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범죄 #뮤지엄보안 #도난방지노력
[Vol. 3] 2023/03/20
《뮤지엄 VS 절도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만여 건 이상의 예술품 절도가 일어난다면 믿으시겠어요? 영화를 보거나, 실제 뮤지엄을 방문하면 보안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절대 지켜! 뮤지엄 소장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보석을 훔치는 영화 <오션스8> ⓒWarner Bros studio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화 클립 영상을 볼 수 있어요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오션스8> 보셨나요? 8명의 도둑이 갈라쇼가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보석을 훔치는 이야기인데요, 영화를 보면 소장품을 지키기 위한 메트로폴리탄의 보안시설을 확인할 수 있어요. CCTV, 적외선 감지기, 금속탐지기, 경보장치 같은 최첨단 기기는 물론이고 배치된 보안요원의 수도 상당하죠.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뮤지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안 검색대를 꼭 거쳐야 하고요.

  영화에서처럼 뮤지엄은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요. 그런데 소장품 도난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요, 도대체 왜!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영화 속의 보안시설이 모든 뮤지엄에 도입되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특히 2000년대 초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열악했던 것 같아요.

(왼) 도난당한 문화재가 전시돼 있던 진열장을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는 관계자 ©동아일보 박주일기자

(오) 당시 도난당한 국보 공주 의당 금동보살입상 ©문화재청

  2003 5 15일 오후 10 25분경, 복면을 쓴 괴한 2명이 철조망을 넘어 국립공주박물관에 침입했어요. 이들은 전기 충격기와 흉기로 당직 중인 직원을 위협해 청테이프로 양손을 결박하고는 1층 전시실의 유리를 깨고 불상 1(국보 공주 의당 금동보살입상)과 도자기 3(청자상감포류문대접,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 분청인화문접시)을 꺼내 달아났어요.

  당시 국립공주박물관에는 6대의 적외선 감지기와 4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모두 무용지물이었다고 해요. 우선 적외선 감지기 가동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과 박물관 당직 직원의 말이 달랐어요. 모든 국립박물관의 상위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직 근무자가 적외선 감지기를 꺼두었던 것 같다고 했는데, 당직 직원은 작동시켜 놓았다는 거예요. 그러나 적외선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되었더라도 괴한들을 막을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박물관 내 적외선 감지기가 외부 침입을 감지하더라도 경찰에 신고되는 것이 아닌 당직실에만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4대의 CCTV는 모두 2층 전시실에만 설치되어 있었고,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만 가동되게 되어있었다고 해요.

  소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의 보안이 왜 이렇게 허술했던 걸까요? 당시의 국립공주박물관은 1972년 세워졌는데요, 국립박물관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어요. 1995년 유물이 늘어나자 강당을 전시실로 바꿀 정도로 협소한 규모였는데, 강당을 전시실로 바꾸면서 CCTV를 추가로 설치하지도 않았어요. 별도의 방재실도 없었고, 전문 방재요원 또한 없는 실정이었죠. 박물관 외부에서 경비를 서는 청원경찰이 있긴 했지만, 박물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해요. 국립공주박물관은 이듬해인 2004년 신축 건물로 이전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새 박물관으로 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방범장치 설치가 중복투자로 여겨질 수 있어 방범장치를 보완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다행히 도둑맞은 불상은 사건 발생 11일 만에, 도자기 3점은 사건 발생 15일 만에 모두 회수되었고 국립공주박물관은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어요. 100여 개의 감시센서와 24시간 돌아가는 30대의 CCTV를 설치했어요. 방재실도 별도로 만들었고요.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정교한 보안시스템을 갖췄지만, 내부 인물에 의해서 소장품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요.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던 그림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어요. 사라진 그림은 미술관의 공식적인 소장품이 아닌, 유종하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소장품이었어요.

알브레히트 쉔크의 <이웃의 볏짚단> ©한겨레

  유 전 총재는 1982년 영국에서 5만 파운드를 주고 네덜란드 화가 알브레히트 쉔크(Albrecht schenck) <이웃의 볏짚단>을 구매했어요. 유 전 총재가 외교부 장관으로 재임했을 때 외교부 공관에 걸어두었는데, 퇴임을 앞두고 작품의 보수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그림을 맡겼어요. 당시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지시로 작품을 보수하였고, 유 전 총재는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작품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죠. 보수를 담당했던 보존과학담당관이 그해 12월 퇴직하자, 이 작품에 대해 아는 이는 관장뿐이었죠. 수리와 보관 모두가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국립미술관에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작품의 보수나 보관을 맡기는 것은 미술관 내규 위반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았던 사건이지만 여기서 우리는예술품 도난에 더 집중할게요😊

  시간이 흘러 2005년에 그림을 찾아가려던 유 전 총재는 미술관 수장고에 자신의 소장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2007년에 다시 한번 찾아보았으나 그림은 없었죠. 도난신고를 하지 않으면 소유권 회복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2010년에 경찰에 신고했고요.

  경찰은 당시 보수 작업을 맡았던 보존과학담당관 A씨를 비롯한 미술관 전현직 직원들을 조사했어요. A씨는 98 3 26일 작품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근거로보수가 끝난 뒤 작품을 반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유 전 총재는 당시 작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도대체 <이웃의 볏짚단>은 어디로 간 걸까요? 놀라지 마세요. 범인은 바로 미술관 안에 있었어요. 2005년 작품관리팀장인 B씨는 관리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작품이 수장고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B씨는 당시 지문인식을 통해 네댓 명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수장고에서 이주인을 알 수 없는 작품을 꺼내 매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걸어두었어요. 이후 회사가 부도나자 경기도 하남시의 한 물류보관회사에 월 15만 원을 주고 맡겼고요. B씨는 관리대장에 없는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감사 때 문제가 될 것 같아 작품을 옮겨놓았을 뿐이라고 말했어요.

🦹뛰는 뮤지엄 위에 나는 절도범

경찰이 고대 금화가 사라진 뮤지엄 전시실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장면 Getty Images

  지난 11 22일 독일 바바리아주 만힝에 위치한 켈트 로마 뮤지엄(kelten römer museum manching)에서 고대 켈트 금화 483개가 사라졌어요. 도둑들은 오전 1 26분경 뮤지엄에 침입해 진열장을 부수고 금화를 훔쳐 갔어요. 도둑들이 뮤지엄에 침입해 금화를 훔쳐서 달아나기까지는 단 9분이 걸렸다고 해요.

  이곳도 2003년의 국립공주박물관처럼 보안이 허술했던 걸까요? 경찰 발표에 따르면 범행 직전인 오전 1 17분에 도둑들이 인근의 광섬유 전화와 인터넷 회선을 교란했다고 해요. 통신 네트워크가 먹통이 되어 보안업체는 뮤지엄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CCTV 녹화본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녹일 수 있다는 금화의 특성상 도둑을 잡는다 해도 유물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하네요.

🤝모두가 노력 중

  뮤지엄에서 일어나는 도난 사건이 영화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앞서 다룬 켈트 로마 뮤지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도둑들은 뮤지엄의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우리 모두의 귀중한 작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도난당한 작품들은 회수되는 사례도 있지만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도난 사건처럼 몇십 년 동안 행방이 묘연한 경우도 많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소장품을 공개하려는 뮤지엄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뮤지엄은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요. 뮤지엄의 노력은 소장품을 모니터링하고 전시물에 가까이 다가가는 관람객을 저지하기도 하는 방법부터 보안 시스템과 보안 지침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전문 보안업체를 고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해요.

  뮤지엄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FBI나 인터폴(Interpol)과 같은 수사기관은 도난 예술품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 FBI는 워싱턴 D.C.에 도품 목록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는 특별사무소를 두고 있고, 인터폴은 미술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양한 기관이 예술품의 도난을 방지하고 도난 예술품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도난당한 예술품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요💙

REFERENCES
Ella Feldman(2022.11.23.), Thieves Stole Hundreds of Celtic Coins From a German Museum, Smithsonian magazine,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hundreds-of-celtic-coins-worth-millions-stolen-from-german-museum-180981186/
Jeff Starck(2022.12.07.). Over 400 Celtic gold coins stolen from German museum, COIN WORLD, https://www.coinworld.com/news/world-coins/over-400-celtic-gold-coins-stolen-from-german-museum
・김형진(2011.07.31.). 보안 장치 고장나 피카소 작품 도난…유명 미술관 의외로 허술, 중앙선데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5876037#home
・노형석(2011.01.17.). 유종하 한적총재, 국립미술관을 ‘개인창고’로,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59077.html
・박재명(2011.01.18.). ‘유종하 그림’ 미스터리,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10118/34017291/1
심서현(2011.01.27.), 4000만원짜리 유종하 전 장관 명화 그림 맡은 미술관 직원이 빼돌렸다,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4982500
・이숙희(2018.01.24.). 11. 대담하고 치밀하게 도난당한 공주 의당면 금동관음보살입상, 법보신문,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880
・주성원(2003.05.16.). 국립 공주박물관 어이없는 보안불감증,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030516/7944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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