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크도감은 시간에 쫓겨 ‘테라조’하면 석재 테라조, 테라조 타일만 반복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를 위한 아카이브이다. 꼬박 만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재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며 축적한, 그동안 모은 소재에 대한 뒷이야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재를 찾고 싶지만, 이미 알고 있는 소재, 지난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소재를 발주해야 하는 바쁜 디자이너분들이 콩크도감을 통해 필요한 소재를 부담 없이 발견해, 디자인할 수 있는 재료를 든든하게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나도 모르는 새에 수북이 쌓인 저금통 안의 동전처럼, 콩크 도감이 소재 스터디와 리서치를 하는 이들을 위한 믿는 구석,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감을 시작한다. 
콩크가 2019년 5월의 문을 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뚜렷한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소재가 테라조이다. 테라조는 콩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한참 유행했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테라조 유행은 이제 끝물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테라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자가발전을 거듭했다. 처음엔 도끼다시에 있는 규사, 자잘한 골재의 컬러가 알록달록해진 것만으로 비주얼 환기가 됐었는데, 조금 지나니 베이스 컬러가 변하고, 나중에는 골재의 종류가 꼭 돌에 한정되지 않았다. 재활용 플라스틱, 레고, 맥주병에서 나온 유리, 목재, 알루미늄 등 디자인은 스스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것을 몰고 왔다. 
색감 가득한 테라조의 세계
19년 7월, 콩크의 두 번째 기획전 테마는 테라조였다. 에폭시 테라조는 콩크의 초창기를 함께 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서정적인 색감의 테라조를 어디서 시공할지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어딘가에서 레퍼런스는 봤지만, 알음알음 업체에 연락해 시공하는 모양새였다. 국내 업체의 에폭시 테라조가 입고되고, 얼마 후 신사동 애플스토어 바닥에 시공된 수입 에폭시 테라조 샘플이 들어왔다. 미국 브랜드인 테록시(TERROXY)는 베이스 컬러와 골재의 색감이 국내의 것보다 더 선명하고 강했다. 국내와 해외 브랜드의 색채가 각자 선명해 취향이나 프로젝트의 결에 따라 선택이 갈렸다.
르 코르뷔지에의 테라조 샘플북도 있었는데, 만듦새와 소재가 아름다워 단종이 되어도 버리지 못했다. 베이스 컬러가 무채색인 제법 수수한 테라조인데, 골재의 톤 조합이 차분해서 자꾸 돌아보게 된다. 당시 국내 브랜드의 필름에서 테라조 필름이 출시됐는데, 이걸 누가 사용하냐고 출시를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 말이 많아 마음 고생을 했다는 디자이너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말들이 무색하게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테라조는 트렌디라는 키워드를 떼고 스테디가 되었다. 
플라스틱, 유리로 범위가 넓어진 골재
테라조는 베이스 컬러와 골재로 구성된다. 시간이 지나자, 골재는 꼭 자갈, 규사와 같은 스톤에 한정되지 않았다. 골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제 분쇄한 플라스틱 칩이나 맥주병, 사이다병 같은 일상 속 재활용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테라조는 브랜드 스토리에 친환경 키워드가 필요한 VMD 분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브랜드에서 직접 수거한 제품 용기를 이용해 재활용 플라스틱 칩을 만들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의 비하인드가 될 수도 있다. 당시 kg 단위로 발주되는 플라스틱 스크랩이 주목받았다.
보통 폐기물을 사용해 만든 소재는 가격이 일반 소재보다 저렴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폐기물을 수거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하고 분류해 재활용하는 작업에 품이 많이 든다. 초기에는 재활용 소재인데 단가가 왜 이렇냐는 피드백을 곧잘 들었다. 재활용 유리가 골재로 사용된 테라조 베트라조(Vetrazzo)도 색감이 화려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감히 넘볼 수 없는 가격이라 쓸 수 있는 현장은 한정적이었다. 
이런 많은 테라조 중 제일 좋아하는 테라조를 묻는다면,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아무것도 없는 도끼다시가 제일 좋다. 18년 처음 콩크의 사무실을 보고 계약했을 때, 반듯한 형태의 건물과 비교적 높은 천장고, 바닥의 도끼다시가 마음에 들었다. 900 x 900 정도로 널찍한 간격과 소재 사이에 들어간 신주 분리대의 앤틱함도 정이 가는 요소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복도에서 자주 봐서 익숙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테라조의 클래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상상하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골재
아예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미 익숙한 데 약간의 변형이 있는 것은 신선하다고 느껴지고, 이는 곧잘 호감으로 이어진다. 테라조가 이런 비틀기를 하기에 적격인 소재이다. 베이스 컬러와 골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두 조합을 바꾸면 무한대의 결과물이 나온다. 자주 보이면 금세 질려하는 디자인의 세계에서 테라조는 사랑받는 운을 타고났다. 이를테면 금속 패널같이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강렬하고, 변형이 어려운 소재는 짧은 시간에 주목받지만 금방 잊힌다. 
이제 테라조의 룩은 디자이너의 상상대로 변했다. UHPC에 분쇄한 대리석을 골재로 사용하고, 동그란 자갈을 넣어 골재의 모양이 그대로 보이게 하거나, 커다란 석재를 골재로 사용한 테라조를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어렸을 때 쓰던 장난감이 들어간 테라조도 가능하다. 장안의 화제였던 레고 테라조! 시공 팀의 팀장님이 직접 쓰던 레고블럭을 현장에 들고 가서 시공했던 샘플이었는데, 다른 골재와는 근본이 다른, 누가 봐도 레고인 재밌는 단면이 많은 디자이너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영국발 우든 테라조(Foresso)도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소재이다. 코펜하겐에서 실제로 보고 반해 들여왔던 포레소는 문의가 상당했었다. 콩크를 방문한 많은 디자이너가 대부분 ‘스톤’, ‘플라스틱’을 골재로 사용한 테라조가 익숙했는데, 우드칩이 들어간 테라조의 룩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이미 아는 것 비틀기' 전략이 제대로 통한 사례이다. 우든 테라조는 모두가 한 번씩은 현장에 써보고 싶은 그림 속의 소재가 되었다. 
코펜하겐 페어에서 발견했던 스페인 브랜드의 테라조(Huguet Mallorca)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받았던 샘플이었는데, 국내 타임 매장에서 직구로 발주해서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담당자와 이야기할 때, 서울에 시공한 사례가 있다며 보여줬었다. 새로운 비주얼을 찾아 해외에서 소재를 제작해 들여오는 눈 밝은 디자이너분들 새삼 대단하다. 이 업체는 테라조로 만들 수 있는 결과물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골재도 큼직한 시멘트 타일을 깬 듯한 비주얼, 동그란 자갈, 마블링 같은 마감 등 시도할 법한 요소들이 많다.
그리고 최근! 성수 비이커 매장에 시공된 알루미늄 테라조는 테라조의 가장 진보된 버전이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기호 모양으로 재단된 금속을 골재로 사용했다. 골재를 직접 디자인한 것은 커스텀 테라조의 마지막 진화까지 온 것이 아닐까? 앞으로의 테라조는 코르크, 식물 줄기, 찻잎, 남은 패브릭 등 친환경 키워드와 연관된 골재가 계속 출연할 것 같다. 사진은 스페인의 테라조 업체에서 해초를 넣어 제작한 테라조 샘플이다. 지금부터 5년 동안은 또 어떤 테라조 소재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콩크에서 소개했던 다양한 테라조 모음
국내 에폭시 테라조 콩크 최초로 등장해 의미 있는 테라조, 세잔이 애정하는 샘플
수입 에폭시 테라조 신사동 애플 매장에 시공된 미국 브랜드 테록시
시멘트 테라조 가구용 상판으로 많이 선택됐던 테라조. 8~9가지의 색상이 익숙하다.
르코르뷔지에 테라조 단종되었는데, 아름다워서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외장용 콘크리트 패널 테라조 아주 거친 유리 재활용 칩이 박혀있는 테라조
재활용 유리 테라조 와인병, 맥주병 등 재활용 유리가 사용된 베트라조
재활용 플라스틱 칩 테라조 친환경 열풍이 불며 뭐라도 친환경이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VMD 분들이 찾는 테라조
축광석 테라조 낮에 빛을 축적했다가 밤에 빛을 뿜는 야광 테라조. 생각만큼 밝진 않다.
레고 테라조 인스타그램에서 난리 났던 그 테라조. 레고 단면이 바닥재에서 보일 때의 짜릿함.
우든 테라조 영국에서 날아온 마성의 우드칩 테라조. 바닥도 시공이 된다고.
스페인 테라조 해외의 아름다운 테라조 현장은 다 이곳에서 했다.
포천석 테라조 해외 레퍼런스 중 비슷한 것이 있어 구현되는지 문의가 많았던 테라조
UHPC 대리석 테라조 대리석을 분쇄해서 넣은 단면이 그대로 노출된 테라조
테라조 타일 타일 형태로 쉽게 시공할 수 있는 간편한 테라조
메탈 테라조 성수 비이커 매장에 시공된 알루미늄 테라조, 테라조의 미래 
새로운 시리즈 콩크 도감, 재밌게 보셨나요?   
과거부터 쓱 올라오면서 정리하려니 조금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부족한 부분이나 궁금한 소재가 있다면 피드백으로 알려주세요. 주신 코멘트 고려해서 다음 에피소드 만들어보겠습니다.
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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