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섹스를 이야기하는 방법

사부작사부작 1화
: 대학생이 섹스를 이야기하는 방법
읽기 전에!!

셰어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로, 국내 최초로 성별, 연령, 장애, 인종, 국적,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성 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포괄적 성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통합 센터를 지향하고 있음.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대학 성지식백과> | 셰어의 자원활동가팀 몬스테라에서 보다 정확하고 쓸모있는 성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
 
이야기하는 사람
대표 진서
집행위원장 원정
뉴스레터 에디터 창석


대학성지식백과, 어떤 게 좋았는지?
 
사부작사부작의 첫 시간은! 셰어의 몬스테라 팀이 만든 <알아두면 쓸데있는 대학 성지식백과>를 두고 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보고 나서 이 책자가 굉장히 실용적이고 현장적인 거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자를 기획할 때 대학생에게 성에 관련해서 가장 궁금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해요. 거기서 가장 많았던 것들이 지금 목차로 구성된 섹스, 성매개 감염, 피임이었구요.
그래서인지 대학생의 성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정보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게 느껴졌고, 접하기 쉽지 않은? 새로운 정보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진서
이때까지 성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엉망진창이었고 특히 대학이라는 공간이 좀 애매할 수 있잖아요.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 마치 사회에서는 자기 몸을 자기가 책임지는 나이가 됐다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정보들의 제공은 어느 곳에서도 해주지 않고.
대학 차원에서의 반성폭력 교육, 성교육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때 받은 성교육을 떠올려볼때 그게 괜찮았냐라고 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이 책자의 정보들이 낯설고 신기하다는 게 한편으로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원정
저 같은 경우에는 (어디서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기는 했어요. 그럼에도 이 책자를 보면 출처와 표현이 명확하게 적혀 있잖아요. 찬찬히 읽어보면서 너무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한 명이 이 책자를 혼자 읽고 행동해보기에는 버거울 수도 있잖아요. 파트너인 사람하고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지 않을까 했어요.
 
 
중고등학교의 성교육
 
원정
쾌락 권리라는 부분도 좋았어요. 자기가 어떤 체위를 좋아하는지 어떤 자극을 좋아하는지, 쾌락에 대해서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기를 제안하잖아요.
 
창석
중고등학교 때는 성교육을 하더라도 보통은 위험에 대해서 얘기하죠. 성폭력, 성희롱의 법적인 개념을 설명한다거나 지식을 제공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정작 성생활, 성적 쾌락, 성적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중고등학교 성교육을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 어려운 걸까요.
 
진서
쾌락을 느끼고 즐길 권리를 청소년에게서 뺏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청소년에게 섹스, 자위 같은 성적 행위들이 금기시되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의제강간연령 상향의 맥락을 볼 때, 누군가는 미성년자를 강간한 사람은 더 세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바로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청소년들이 섹스에서 어떻게 하면 편함을 느끼는지, 어떻게 쾌감을 느끼는지, 어떻게 피임을 안전하게 하는지, 파트너와 어떻게 얘기하는지 등, 성적 생활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막는 일이라고 느끼기도 했어요.
우리가 청소년기에 받았던 대부분의 성교육들을 더 즐거운 섹스를 하는 법을 절대 말해주지 않죠. 왜냐하면 청소년에게 섹스는 죄니까.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섹스를 했다는 얘기가 돌면 소문도 엄청 안 좋게 퍼지죠.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섹스에 대한 관점 바꾸기
 
원정
한편으로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 전체적으로 성적 쾌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터부시되어 있으니까요. 성에 대해 가장 열려 있는 연령층이 2-30대이고 중장년층의 성적 쾌락에 대해서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청소년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이중의 억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서
미디어의 영향도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흔히 완벽해 보이는 몸매의 사람들만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미디어가 재현하고 있죠. 사실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섹스에 대한 얘기는 거의 보여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상상 불가능하게 돼 버리는 것 같아요. 섹스가 권장되는 몸이나 그 몸을 가진 시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원정
삽입 섹스만이 성적쾌락을 불러일으킨다는 식의 규정적인 생각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쾌락의 범주를 넓게 보는 부분들이 좋았어요. 콘돔을 에로틱하게 느끼기처럼. 에로틱한 이미지와 영상을 사용하기, 윤활제 사용 촉진하기 등등.
 
 
대학에서의 성교육 어떻게?
 
창석
만약 대학에서 이런 성교육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대학에서 미투 운동이 있었고 이후에 총학생회에서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 인권규약 만들기 같은 활동을 주력적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가 어떻게 섹스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세미나나 교육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는 어떻게 성교육을 해볼 수 있을까요?
 
진서
기본적으로 대학 안에 건강센터가 있잖아요. 이런 곳에서 피임이라든가 성매매 감염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콘돔을 구비해놓는 방식도 있을 수 있을 거예요. 미국에 있는 한 대학교의 화장실에서는 프리 콘돔을 편하게 가져갈 수 있게 해놓는다고 해요.
우리는 누구나 섹스를 할 수 있고 언제나 할 수 있으니 피임도 그때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끔 콘돔이 더 흔한 물건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메시지를 주는 곳으로 저는 건강센터가 가장 적절할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넓게 몸에 대한 얘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원정
이런 종류의 책자를 교육 과정으로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우리가 성교육하면 떠올리는 상 자체를 많이 바꿔야해요. 성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 자체가 필요해요. 정해진 시간 동안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보다 토론장 같은 형태의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서
간단하게는 책자를 학교에 비치만 해도 좋겠네요. 언제나 접근할 수 있게.
 
 
 
나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창석
이 책자를 보면 산부인과 진료에서 이런 기구를 넣을 수 있다, 이런 장치를 사용한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있잖아요. 마치 산부인과 진료를 가더라도 놀라지 않게끔 알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음경 외에는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본 것 같거든요. 지식의 격차가 얄팍한 상상력을 만들기도 하는 게 좀 안타까웠어요.
 
진서
명확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우리의 신체와 성기는 이런 거다라는 것을.
 
원정
대충 그림이나 모양만 놓고 여기에서 난자가 나오고 나팔관을 통해서 이동하고, 이런 기능에 대한 게 아니라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그렇게 됐을 때 어떻게 되는 건지, 그러니까 배란이 됐을 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배란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생리를 안 하게 되면 이게 뭐지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까 그제서야 아 이게 배란통이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죠. 실제로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어떤 식으로 느껴지는지를 알 수 있는 자세하고 도움 되는 정보가 충분히 많아지면 좋겠어요.
 
진서
저 같은 경우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여자 의사님이 있는 데를 찾아갔어요. 거기서 기구를 미리 보여주시고, 넣기 전에 이런 게 몇 초 동안 들어가 있을 거고, 이걸 하는 동안 흐르는 느낌이 날 수도 있고 어떤 과정을 할 거니까 너무 놀라거나 긴장 안 해도 된다. 그러니까 안심이 됐단 말이죠.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으니까.
 
 
임신 중단과 재생산권
 
창석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메이브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파트너와 섹스를 하다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임신 중절을 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가는데 거기서 임신 중절 경험이 많아 보이는 중년 여성을 만나요. 그 병원은 적당히 무심하고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워요.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나서 그 중년 여성의 딸이 찾아와서 수고했다고 했는데 그런 장면을 우리나라에서 참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사회에서 임신 중절을 절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지 않으니까요.
 
진서
이제 낙태죄는 폐지되었고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공백기가 됐는데 여성주의적 입법이 중요하다고 봐요. 여전히 임신 중지가 금기나 범죄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시선이나 분위기가 있는데 저는 그런 상황에서 임신 중지를 결심한 여성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것은 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라고 느끼거든요.
임신 중지, 임신 중절을 마치 죄 짓는 것처럼 무슨 마약 밀매를 하는 것처럼 은밀하게 병원을 찾는 방식이 최악인 거죠. 자꾸 스스로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잖아요. 공백이 있는 이 시기를 지나서 정말 괜찮은 입법안이 나온다면 정보의 접근성을 늘리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어요.
 
원정
연구를 통해 더 나은 방법,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개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보 접근도 너무 중요한 건데,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임신 중지를 결정하는 여성들은 이전부터 많았잖아요.
 
창석
셰어에서 만약 성지식백과 다음 편을 준비한다고 하면 그런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네요. 임신 중지에 관련해서.
 
진서
그게 사실은 공교육의 역할인데 싶은 거예요. 공교육이라는 게 모든 인간에게 꼭 필요한 어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교육 체계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서 미적분을 가르칠 게 아니라 필요한 걸 가르쳐야 하죠. 예를 들면 연말정산 하는 법이라든지, 화장실 전등 갈기나 타일 깨졌을 때 해결하기, 아니면 이사 갔을 때 변기 커버 떼는 법이라든지.
우리가 많이 얘기하는 포괄적 성교육도 사실상 실질적으로 도입되기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동의하잖아요. 이건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시간을 착실하게 들여서 될 때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 성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걸까
 
원정
제도적인 측면이 변화하는 것을 굉장히 많이 반대하는 집단 중에 종교집단이 있잖아요. 청소년의 성을, 섹슈얼리티를 억압하고 엄숙주의를 강화하는 원인 중에 하나로 보수적인 종교집단의 입김도 있지 않나 싶어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한 회의를 간 적이 있는데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강령을 만드는, 자문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교육 섹션에서 들은 얘기인데, 대안학교에서 일을 하거나 포괄적 성교육 안을 만들고 계신 분들이 많이 오셨거든요.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얘기가 계속 전화가 온다, 학부모한테, 혹은 학부모인 척하는 사람들한테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변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변해야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데 특히나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것들은 지금 당장 매달려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씩 변화해 나가게끔 하는 것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해요.
 
진서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요.
 
창석
첫술이 이 책자라고도 할 수 있겠죠. 대학생이 정말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진서
맞아요. 내용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잖아요.
 
원정
저도 약간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확실히 이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진짜 필요할 때는 생각이 안 난단 말이에요. 언제나 볼 수 있도록 북마크해두고 항상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뉴스레터의 후기를 남겨주세요💕
회원님의 의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해갑니다. 
짤막한 느낌도 좋고 
뚱뚱한 글도 다 좋아요! 
에디터는 후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도와주세요..!)

💫유니브페미 사업은 지금 어떻게?

🧙‍♀️범우주마녀OT ... 3월 13일 토요일! 개최 예정 (두근두근)
👓F5 프로젝트 시즌2 ... 모집 종료! 3월 2일 화요일에 첫 모임을 가졌어요. 매주 모여 부지런히 활동 중!!
📚1학기 격주 세미나 ... 모집 종료! 3월 10일 수요일에 첫 모임을 가졌어요.
💃그레듀페미 ... 절찬리 모집 중! 3월 19일까지이니 놓치기 싫은 사람들은 얼른 신청해주세요!


💫이런 것도 했어?

🔮범우주마녀지도 오픈🔮
비대면 학교 생활로 인해 서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요즘! 캠퍼스 생활을 안내해줄 '범우주마녀지도'를 소개드립니다! 여러분이 재학하고 있는 대학에 어떤 여성주의·소수자 인권 의제 단체들이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유니브페미와 '범우주마녀OT' 공동주최단위들이 힘을 모아 범우주마녀지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 번 놀러와보세요!

🥖3·8 여성의 날 퀴즈 이벤트🌹
여성의 날을 맞아 유니브페미에서 <평등한 온라인 캠퍼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습니다. <평등한 온라인 캠퍼스를 위한 가이드라인>를 읽고, 빈칸을 맞추는 이벤트를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유니브페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 진행했었어요. (이벤트는 종료되었어요)


💫유니브페미의 말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학생 인권보호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대학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되었어요. 여기에 대한 유니브페미의 촌평을 게시했습니다.

[성명] 특목고 기숙사 무단침입·불법촬영의 고리를 끊자
지난 몇 개월간 기숙사, 특목고 등의 특수한 여건에서 학내 성폭력을 경험했던 재학생과 졸업생의 피해 경험을 제보받았어요. 여기에 대해 유니브페미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 당국에 요구안, 성명안을 발표했습니다.
 🔥학교/특목고/기숙사 내 무단침입·불법촬영에 대한 당신의 경험과 연대의 말 남기러 가기🔥


💫언론 속의 유니브페미


유니브페미
univfemi@gmail.com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수신거부