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태인 훈련병 어머니의 법정 최후 진술 전문
여기까지 재판을 위해 애써주신 판사님,
저희는 대한민국에서 국방의 의무를 위해 학업과 모든 삶을 중단하고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 입대해서 12일 만에 사망한, 우주와도 바꿀수 없는, 마흔과 마흔세살에 얻은 아들 고 박태인의 엄마, 아빠 입니다.
아까 법정에서 태인이가 완전군장을 하고 힘겹게 연병장을 뛰고 있는 증거 CCTV 영상을 재생할 때 그것이 태인이의 마지막 모습인 걸 알면서도 태인이가 살아있는 모습을 봐서 반갑고 좋다가, 또 한편으론 그 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태인이의 부모와 형제 역시 태인이와 함께 생매장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삶을 삽니다. 정신적, 사회적으로 죽어가는 부모 된 저희와 우리 태인이를 적어도 법은, 대한민국의 법은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두 번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이 법정에서 보여주십시오.
훈계로 지도해도 되는 단 한번의 대화였습니다. 입대한 지 10일 밖에 안된, 상관의 명령에 복종만 할 수 있었던 훈련병 태인이를 이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킬 권위를 대체 누가, 어떻게 가질 수 있단 있단 말입니까?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권위가 훈련병들의 인권과 생명을 유린해도 될 만큼 크고 위대하단 말입니까?
피고석에 선 저 사람들은 저희에게 지금까지 법정에서 눈길 한번 목례 한번 한 적 없는 사람들입니다. 태인이가 쓰러지고 담당 의사로부터 회생 불가의 판정을 받은 후 병원 앞 카페에서 만났던 중대장은 혹시나 싶어 물어봤던 규정을 위반한 가혹한 일을 한 적은 없었냐는 제 질문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 뿐입니까. 태인이가 탔던 엠블런스에도 탑승해서 병원 의사에게 본능적인 거짓말을 한 탓에 초진차트에 ‘야외활동 중 쓰러짐’이라 적혀 초동 대처에 혼란을 준, 사실상의 심각한 살인 행위를 저지른 이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입니까?
판사님. 태인이 한사람만 죽은 게 아닙니다.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성 심근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과 팔다리를 잘라내는 숨막히는 이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십시오.
군대의 상관이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군법을 무시하면서 아군 병사를 죽인 이적행위를 엄벌해주십시오. 망나니들에 의해 자식의 생명이 보장되지 않은 군대에 자식을 보내야하는 불안한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1년이라는 세월의 가치를, 한 청년의 삶과 그 꿈과 미래를, 한 가정을 단 50여 분만에 짓밟아버린 저들의 포악함을 숙고해주시기를 간곡하고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