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7. 2024.05.03. ~ 2024.05.09.

5·18 성폭력,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다 🙌
"아동 간 성범죄, 공교육의 실패"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5·18 성폭력,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다 🙌

오늘은 조금 길고 무거운 주제로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달 5일 발송한 레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여성을 상대로 수많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그 이후의 이야기를 플랫이 단독 취재했습니다. 📝📣

지난 4월 28일, 광주시 북구 전남대 김남주기념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주최로 간담회가 열렸어요. 이 간담회는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들이 1980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앞서 위원회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시위·연행·구금·조사 등 과정에서 일부 계엄군이 자행한 강제추행, 강간, 성고문 등 피해 주장 사건 52건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 중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건 외에 19건이 파악됐고, 지난해 12월 총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죠. 이 결정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조사의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 과거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 실상을 규명한 게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때까지 숫자로만 존재했습니다. 1번 피해자, 24번 피해자, 181번 피해자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일부가 먼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위원회에 요청했고, 오랫동안 숫자 뒤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이 만나서 마침내 손을 잡게 됐죠. 이 만남은 의미하는 바가 큰데요, 우선 ✨ 숨어서 고립돼있던 성폭력 생존자가 함께 세상에 나와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입니다. 1980년, 스물한 살 버스안내양으로 일하던 이미영씨(가명) 얘기를 볼까요.

그날, 공수부대원들이 버스에 타더니 사람들을 구타했습니다. 버스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흘렀죠. 이들은 이씨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저수지까지 끌고 가 강간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이후 버스 회사에서는 '이미지가 추락한다'며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이씨는 평생 두통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고, 수차례 자살 시도도 했습니다. 그는 피해를 당할 때 눈을 감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어요. "눈을 감는 순간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눈을 감으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자기가 힘들었습니다.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크나큰 고통을 남깁니다. 이들이 제대로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죠. 그런데 1980년대의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은 피해자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오랫동안 가족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2019년 아들이 직업 군인이 되었는데, 이씨는 사정도 말하지 않고 통곡하며 말렸습니다. 아들은 엄마가 왜 군인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집에 잘 오지 않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씨는 문방구에서 파는 '눈깔사탕'을 가져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44년은 제게 불리했고 지옥이었거든요. 앞으로는 이 사탕처럼 달콤하게 살고 싶어요. 다른 건 모르겠고 아주 반갑다는 거 하나하고요, 우리 열심히 끝까지 가자는 거요."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의의는 ✨ '목소리의 연대'가 큰 결과를 낳았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그것도 무려 40여년 전의 성폭력 사건을 이제 와서 증명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하나하나 쌓인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명의 이야기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그날들의 장소와 상황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위원회에서 조사를 맡은 윤경회 팀장은 "19명이 증언했기 때문에 한 사람의 피해가 다른 사람의 피해 사실을 견인했고,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며 "국가 폭력 사건에서 성폭력의 유형이 드러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피해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조모임을 만들자고 논의한 상황입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플랫 역시 오늘 1회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 이들의 목소리가 멀리까지 가 닿을 수 있도록, 입주자 여러분도 함께 연대하고 응원해주세요. 🙏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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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아동 간 성범죄, 공교육의 실패"

📢 최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아동 간 성범죄 사건이 도마에 오르며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졌습니다. 이런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아동 성교육이 필요한데,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 때문에 사설 업체에서 2시간에 25만원이나 하는 비싼 수강료를 내고 아동 성교육을 듣게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 이는 결국 형식적으로만 이뤄진 학교 성교육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초·중·고교에서 성교육은 연간 15시간 수강 의무이지만, 교사의 의지가 없으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교사와 학교 입장에선 보수단체의 반대 민원 등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초보적인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사교육 업체로 사람들이 몰릴 경우, '성교육도 빈부격차가 생긴다'는 우려도 큽니다.

EPA연합뉴스

🗞️ 여성들이 살해됐다, 나흘에 1명씩

🦋 최근 여성 살해가 잇따라 발생한 호주에서 전국적으로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각지에서 이어진 여성 폭력 규탄 집회는 28일 수도 캔버라로 이어졌죠.

🦋 시드니에선 지난달 대형 쇼핑센터에서 흉기난동이 벌어졌는데요, 여성 5명이 사망하며 시민들의 공분이 커졌습니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단체 '디스트로이 더 조인트'에 따르면 올해만 27명이 넘는 여성이 파트너 등 친밀한 남성의 폭력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여성 살해와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인데, 호주 정부는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고]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 "이 책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사진을 굳이 보기 좋게 찍고, 편집하고 보정하며, 그중에서 잘 나온 것을 골라 SNS에 올리는가?"

💬 입주자 여러분, 혹시 이런 생각해보셨어요? 누구나 SNS에 자신의 일상을 시시각각 올리는 시대,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과하리만큼 유난스럽게" 찍어 올리는 인스타용 '셀카'가 기이하다는 생각이요. 😐 이들은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시시때때로 셀카를 촬영하고, 일반적인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식당이나 호텔에서 인증샷을 남기잖아요. 그렇게 인지도를 쌓아 수익을 얻고, 과시욕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질타받기도 합니다.

💬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이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 '나'를 찍는 여자들은 정말 나르시시스트일까? 📚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이런 의문과 생각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셀카 찍는 여자들'에 대한 일종의 탐구서인데요, 저자 황의진은 인류학 연구자답게 논문과 같은 형식으로 사안을 파고들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또래 여성을 인터뷰해서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 저 역시 저자처럼 '젊은 여성임에도 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고, 오히려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책의 첫장을 펴자마자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 특히 재미있던 부분은 '예쁜 나를 전시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구 그 너머를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입니다. 세간의 편견은 젊은 여성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정작 저자가 만난 이들은 다릅니다. 그 사진들을 분명히 '내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어요.

💬 저자는 촬영, 보정, 전시의 모든 과정을 본인 관점에서 정리하고 선별하는 이 사진들을 '자기사진'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리고 자기사진을 찍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끈질기게 묻고 듣죠. 이들이 '좋아서 찍는 사진' 속에 깊이 녹아 있는 건 어떤 감정과 생각이었을까요. 자기사진 찍기는 개인적인 행위인데, 기술 발전이라는 거시적 배경이 맞닿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까요. SNS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내 사진이 공유된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책입니다.

반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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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 소개와 이벤트는 출판사 반비로부터 소정의 금액을 받고 진행했습니다.

📝 To. Flat 💞

👤 성인 페스티벌 내용 너무 좋았어요! 핵심을 콕콕 짚어준 것 같아요

👤 여성을 대상화하고 신체 착취하는 산업(이라고 부르기도 싫지만)을 남성의 본능 때문에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행태가 너무 싫었는데 제가 말로 잘 표현 못하는 부분을 명확히 짚어 주셔서 좋았어요. 일본에서도 떳떳하지 못할 행사를 굳이 외국(한국)에서까지 해야 할 필요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AV배우가 일본에서는 유튜브도 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녀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보수적인 성문화가 가볍게 바뀌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들(임신, 미성년자 성관계 등 여자만 고통받을 게 뻔한..)이 많이 발생하겠죠. 그런 것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남성 정치인들과 플레이조커 대표의 발언이 통탄스럽습니다.

👤 AV페스티벌 글에서... '여성단체'라고만 짚으신 점에 대해 궁금점을 남깁니다. 원외정당이지만 여성의당에서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해 팔로우하고 목소리 높이고 있음에도 왜 심지어는 다른 여성단체들마저 이 사건을 거론할 때마다 열심히 노력하는 여성의당의 이름을 지우고 그들의 업적을 무시해버리는지 궁금합니다. 플랫에서도 '여성단체'라는 워딩을 사용하셨다면 같은 의도이신지도 궁금합니다.

📬 From. Flat 🌺

지난주 레터에서 다뤘던 '성인 페스티벌' 이슈가 입주자 여러분의 마음에 와닿았나 봅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 내용과 관련해 의견을 남겨 주셨어요. 🙂

개인적으로도 큰 분노와 갑갑함을 갖고 레터에 썼던 터라, 피드백이 많이 오니 공감받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역시나 레터의 가장 좋은 점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한다는 것이겠죠.

의견 중에 성인 페스티벌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여성의당에 대해 왜 다루지 않았느냐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성의당이 처음부터 앞장서서 이번 이슈에 대해 소리높였다는 점은 잘 알고 있어요. 분량 등의 문제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계속 입장을 밝혀 온 당 입장에서는 갑갑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까지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쓰도록 할게요.

항상 꼼꼼히 봐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