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8월 일기 중에서 

 

 아이스크림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길거리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문득 술 마시고 먹는 아이스크림이 좋은 건, 술을 깨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요. 시간은 늦었고 다른 델 가기엔 애매한데, 그렇다고 지금 헤어지기는 아쉬운 마음 때문에 좋은 게 아닐까. 저녁 내내 실컷 놀고도 뭐가 그렇게 아쉽다고 붙잡고 싶어지는지. 아이스크림은 내가 쏘겠다며 나서는 사람들, 그러면 붕어싸만코 같은 비싼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먼저 조용하게 계산하는 사람. 그렇게 요란법석한 마무리의 풍경들. 혹은 동네 놀이터 벤치에 둘이 나란히 앉아 먹는 고즈넉한 풍경들. 그 모든 풍경들을 생각하면 여름밤의 더위도 조금은 견딜 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남길 만큼 대단한 건 없었지만, 돌아보면 좋았던 별거 아닌 순간들을 생각하며 오프닝을 썼습니다. 뭘 했다고 벌써 8월인가 싶지만, 여름 휴가도 안 다녀왔고 '기깔나게 행복했다' 말할 만한 순간들은 드문 여름이었지만, 누구에게도 좋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 좋았던 순간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구독자님들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계시는지, 술 마시고 아이스크림 드시는 걸 좋아하시는지, 최애 아이스크림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덥고 습한 여름, 아이스크림과 함께 무사히 이겨내는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예전엔 '밥 먹었어? 뭐 먹었어?'라는 질문을 귀찮아 하는 부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예의상 하는 뻔한 질문이더라도, 밥에 관련된 질문이 새삼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대충 때운 건 아닌지 궁금해해주는 마음.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의 냉장고를 털어보는 콘텐츠 '냉터뷰'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저는 '냉터뷰'를 진짜 냉장고가 궁금해서 챙겨본다기보다, 찐친들의 수다를 엿듣는 기분이라서 즐겁더라고요. 유튜브 <숏박스> 멤버들, 순풍산부인과 아역배우들, 이석훈 X 권정열 X 고영배 안경좌 조합 등 장르/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조합 넬 김종완 X 타블로 X 하동균 '타종균' 편을 가져왔습니다. 매일 서로의 술친구가 되어주었던 20대를 보냈던 이들이, 시간이 한참 흘러 꽤나 변한 서로의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함께 보러가시죠🎂

천선란, 우주를 여행하는 소설가

Q, 정말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재능이 탁월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 너무 확실하게 좋아하는 건 무조건 끝까지 잡고 늘어지라는 것. 이걸 꼭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즐기는 마음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지금도 드라마를 볼 때 좋은 스토리가 나오면 광적으로 흥분해요. 너무 좋아서 막 파고들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게 제가 쓰고 있는 글과 연결돼요. 내가 무언가를 할 때 유난히 신난다, 어떤 알림음이 들린다 싶으면 그걸 무시하지 말고 악착같이 끌어안았으면 좋겠어요.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첫눈에 느낌이 온다, 종소리가 울린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요. 한편 '이게 내 일이다!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 싶은 일을 발견했을 때 어떤 알림음이 들린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으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찾은 사람들처럼, 운명적인 일을 발견한 사람들이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면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 정도로 일을 좋아하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일상을 지탱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한 삶의 낙을 넘어서, 좋아하는 마음이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생각하게 되는 글. 요즘 여러분은 무엇을 열렬히 좋아하시나요? 

 

Tony Bennet & Lady Gaga - Let's Do It 

 여름엔 에어컨 빵빵하고 사람 없는 버스만큼 쾌적한 곳이 별로 없죠. 시원한 버스에서 초록빛 풍경을 바라보면서, Tony Bennet & Lady Gaga의 재즈 콜라보 앨범을 자주 들은 한 주였습니다. 사실 저는 재즈를 잘 모르지만, 이 앨범은 듣는 그 자체로 너무 흥겹기 때문에 계속 돌려듣게 되더라고요. 토니 베넷은 95세의 나이로 이 앨범을 발매하면서, 최고령 신보 발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는데요. 60세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재즈라는 음악 안에서 함께 교감하고 이렇게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니! 이런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게 되었던 곡입니다. 집에서 와인 혼술할 때, 한여름의 재즈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추천드려요💗

하이파이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39 지층

프렌치식 파이를 맛볼 수 있는, 연희동의 포장 전문 베이커리. 여름 시즌을 맞이해 초당옥수수파이와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어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옥면가 - 서울 마포구 백범로26길 4-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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