왔죠. 그런데 올해 6월, 아들이 만 19살이 되자 출입국 당국은 A씨에게 한 달 안에 한국을 떠나라고 통보했어요.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 허용되는 체류자격의 기준을 더는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어요. A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또 다른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씨는 한국인 남편과 사별한 뒤 한국 국적의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아들이 성인이 되는 3년 뒤에도 한국에 머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에요.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이 배우자와의 혼인관계나 자녀의 양육 여부에 크게 기대고 있어요.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비슷한 위기에 놓인 이주여성이 전국적으로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이주여성에게 한국은 언제까지 배우자나 자녀를 통해서만 머물 수 있는 곳이어야 할까요?
- 🎤마리아 (가명, 30대) : “필리핀은 어릴 적 지낸 곳이에요. 여기, 한국에서 일했고, 결혼했고, 아들도 낳았어요. 그리고 아들이 여기에 있어요. 다니는 교회도 여기에 있고요. 친구들도 여기에 다 있어요. 다시 결혼한다면 비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제 결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 🎤고명숙 (이주와가치 소장) : “결혼이주여성은 가정폭력을 비롯해,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혼인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쉽게 체류 자격을 잃게 된다. 특히 자녀 양육을 근거로 체류하던 여성이 자녀가 성년이 되면 현재는 대체로 출국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혼 등 문제를 겪는 이주여성 입장에서는 육아와 병행하며 일을 해야 하고, 대체로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한다. 이때 사회통합프로그램 참여하는 것이나 일정 소득 수준을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응우옌 (가명, 43세) : “너무 절망했습니다. 아이는 한국인인데, 저는 매번 체류 기한을 연장했죠. 매번 연장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조차 할 수 없으니, 억울하고 절망적입니다.”
#동성혼 #혼인평등 #가족구성권
💍결혼식과 혼인신고 사이
지난 10월 초, 한 동성 커플이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약속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그 앞날을 축복하는 자리였어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결혼식과 다르지 않았지요. 그런데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려도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2024년 7월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중요한 변화였지만, 동성혼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된 건 아니에요. 동성 커플은 여전히 법률상 배우자에게 주어지는 여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가족과 동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부가 아닌 두 사람. 이번 결혼식은 일상에서 이미 존재하는 가족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법 사이의 거리를 생경히 느끼며,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나눈 결혼식 축사를 함께 나누어요.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혼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혼보다 더 깊은 결합은 없다. 결혼은 사랑과 신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숭고한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으로 하나가 되면서 두 사람은 이전의 각자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외로움 속에 살도록 내버려지지 않는 것, 인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인 결혼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을 요청한다.” 이 판결의 메시지는, 누구를 사랑하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품고 서로의 곁을 지키겠다는 사랑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늘 두 사람을 보면서 이 문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두 사람의 결혼은 어떤 점에서는 분명 ‘특별한’ 결혼입니다. 하지만 결혼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결혼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함께 살아가겠다고 약속하는 결혼이기 때문입니다.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아직 세상은 두 사람의 삶을 온전히 지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 두 사람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오늘 여기 계신 가족, 친지, 직장동료, 지인, 친구분들이 두 사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여러분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든든한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계십니다.”
-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 “그렇기에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요구된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과 혐오가 해소되고, 차별금지법, 동성혼 법제화, 트랜스젠더 성별인정법 등 성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법과 제도가 충분히 마련될 때 더 많은 커밍아웃이 가능하다. 커밍아웃의 날이라는 단 하루를 넘어, 모두가 매일을 나로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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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코멘트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살아온 곳에서 계속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되는 일.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에요. 우리가 가족을 이루고 관계를 맺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 그 관계가 변화를 맞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해진 가족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삶과 관계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뒷받침되기를 바라요. 사회가 달라진다는 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미프진 도입 추진도, 동성 커플이 주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 거예요. 가을은 무언가를 거두는 계절이지만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오랫동안 쌓아온 목소리들이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 변화가 다시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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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레터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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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두 존재를 얽히고설키게 해서 축적된 지혜, 이야기, 원천, 유산, 삶을 활용하는 방식, 친구, 고향 들을 공동의 것으로 만든다. 사랑은 결합과 가능성을 확대한다. 사랑은 하나된 우리 안에 우리가 있는지 짐작조차 못 했던 문을 연다. 사랑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우리 발밑에 내려놓는다.
<사랑을 재발명하라>, 모나 숄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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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hello@moredaz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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