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본 썰 푼다
사주를 봤다. 아쉽게도 흔히 말하는 '팔자 좋은 X'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생각 나는 아는 언니의 '예쁜 X, 팔자 좋은 X 못 이긴다'라는 말씀) 그래도 성장캐인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인풋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어쨌든 삶은 지속되므로 뭐라도 해서 시간을 잘 쓰는 게 좋다. 

  몇 가지 걱정되는 내용과 몇 가지 아주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내용 중 가장 좋았던 내용은 이거였다. '혜지씨는 재미 없는 건 건 1억을 줘도 안하는데 재미 있는 건 10원을 줘도 밤 새면서 하는 스타일이예요(수긍). 근데 또 이게 어느 정도 괜찮은 결과물로 이어져서 길게 보면 돈을 벌어다 줄 거예요. 그러니까 선택의 기준을 '재미'에 두세요." 전문직의 불투명한 전망과 줄어드는 공기업 TO 속 대기업에 가지 못 할 바에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물건을 보며 일잘러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소한 야망에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사주의 이런저런 특징을 이야기 해주시며 앞으로 3~4년 동안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야 된다고 하셨는데 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8월 15일, 17일 새벽에도 이 글을 마저 쓰고 있는데 사실 오늘 퇴근하고 운동하고 와서 씻고, 10시에 저녁에 가족들 먹다 남긴 족발 집어먹고 별자리 운세 좀 보면서 멍 때리니까 벌써 자러 갈 시간이다. 오늘 그냥 자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 
  그래서 예전의 나였다면 자책하고 말았겠지만 오늘의 나는 새싹이므로 오늘의 잘 한 점과 사주의 신기했던 내용에 대해 풀어보고 싶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프랑스어를 다시 배우고 싶어졌다. 학원은 주로 자격증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고, 퇴근 후에 스케줄 맞추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던 차에 일단 듀오링고를 깔았고, 유료 버전을 결제했다. 원하는 수준보다는 쉬웠지만 오랫동안 프랑스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라고 생각했다.

  듀오링고라도 깔게 된 데에는 사주 선생님의 용함이 작용했다.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해외에 나가야 잘 될 운이며, 몇 살 때 즈음에는 나 스스로가 나가지 못해서 안달날 것인데 마침 전공이 프랑스어이니 공부를 더 해보라는 말씀이셨다. 떠나고 싶을 때 어학에 발목 잡히기 싫어서 공부하고 싶었던 건데 세상에....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뭐라도 해야 되었다.
  또 다른 신기한 내용은 내가 작년, 제작년에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 시기가 지나가고 새싹이 트는 때가 8월 8일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8월 8일에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비록 인턴이지만 예전부터 너무 좋아했던 브랜드라 즐겁고 신기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건 다 뽑아먹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2주를 보냈다. 그래 이번 이직은 운명의 데스티니인 것이여...! 일단은 닥치고 다니라는 우주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진출하면 좋을 업종 추천도 해주셨고,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좀 흥미로웠던 것은 인턴하는 취준생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말씀 드혔는데에도 '언제쯤 독립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최대한 빨리 나오면 좋다'고 답해주신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수입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신 걸까? 사실 독립을 강력하게 추천하시는 데에는 명리학적인 이유가 있긴 했는데 예전에 다른 데에서 봤을 때에는 그냥 집에서 살라고 말씀하셨어서 신기했다. 물론 그 때는 대학교 2학년이긴 했다.   
  아쉬웠던 내용은 2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괴감도 많이 느끼고 자존감도 바닥을 칠 거라고, 성장통 겪는 시기라고 하셔서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저 그런 일을 한다면 성장통도 없을 것이기에 약간 기대가 된다. 이런저런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번주의 일기는 여기서 끝! 그럼 다들 신나는 한 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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