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지하의 OO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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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행운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언니단원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여름을 맞아 ⭐행운의 편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시원한 곳을 찾아 휴가 계획🕶️을
세운 분들이 많을 거예요.
요즘은 SNS를 통해서
독서활동을 공유하는 것이
글로벌 Z세대의 트렌드라는데요,
특히 틱톡 플랫폼 내
#북톡(BookTok) 챌린지의 영향으로
종이책 읽기 유행이 퍼지면서
2023년에는 영국에서만 6억 6,900만권의
책이 팔렸다고 해요.
‘독서는 너무 섹시해(Reading is so sexy)!’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이런 기사 제목으로 Z세대의
새로운 취미이자 휴식인 독서를
소개하기도 했답니다.
여러분도 휴식 겸 읽기의 즐거움에
빠질 준비, 되셨나요?
이번 달에 소개할 언니,
아니 ⭐이달의 존재⭐는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등을 쓴
이반지하 작가입니다.
왜 존재냐고요?
이반지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세상엔 '언니'라는 호칭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는 존재도 있는 법이다.
예를 들면 여자도 남자도 아닌 논바이너리 같은 것."
앞으로 3주간 『이반지하의 OO 침투』
사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잠깐 퀴즈!😎
OO은 뭘까요?
이반지하 작가는 OO을 주제로
삶의 아픔과 웃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님의 뜨거운 여름에 침투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이반지하 작가의 이야기, 함께 읽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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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
가부장제와 퀴어성, 젠더와 매체의 경계를 가지고 놀며 작업하는 다매체 예술가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겨우 졸업했다. 2004년부터 퀴어적 존재이자 현대미술가로서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오가며 꾸준히 작업 해왔다. 특유의 ‘생존자 유머’를 구사하며 기존의 질서 위에 아무렇지 않게 퀴어적 공간을 창조해내는 작업들을 통해 독자적인 퀴어미학을 발전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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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에서 | 나쁜 성소수 되기
2024년 4월 26일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단 소식을 들었다. 12년 만이라고 했다. 입이 썼다.
2011년 겨울, 성소수 애들이 며칠 동안 점거농성을 해서 얻어낸 조례였지만 폐지는 너무나 쉽게, 소문도 크게 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넘들 입장에서 감히 한국 청소년에게 성적 취향이 있다거나 그들이 임신, 출산을 하고도 학교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너무 윗분들의 권한을 옥죄는 듯 여겨진 모양이다. 애초부터 조국 상황에 걸맞지 않은 너무 진일보한 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폐지되기까지 12년을 버텨준 덕에 어떤 목숨들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이 땅에서 청소년이 인간으로 살아남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시작은 훨씬 더 전이었지만, 작년부터 유난히 화제가 된 장애인 일당들이 있었다. 지하철을 타는 일반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하는 ‘나쁜 장애인’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이 경찰분들과 동료시민분들께 핍박받는 모습을 자주 찾아보곤 했다. 나쁜 장애인 우두머리와 한 유명 정치인의 대면 토론을 실시간으로 고통스럽게 지켜보기도 했다. 그만 보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는데, 눈과 귀에 배부르게 쌓인 모욕이 역방향으로 터져나올 것 같을 때까지 꾸역꾸역 그 모습을 보고 또 보고 말았다.
정치인은 일반시민의 안녕을 방해하는 나쁜 장애인들의 우두머리를 거침없이 몰아세웠다. 휠체어를 탄 우두머리는 일반 의자에 앉은 정치인보다 낮은 높이에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의 비리디 비린 말들이 우수수― 한번도 사정권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히 그의 면전에 내리꽂혔다. 말 하나를 겨우 소화시키기도 전에 다음 비린 말들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으므로, 방송을 보던 나는 어떤 말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명치를 얻어맞으며 상온에 오래 방치된 개불을 억지로 삼켜내는 듯한 감각만이 기억처럼 몸에 남았다. 하지만 나쁜 장애인 우두머리는 한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정치인의 매서운 담금질에도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평소에 얼마나 좋은 걸 먹고 다니길래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나쁜 장애인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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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성소수들은 아직 착한 편인 것 같다. 성소수들은 아직 사랑이라는 종교를 믿는, 다만 문란한 옷을 일년에 하루 이틀 정도 공개적으로 입거나 벗어서 문제가 되는 애들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넘들이 알아볼 수도 없기 때문에 5월에서 7월 사이(매년 이때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조금 겁이 나실 수도 있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다행히 많은 성소수들이 이때 잠깐 행복하다가 급격히 원래대로 불행해지기 때문이다)에만 바짝 사회적으로 제어하면 관리가 되는 듯도 하다. 물론 사시사철 성소수들이 엄청 나쁘다, 악마다 말하는 종교인들도 있긴 하지만, 사실 부자나 빨갱이를 고발할 수 없게 된 시대에 새로운 아이템을 찾은 것에 가까워 보인다.
2011년 12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서울시의회 로비를 성소수들이 점거했을 때, 나는 이제 얘네가 진짜 나빠질라구 한다고 생각했다. ‘무단 점거’ 같은 과격한 행동 방식을 ‘성소수’의 이름으로 택했다는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때 성소수보다 나쁜 짓에 관록이 깊은 나쁜 장애인들이 점거 농성이 처음인 성소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그 당시의 나는 뭘 하고 있었더라. 일단 나는 불편한 잠자리나 시위 같은 걸 기피하는, 평생 치사스러운 예술가였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만 하고 있다가 결과가 발표되는 날 특별 공연에 참석했다.
행사 장소에 기타와 의상, 소품들을 가지고 도착하자 넓지 않은 로비에 진을 치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이것저것 어설픈 구호들이 붙은 얼어붙을 듯 차가운 벽 아래에는 그만큼이나 차가울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두꺼운 옷을 둘둘 껴입은 꾀죄죄한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다. 어제도 그제도 봤음직한, 이 바닥에서 툭하면 보게 되는, 그렇고 그런 얼굴들이었다.
나는 1층 화장실에서 공연 의상을 갈아입었다. 12월의 한복판, 정말 추운 밤이었다. 하지만 한여름용 레몬색 민소매 블라우스를 무대 의상으로 골랐다. 맨정신이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옷이었겠지만, ‘이반지하’라는 인물은 이런 한파에, 이런 옷을 입고 공연을 할 거란 생각이 있었다. 예술가로 사는 시간보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사는 시간이 훨씬 긴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무대에 오르기 전 내가 '예술가 이반지하’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도 납득시켜야 했다. 변기에 앉아 악보에 적힌 노래 가사를 한번 더 확인했다. 반주 음원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알바한 시간만큼 굳어 있는 손가락을 기타 줄에 올려 공연 중에 연주할 코드들을 빠르게 뚜루뚜루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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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건물 위층 어딘가에서 진행된 윗분들의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비의 모두가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로비에서 문화제가 시작될 예정이니 공연 준비를 하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나는 겉에 두르듯이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한쪽에 모셔놓고, 로비 현관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이때 알게 된 나쁜 성소수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말이 많다는 것이 가장 악독한 부분이었다. 점거 농성 후 빛나는 성과를 맞이한 나쁜 성소수 우두머리들은 번갈아 마이크를 쥐고 존나, 존나 길게 좋은 말을 이어갔다. 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자리에 공연 하나쯤 있어야지, 라는 생각만 할 줄 알았지 공연자를 인간 같은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닭살이 오르던 팔은 점점 무감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사각 팬티 밑으로 뻗어나온 다리는 성능 좋은 바이브레이터처럼 쉬지 않고 덜덜거렸다. 끝없이 옳고 바른 말들이 이어지는 광경을 현관 근처에서 함께 보고 있던 내 주변 애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와 발언자를 번갈아 보고 있었지만, 승리에 도취된 나쁜 성소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가 하고 싶은 말들을 실컷 쏟아내길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무대에서 내 신체가 가진 인간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몸이 아주 안 좋을 때에도 일단 무대에 서면 어느정도는 쓰러져가는 육체를 정신력으로 이끌어갈 수가 있는 나였다. 무대 자아라는 것은 그렇게 항상 불가사의한 구석이 있었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극도로 각성된 몸 위로 극심한 피로가 쏟아지지만, 무대 위에서는 피가 날 정도로 어딘가를 다쳐도 아프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날도 공연과 무대의 열기가 나를 살려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에 장시간 노출된 몸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관객과 단차 하나 없이 앰프 하나만 덜렁 던져진 건물 로비 무대일지라도, ‘공연’이라는 상황에선 항상 신체가 특수한 에너지를 생산해 내주었건만, 그날은 전신의 감각신경세포가 돌연 전면 파업에 들어간 듯했다. 소리를 내야할 성대의 근육도, 버릇처럼 움직여줘야 할 기타 줄 위의 손가락도 뻣뻣이 굳어 원하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공연을 하랍시고 던져준 앰프도 매우 존나 구렸지만, 무대에 오른 이상 어거지로라도 이 공연을 마쳐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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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7월 26일 출간될
✨『이반지하의 OO 침투』✨에서
전문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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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일 웃긴 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 유니버스로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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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인권선생님 계세요~?
네, 지금 출타 중이셔서요,
저녁엔 안 들어오실 것 같고요,
올해 안에도 어려울 것 같아요”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정상사회의 탈주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뒤집는 유머를 선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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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 어떻게 읽으셨나요?
엄동설한을 뚫고 서울시의회에 침투😎한
이반지하 작가는 어떻게
'나쁜 성소수의 길'을 걸었을까요?
오늘 편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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