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밑업레터 주제로 ‘다양성’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바로 전 직장 상사였던 큼홍이었어요. 큼홍은 에어비앤비에 입사하기 전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싱가포르의 지명직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인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경력이 있어요. 싱가포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오래된 법이 남아있는데, 큼홍은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죠. 그 후 에어비앤비에 입사해서 10년간 일하며 에어비앤비 아태지역과 중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다양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어요. 무엇보다 직접 같이 일했던 동료이자 상사로서 큼홍은 직급상으로 아태지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음에도 다양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사내의 소수자들을 지원해주는 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마침 여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큼홍과 이번 밑업레터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다양성이 이 시대의 비즈니스에 왜 꼭 필요한지, 큼홍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배경이나 경력만 보면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는 거리가 먼 주류의 삶을 살아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중국계 이성애자 남자로서 싱가포르의 특권을 대표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대우하고 때로는 학대하는지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변호사가 되어서 동성애자 권리를 위해 일하고, 지명직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동성애 합법을 위해 시민들의 청원서를 모아 국회에 제출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고, 싱가포르에서 동성애 권리를 지지하는 최초의 이성애자 동맹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 에어비앤비에서도 사내의 다양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잖아요.
👨🏻🦲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면서 다양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에어비앤비의 미션은 “사람들이 어디에서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Belong Anywhere)”이잖아요. 성별이나 인종, 성적 지향, 종교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회사의 미션이라면 바깥에서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런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죠.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거예요. 직원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다양성이 충분히 포용 되고 소속감을 느끼게 만드는 건 제가 해야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속해서 상당한 에너지를 투자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실제로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문헌들을 발견했어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그 자체로도 옳은 일이지만 실제 비즈니스에도 더 좋다는 것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죠.
👩🏻🦰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옳은 일이지만, 실제 비즈니스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고무적이네요.
👨🏻🦲 단지 추측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가 실제로 다양성이 있는 조직이 우수한 결과를 낸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한 예로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한 이사회를 보유한 S&P500 기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성이 부족한 S&P500 기업을 능가했다는 것이 밝혀졌죠.
다양성이 더 좋은 성과를 불러오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 의사 결정 방식을 개선하기 때문이에요. 토론에 더 다양한 참가자들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으로 사안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고,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논의할 때 검토가 필요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한 번 생각해봐요.
👩🏻🦰 에어비앤비에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직원들과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할 때 그런 부분들을 특히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결론을 내었던 것들이 아시아에서는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생소한 것이었던 적이 있죠. 의사결정 이외에 다양성은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 다른 다양한 이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조직에서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것은 임직원 개개인이 조직에 소속감을 더 크게 높일 수 있게 도와줘요. 자신이 속한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는 직원은 업무에 온전히 몰입할 가능성이 높고, 더 창의적이고 더 생산적이 되죠. 단순히 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동기가 더 강하고 조직의 성공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것 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선교사는 항상 용병을 이긴다.'라는 말이 있어요. 선교사는 지켜야 할 미션이 있고, 그 미션과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에 때로는 불가능 한 일을 해내지만 용병은 딱 자기가 해야 할 만큼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죠. 다양성이 부족한 조직에서 개인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 이쯤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양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다양성이라고 하면 인종, 성별, 나이 같은 것들을 떠올리는데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할 때 어떤 것들을 생각해보면 좋을까요?
👨🏻🦲 우리가 다양성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직에서 다양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다양한 생각과 관점’ 그리고 ‘직원들의 소속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것들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무엇이든 다양성에 이바지한다고 볼 수 있겠죠. 중요한 건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지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고 알맞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죠. 나이나 성별, 출신 지역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결혼 여부나 자녀의 유무, 교육 배경, 전 직장 경험과 같은 것들 또한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죠. 다양성에 있어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모여있더라도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도 동질적인 사회이고 위계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다양성을 추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조직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아무래도 조직의 리더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과 가치, 이점을 진심으로 믿은 후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변화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때 정말 중요한 건 리더가 진심으로 다양성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데에 있어요. 에어비앤비의 미션이 임직원에게 강력하게 작동했던 이유도 창업자들이 이러한 미션을 진심으로 믿고 미션을 실행하는 것을 주도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리 대표나 최고위 임원이 다양성의 중요성을 굳게 믿고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해도 단순히 한 사람의 힘만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해요. 변화를 위해서는 약속을 제도화해야 해요. 명시적이고 반복적으로 약속을 명시하고, 정책과 프로세스를 통해 약속을 제도화하고, 행동을 통해 직접 실행하는 것을 보여줄 때 진정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죠.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길고 힘든 길이지만,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죠.
리더십으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는 탑-다운 방식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직원들로부터 변화가 만들어지는 바텀-업 방식의 변화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형식의 업무 방식만 하더라도 밀레니얼, 젠지 세대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많은 회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되어버렸죠. 다양성도 마찬가지라도 생각됩니다. 조직문화는 젊은 세대가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에, 뛰어난 인재를 다른 조직에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는 필수적입니다.
👩🏻🦰 에어비앤비 대표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의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의도를 제도화 시켜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던 게 떠오르는데요. 다양성을 위해 의도를 제도화 시킨 예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기술직에서 여성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고용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죠. 여성은 일반적으로 기술 관련 직군에서 적게 나타납니다. 장기적으로는 STEM 교육(과학, 기술, 공학, 수학 관련 교육) 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하겠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기업이 여성 채용을 위한 고용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채용 전에 자격을 갖춘 여성 지원자 리스트를 검토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통해 더 큰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 역시 채용 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지원자들을 검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런 점들이 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 다양성이 실제로 작용하는 예를 보는 것도 다양성이라는 문화를 장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 맞아요.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나 자신도 그런 예시가 되었던 것 같은데요. 에어비앤비를 떠날 때 몇몇 직원들이 아시아에서 고용된 아시아 사람이 미국 기술회사의 최고 리더십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고,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이야기해줬어요. 아마 그 직원들은 능력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Airbnb 안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기에 자신들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동기부여를 받았을 거예요.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점점 더 필수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을 운영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복잡한 세상에서 그에 합당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에 열려있어야 해요. 다양성은 복잡한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거죠.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비즈니스를 이끌며 한국이야말로 그 어떤 나라보다 변화에 열려있고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직문화에서도 한국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