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IMPACT LETTER

2015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사무국에서는 ‘장애란 복합적이면서 다차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획일화된 정의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국가 간에 서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하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국내외 모든 연구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나라마다 문화, 사회, 경제적인 배경이 다르기에 장애에 대한 관점도 다르고 데이터 수집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나라별 장애에 대한 통계와 정의 등을 비교해봄으로써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병수, 미션잇 대표

고용률과 출현율로 보는

장애에 대한 관점의 차이

장애인 고용률이란 전체 장애 인구 중 장애인 취업자 수의 비율이며, 장애 출현율은 전체 인구에서 법적 장애 및 장애 범주에 해당하는 장애인 수(추정치)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나라별 장애인 고용률을 비교할 때 사회 복지 분야 지출이 GDP 대비 30%에 가까운 유럽은 대부분 높은 고용률을 보인다. 한국은 유럽 평균 수준의 수치를 보이며,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장애인 고용률이 높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숫자를 통한 정량적 비교만으로 장애인 고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라별 장애에 대한 기준과 이에 따른 데이터 수집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에 대한 기준이 다른 데 대한 근거는 장애 출현율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데, OECD 평균은 약 15%이며 유럽 대부분 국가는 출현율이 20%를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장애 출현율이 5%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으로 장애를 정의하는 데 비하여, 유럽 대부분 국가는 범주가 훨씬 포괄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일례로 유럽연합의 데이터 조사를 진행한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에서 사용된 장애 출현율과 장애인 고용률 데이터는 WHO에서 2001년 승인한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를 따르고 있다. 이는 각 개인의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상태를 파악할 뿐 아니라 넓은 관점에서 삶의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교육, 여가, 훈련 등에 참여가 가능한지도 파악한다.


아래 데이터에서 흥미로운 두 국가가 있는데, 장애 출현율이 가장 높은 핀란드와 고용률이 현저히 낮은 미국이다. 핀란드에서는 장애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기에 가장 높은 장애 출현율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리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왜 장애인 고용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일까? 각 국가 연구진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2호 <직업> 
통계별 표본 및 출처
EU  15 - 64세 <Employment rate of People with type of disability, sex and age, Eurostat, 2014>, 한국 15 - 64세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한국장애인 고용공단, 2020> , 영국 16 - 64세 <People with Disabilities in Employment, UK Parliament, 2020>, 미국 16 - 64세 <Disability Employment Statistics, U.S. Department of Labor, 2020>
핀란드의 장애 출현율이 유럽 내에서도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높은 장애 출현율은 데이터 수집 방법과 이를 문서화하는 방법, 그리고 장애에 대한 정의 등 복합적인 요소로부터 기인합니다. 핀란드에서 장애에 대한 기준은 “어떤 기능을 하기 위한 능력Ability to Function”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핀란드어로 “토이미타크크Toimintakyky”라고 칭합니다. 장애 여부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스스로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더라도, 이 사람들이 핀란드 내에서 장애 관련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장애와 관련된 서비스와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장애 출현율을 조사한다면 2016년 기준으로 7% 정도 될 것입니다.

- 아노 카필라

헬싱키 대학교 연구원

핀란드는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정부에 개인의 장애 여부를 등록해놓은 문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장애인 출현율과 관련된 통계는 핀란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한 것은 아니며, 그 대신 장애와 관련된 연금 혹은 기능적인 제한Functional Limitations과 관련된 통계 등 다양한 대리 통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히사요 카츠이

헬싱키 대학교 장애학 겸임 교수

35%가 넘는 장애인 출현율은 아마 설문 자가 진단 방식에 의한 장애인 통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핀란드 내에서 장애인 연금을 받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 미만입니다.

- 미카 글리슬러

핀란드 사회보건부 산하 보건복지연구소 연구 교수

핀란드에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분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관례적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종교나 성적 취향이 인구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장애에 대한 통계는 집계가 매우 까다로우며, 핀란드 내에서 공식적인 데이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셔야 합니다. 다만 정부로부터 특정 형태의 재정지원을 받은 사람들이나 의료지원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는 존재하므로 이를 통해 장애 인구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 미코 니에미

핀란드 통계청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국제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으며, 2000년대 초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가 하나의 공통적인 언어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ICF 개념을 앞서 살펴본 통계자료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기존에 주류를 이루던 두 가지 관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90년대까지 주류를 이루던 장애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한 가지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장애를 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대두되었던 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장애는 개인의 질병이나 트라우마 혹은 어떤 건강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한편 후자는 1960년대 이후 의학적 요인의 한계를 지적하며 생긴 개념으로, 이에 따르면 장애는 개인에게 원인이 있기보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생긴 것으로 본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물리적 장벽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장벽이거나 이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두 관점 다 일리 있는 의견이지만, WHO에서는 이러한 관점들이 장애가 매우 복합적인 요소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을 놓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가 전적으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도 있고, 혹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장애는 사회적 맥락과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특징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 그래서 제시된 개념이 생물심리사회 모델BioPsychoSocial Model로 ICF의 바탕이 되는 모델이다.

생물심리사회 모델에서 장애는 질병이나 재난 혹은 부상과 같은 건강상의 조건들 Health Conditions과 맥락 요소들Contextual Factors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맥락 요소들은 다시 외부 환경적인 요소와 개인적인 요소로 나누어진다. 환경적인 요소는 사회적인 에티켓, 법이나 문화적인 차이, 건축적인 요소들, 기후의 차이 등이 있으며, 개인적인 요소는 성별, 나이, 자라온 배경, 학력 수준, 전문 영역 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이 장애로 규정된다.
장애에 대한 정의의 다양성
한국
우리나라는 장애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그중 신체적 장애는 외부 신체 기능과 내부 기관의 장애로 나누어지며, 정신적 장애는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나누어진다.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60만 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 20명당 한 명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는 ICF의 장애 개념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현재 집계된 5%의 장애출현율보다 약 3배 이상 높은 18.7%로 나타난다고 한다(한국 장애인 개발원, 2019).

UN
2006년 71개국에 의하여 채택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에서 장애인이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EU
EU에서는 장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EU 회원국 간 또는 단일 회원국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 하지만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CRPD 이후에는 통상적으로 UN의 정의를 따르고 있다. 참고로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통계조사에서도 UN의 정의를 따름을 명시하였다.

미국
미국 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따르면 장애인이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손상으로 인하여 한가지 혹은 그 이상의 생활 활동이 상당 부분 제약되는 사람을 뜻한다. 또한 ADA에서는 현재 장애가 있지 않더라도 과거에 이력이 있거나, 또는 장애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도 장애인에 포함한다.

영국
2010년 제정된 영국 평등법(Equality Act 2010)과 장애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1995)에 따르면, 영국에서 장애인이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손상이 있으며, 이것이 실질적이면서 장기적으로 장애 당사자가 일상적인 생활의 활동을 수행하는 데 불리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여기서 추상적으로 보이는 세 가지 기준에 대하여 영국 정부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실질적’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지칭하며, ‘장기간’은 최소 12개월 이상, ‘일상적인 생활 활동’이란 매일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을 말한다.

핀란드
핀란드 장애인 서비스 및 지원에 관한 법률(Disability Services Act, 380/1987)에 따르면 장애인은 장애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기간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또한 핀란드 정부에서는 장애를 주변 환경의 장벽과 개인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따라 유발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의 개념과 동일하다.

스위스
스위스 연방 통계국에서는 평등법에 따라 장애인을 오랜 기간 건강 문제가 있고 일상생활에 심각하거나 혹은 심각하지 않은 제한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평등에 관한 연방법에서는 장애를 어떤 손상이나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인하여 사회생활에 온전하게 참여하는 데 직면하는 제약 또는 제한을 말하는데, 이 개념에서 장애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 자신이다.

참조

한국 <장애인 복지법>

UN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UN, 2006>

EU <European Disability Policy, EPRS, 2017>, <Disability Statistics Introduce, Eurostat>

미국 <ADA(Americans with Disability Act)>

핀란드 <Finland’s Initial 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the Government of Finland, 2019>

영국 <The Equality Act 2010>, <Definition of disability under the Equality Act 2010, GOV.UK>

스위스 <Equality of people with disabilities, FS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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